Installation view of 《Home, Firefly, Preface》 ©sangheeut

상히읗은 윤향로 작가의 개인전 《Home, Firefly, Preface》를 11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윤향로는 산책 중 마주한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을 출발점으로, 빛과 시간, 그리고 개인의 기억이 겹쳐지는 신작 회화를 선보인다.

《Home, Firefly, Preface》에서 작가는 일상 속 감각의 변화가 회화로 번역되는 과정을 한 편의 서문처럼 펼쳐 보인다. ‘Home’은 작가가 세상을 인식하는 출발점이자 기억의 장소이며, ‘Firefly’는 빛의 잔상과 반사를 좇는 회화적 실험이자 사적인 기억의 은유다.

Installation view of 《Home, Firefly, Preface》 ©sangheeut

《Home, Firefly, Preface》의 중심에는 빛과 물이 맺히고 흩어지는 두 연작 ‘Pond’와 ‘River’가 있다. ‘Pond’는 각각의 장소에서 마주한 물을 손 안에 떠내듯 작은 화면 위에 담아낸다. 반면 ‘River’는 이러한 연못들의 부분을 확대하여 클로즈업한 이미지로 재구성하며, 물의 흐름과 거리감을 동시에 탐구한다.

작은 연못들이 모여 강을 이루듯, 두 연작은 서로의 반사와 여운 속에서 이어진다. 화면 위에는 단순한 풍경의 재현을 넘어, 빛이 번지고 사라지며 남긴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윤향로의 회화적 언어를 확장하는 설치와 사운드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유지완 작가와 협업한 사운드 작업은 작가가 걸었던 물길의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새벽의 물소리와 걷는 리듬을 전시장 안에 흐르게 한다.

Installation view of 《Home, Firefly, Preface》 ©sangheeut

시각과 청각으로 감각되는 공간 속에서 관객은 회화에 내재된 ‘걷는 감각’을 경험한다. 다양한 회화적 형태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비정형 캔버스의 신작과 함께, 실크와 유리구슬로 제작한 스카프 형태의 작업을 선보인다. 길 위에 떨어진 손수건을 연상시키듯 벽과 바닥 사이를 유영하는 이 작업은 ‘조금 비틀어진 현실 속, 다른 바닥 위의 그림’으로 남는다.

윤향로에게 물은 형태를 가지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비추는 존재다. 그는 이 유동적 성질을 통해 회화의 근본을 탐구한다. 《Home, Firefly, Preface》의 회화는 지나간 시간의 온도와 아직 남은 빛을 동시에 품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손끝으로 감각되는 회화의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그것은 기억과 현실, 감각과 사유의 경계에서 피어오르는, 하나의 서문이자 빛의 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