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Senses Already Sensed》 ©sangheeut

상히읗은 2025년의 첫 전시로 김하나, 임노식, 박진용의 단체전 《이미 감각된 감각(Senses Already Sensed)》을 선보인다.

본 전시는 회화를 매개로 비가시적 감각을 탐구하는 세 작가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각각의 고유한 접근 방식을 통해 시각을 넘어서는 감각적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보는 것 혹은 보이는 것만으로는 다가갈 수 없는 세계와 그에 내재된 감각의 흔적들을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Senses Already Sensed》 ©sangheeut

김하나는 회화를 이루는 물질적 조건—캔버스, 프레임, 물감, 색, 질감—을 탐구하며 그만의 추상 세계를 구축해왔다. 작가는 기술적(혹은 회화적) 범주에서 화면의 밀도를 구현하기보다는 이미 그 자체로 ‘취약성’을 띠는 회화를 제시한다. 작품이 놓이는 공간과 벽, 프레임, 여러 개의 얇은 천 등 다수의 표면이 겹쳐져 구성되는 그의 회화는 취약한 상태를 자처한 채 주변 환경과 작용하고 또 조응하며 새로운 감각적 경험과 회화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임노식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나 삶을 구심점으로 삼아, 본인이 경험하고 관찰한 요소들을 회화적 풍경으로 재구성한다. 특정한 풍경이나 장면이 시야에 들면 작업이 시작된다는 작가는 눈 앞의 풍경을 한눈에 담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채우고 구성하는 미시적인 세계, 느껴지지만 보이지 않는 공기를 경험하고 탐구하는 데 있다.

Installation view of 《Senses Already Sensed》 ©sangheeut

박진용은 언어와 신체,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감각적 경험을 탐구하며, 이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적 언어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단어와 생각을 기록하고, 이를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 층위에서 분석한다.

단어의 음성과 의미,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개인적 기억과 신체적 반응을 기반으로 형태와 색채를 구성하며, 이러한 반복과 변주의 과정을 통해 그의 작업은 마치 작가만의 ‘상형문자’처럼 회화적 형식으로 탄생한다.

본 전시는 사물이나 상태, 풍경, 언어 등에서 포착되거나 명멸하는 미세한 (비)감각을 긴밀하게 관찰하는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감각하는 세계를 더욱 확장해보고자 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