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Liquid Modernity》 ©BB&M

BB&M은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1990년대생 작가 조재, 이해반, 성시경의 그룹전 《유동 근대(Liquid Modernity)》를 2026년 1월 10일까지 개최한다.

정보화와 세계화, 소비문화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은 변화의 속도가 멈추지 않는 동시대적 조건에서 각자의 지각적 체계를 구축해왔다. 세 작가는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바탕으로 동시대 환경이 만들어낸 감각, 물질, 기억, 이미지의 역학을 재해석 하며 오늘날 현대인이 직면하는 불안정한 존재론을 탐색한다.

조재는 빠른 일상 속에서 소거된 감수성의 층위를 섬세하게 복원한다. 그는 도시의 잔여물, 기계 부품, 포장재와 같은 사물의 파편을 채집해 손으로 빚은 뒤, 이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하고 다시 인화지를 캔버스 위에 정착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며 물성과 비물질성 사이의 전환을 탐구한다.

물질과 이미지의 왕복은 유동 근대의 속도성이 약화시킨 지각적 리듬을 재정렬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Installation view of 《Liquid Modernity》 ©BB&M

이해반은 경계 지대에서 포착한 장면을 바탕으로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풍경을 구성한다. ‘배틀 그라운드(Battleground)’ 시리즈는 화면에 흩뿌려진 물감과 희미한 빛의 자취를 통해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긴장과 억눌린 감정이 흐르는 심리적 지형을 드러낸다.

그의 풍경은 유동 근대에서 더 이상 견고하게 유지될 수 없는 경계의 위태로움을 시각화 하며 현실과 비현실, 고요와 위태로움이 공존하는 인식의 틈을 형성한다.

성시경은 자유로운 붓질과 과감한 색채로 즉흥성과 구조, 우연성과 질서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다. 그는 구체적인 형상을 제시하기보다 선과 면이 충돌하고 조율되는 과정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장면을 구축한다. 이번 전시의 신작은 자유로운 추상과 절제된 추상 두 흐름으로 전개된다.

성시경의 작업은 고정된 규칙이 해체된 자리에서 우연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변주성을 드러내며 유동 근대의 불안정한 세계를 회화적 진동으로 번역한다.


Installation view of 《Liquid Modernity》 ©BB&M

세 작가의 작품은 변하는 감정과 끊임없이 갱신되는 정체성의 순간들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영하여 관객을 변화시키는 관계의 장으로 이끈다.

이번 전시는 현실이 남긴 회화적 흔적을 따라 감각, 기억, 시간이 교차하는 장면을 펼쳐 보이며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회화가 사유의 공간을 어떻게 다시 열 수 있는지 하나의 방안을 제시한다.

참여 작가: 조재, 이해반, 성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