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히읗은
쿠르트 프리츠쉬(b. 1995, 독일), 나탈리 사시 오르간(b. 1999, 태국), 원민영(b.
2000, 한국)의 작업을 선보이는 단체전 《Soft
Forgetting》을 8월 2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는 기억이 우리를 단단히 붙잡는 동시에 조용히 소멸해가는 복합적이고 층위적인 성질에 주목하며, 그 사이의 불확실하고 미세한 순간들을 각기 다른 작가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세
작가는 ‘기억’이라는 감각을 구성하는 지속적인 선택의 과정을
통해,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놓을지를 고심하고,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지점을 탐색한다.

쿠르트 프리츠쉬는 조각과 사진을 매개로 변화(transformation), 상실, 기억의 과정을 탐구한다. 일상에서 발견한 재료와 주조된 형상을 활용해, 시간이 사물과 구조에 남기는 흔적을 살핀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석으로
주조한 동전을 나무 패널에 새긴 신작을 선보인다. 동전에는 작가가 지난 1년간 직접 촬영한 이미지들이 각인되어 있다.
나탈리 사시 오르간은 주요 역사가 놓치거나 배제한 단절된 역사를 탐구하며, 다양한
시대와 장소, 문화가 뒤섞인 복잡한 기억의 층위를 드러낸다. 자신의
정체성과 주변 환경에서 출발해 세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기록과 신화를 함께 엮으며, 역사와 기억이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나뉘지 않는, 때로는 모호하고 중첩된 이야기들임을 보여준다. 이번 상히읗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들은 집단 기억, 가족 관계, 기원, 애니미즘 신앙에 대한 내러티브를 설치와 회화를 통해 탐구한다.

원민영은 처음부터 단단히 정해진 의미나 형식을 갖지 않는 그림을 그린다. 가볍고
농담처럼 보이는 이미지와 어딘가 진지하고 불편한 감정을 함께 보여주면서,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상태
자체를 붙잡고자 한다. 그는 기억이 쉽게 사라지고 흐려지는 순간들—그중에서도
오래 공들여 그린 그림이 결국 버려지거나 숨겨지는 상황—을 되새기며,
그런 반복 속에서 오히려 작업의 동기를 찾는다.
《Soft Forgetting》은 세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축한
기억의 서사들 속에서, 잊혀지는 감각과 사라짐의 순간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한다. ‘부드러운 망각’은 어떤 것을 애써 놓아주는 일이자, 완전히 잊지 못한 채 어딘가에 희미하게 남겨두는 행위이기도 하다.
참여작가: 쿠르트 프리츠쉬, 나탈리 사시 오르간, 원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