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Symbiosis》 ©Suwon Museum of Art

수원시립미술관은 동시대미술전 《공생》을 2026년 3월 2일까지 본관에서 개최한다.

‘공생’은 조화와 공존을 넘어 서로 다른 존재와 경험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전시 《공생》은 윤향로(회화), 유지완(사운드), 민병훈(문학) 세 작가가 다루는 각기 다른 예술적 언어를 통해 공생의 의미를 탐색한다.


Installation view of 《Symbiosis》 ©Suwon Museum of Art

윤향로의 회화 작업은 담김과 비움, 안과 밖의 경계를 오가는 셰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로 구성된다. 기존 회화의 질서를 가로지르는 화면은 전시 공간에 설치되어 비정형적인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느끼도록 한다.

이는 작가의 작업명처럼 마치 군집을 이루고 살아가는 굴의 조개껍데기 무늬처럼 보이며, 화면에서 느껴지는 물결은 외부에서 침입한 모래알을 감싸 안아 진주를 만들어내는 굴의 수용성과 생명력을 은유하는 듯 하다.

유지완은 소리 매체로 공간에 부재하는 존재를 호출한다. 작가는 알아듣기 어려운 변사의 목소리, 자신이 수집한 주변부 소리로 관객에게 ‘함께 있음’의 다른 차원을 체험하도록 만든다. 그의 작업은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서 눈앞에 없는 존재들을 불러내 우리가 듣지 못했던 관계의 파편을 살피게 한다.


Installation view of 《Symbiosis》 ©Suwon Museum of Art

문학적 언어를 다루는 민병훈의 소설은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제시하기보다, 여러 도시를 오가며 타자를 떠올리는 화자의 순간순간 장면들을 비선형적으로 나열한다. 작가는 공생을 고정된 의미가 아닌, 끊임없이 흩어지는 사유와 장면의 흐름으로 경험하게 하며, 독자가 스스로 다른 존재와 접속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둔다.

전시는 이처럼 서로 다른 매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통해 우리가 이미 속해 있으면서도 잘 보지 못했던 ‘함께 있음’의 풍경을 새롭게 비춘다. 이곳에서 공생은 완결된 하나가 아닌, 서로 다른 차이가 맞닿고 스치며, 잠시 머물고, 또다시 흩어지는 장이다.

참여작가: 윤향로, 유지완, 민병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