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Grid in Resonance》 ©Gallery PLANET

갤러리 플래닛은 홍세진 작가의 개인전 《공명하는 그리드》를 12월 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기술 환경 속에서 변화한 지각의 구조를 회화의 언어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작가는 주변 세계 속에서 발생하는 방해, 오류 그리고 비언어적 불확실성을 그리드의 구조 안에 포섭하고,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각적 질서를 구축한다.


Installation view of 《Grid in Resonance》 ©Gallery PLANET

작가는 플락시노스코프나 전광판 구조와 같은 수동적 기계 장치, 그리고 반원·선·사각형 등의 단순한 도형 언어를 결합해 감각과 시간의 구조를 재조합한다. 반복과 진동의 리듬 속에서 화면은 시각적으로 ‘소리의 파동’을 닮아가며, 관람자는 회화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떨림과 긴장을 감각적으로 체험한다.

이와 같은 도형적 구성은 질서와 혼돈, 규칙과 일탈이 맞물린 구조 안에서 감각의 리듬을 가시화하는 동시에, ‘보는 행위’ 그 자체를 감각의 실험으로 확장시킨다. 또한 홍세진은 언어가 부재한 세계 속에서 시각을 통한 또 다른 언어를 구축한다. 접근 금지 표지판, 파이프 패턴, 균질한 선 등 일상의 시각 기호를 차용하면서, 그는 ‘소리 없는 언어’를 제시하고 감각의 대화 가능성을 탐색한다.


Sejin Hong, Where a Sound Appears, 2025, Oil on canvas. 45.5 x 38 cm. ©Gallery PLANET

이때 관람자는 단순한 감상의 위치를 넘어, 작품 속 장치와 상호작용하며 ‘감각의 생산자’로 참여하게 된다. 작가의 회화는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기술과 사회, 존재의 층위로 확장되며 감각과 현실이 교차하는 사유의 장을 만들어낸다.

《공명하는 그리드》는 구조와 감각, 기술과 지각이 교차하는 오늘의 시각 환경 속에서 회화가 여전히 새로운 사유의 언어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질서와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생성되는 진동은, 감각이 세계를 인식하고 구성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관람자에게 시각적 경험을 넘어, 감각의 조건과 인식의 구조를 다시 사유하게 하고, 감각이 울리는 리듬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