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My heavy fluffy arms》 ©NOON CONTEMPORARY

눈 컨템포러리는 송승은 작가의 개인전 《나의 무겁고 부드러운 팔》을 1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송승은의 화면 속 요소들은 특정한 서사를 재현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과 감각의 조각들이 자연스럽게 포개어지는 방식으로 놓인다. 오래된 회화의 일부, 소설 속 장면, 애니메이션의 조각, 그리고 개인적인 기억의 잔상들이 느슨하게 엮이며 하나의 장면을 이루지만, 그 장면은 어떤 완결 지점을 향하지 않는다.


Installation view of 《My heavy fluffy arms》 ©NOON CONTEMPORARY

작가는 형태를 고정하려 하기보다, 그것들이 머물고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진동의 밀도를 탐색한다. 그는 이 흔적을 붙잡기 위해 여러 층위의 이미지 조각을 수집하고, 그것들을 섬세하게 결합해 콜라주로 구성한다. 이 콜라주는 잠정적으로 고정된 평면으로써, 여전히 ‘납작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작가는 이를 바로 캔버스에 옮기지 않고, 그 장면을 목탄화로 다시 구성하며 그 안에 숨어 있는 빛의 구조와 밀도를 천천히 더듬어 나간다. 납작했던 이미지는 이 과정에서 깊이를 얻고, 어둠이 스며드는 경계와 밝음이 밀려드는 공간이 서로 맞물리며 다시 호흡을 시작한다.

송승은은 이후 목탄화를 기반으로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쌓는다. 색은 화면을 채우기 위한 요소가 아니라, 빛이 남긴 감각의 흔적을 다시 번역하는 언어처럼 다뤄진다. 물감의 두께, 닦임과 긁힘의 결, 붓질의 방향이 층을 이루고, 화면은 살결처럼 조밀한 밀도를 얻는다. 이때 작가는 색이 스스로 앞서거나 감각을 압도하지 않도록 경계하며 색과 빛이 얇은 호흡을 유지한 채 공존하도록 조율한다.


Installation view of 《My heavy fluffy arms》 ©NOON CONTEMPORARY

최근 작업에서 그는 물질을 다루는 방식을 더욱 확장한다. 붓질의 결, 천으로 문질러 남겨진 반투명한 흔적, 긁힘이 만들어내는 자국들을 서로 다른 감각의 두께로 화면에 쌓는다. 표면의 흔적들은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감각의 리듬으로 작동하며, 면과 선, 질감과 여백이 서로 스며들며 생성되는 미묘한 진동 속에서, 화면은 고요하지만 쉼 없이 움직이며, 느리게 가라앉고 다시 떠오른다.

이번 전시 《나의 무겁고 부드러운 팔》은 이러한 회화적 진동의 기록이다. 감각이 눌렸다가 다시 떠오르는 움직임,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이동하는 손의 속도, 그 사이에서 남겨진 미세한 떨림이 화면 위에 겹겹이 쌓인다. 이렇듯 송승은의 회화는 언제나 그 중간 지점에 머문다. 완전한 형태에 도달하지 않지만, 그 미완의 상태로 충만하게. 그 무게는 가라앉지 않고,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화면을 밀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