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eMA-하나 평론상” 포스터 ©SeMA

서울시립미술관이 하나금융그룹과 공동 운영하는 ”2025 SeMA-하나 평론상”의 여섯 번째 수상자로 신진 비평가 김윤진(1989년생)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12월 5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세마홀에서 진행되며, 같은 날 오후에는 연계 행사인 〈2025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가 이어진다.
 
최근 한국 동시대 미술은 급속한 시장 확대, 전시 증가, 국제 교류 활성화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지만, 그에 비해 비평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상태이다. 전문 비평가의 활동 기반은 좁아지고, 공공·민간 지면 모두 축소되면서 장기적 담론의 축적이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작품 생산과 유통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이를 해석하고 분석할 비평의 층위는 충분히 확장되지 못한 것이 현장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열리는 2025 SeMA-하나 평론상 시상식과 집담회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 동시대 미술 비평의 지속성과 필요성을 다시 환기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한다.


 
김윤진, 장르를 넘나드는 신진 비평가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 김윤진은 시각예술·영화·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글을 써온 비평가로, 관객과 작품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와 긴장, 그리고 제도적 구조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2025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 김윤진 / 사진: 이행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수상작「관종의 시대와 자기 노출 전략의 미학: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을 중심으로」은 부산현대미술관의 동명 전시(2021)를 다룬 비평문으로, 전시가 활용한 자기 노출 방식과 그 작동 구조를 새로운 키워드로 해석한 글이다.





2021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전시장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1980-2020년대 인쇄 및 TV 광고, 1980년대-2020년대, 종이에 오프셋 인쇄,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가변설치.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제공.

2021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은 미술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 사용, 폐기물, 운송·설치 방식 등 전시 제작 전반을 환경의 관점에서 재점검한 전시다. 단순히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실제 전시 폐기물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재사용 구조물을 도입하는 등 미술관 시스템 자체를 실험적으로 공개한 것이 특징이었다. 작품과 기관 운영 방식 모두를 하나의 생태적 문제로 다루며, 미술관이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 전시다.

전시 홈페이지 링크 : 부산현대미술관

이번 평론상은 총 56편이 접수된 가운데, 1차 서면 심사 → 2차 심사위원 토론 → 3차 인터뷰를 거치는 블라인드 원칙의 심사를 통해 단독 수상자가 최종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단은 최종철(심사위원장, 이화여대), 강미정(미학자), 강우성(서울대), 김정현(미술평론가), 윤원화(미술평론가),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및 운영부장
으로 구성되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 원과 작가 전장연이 제작한 트로피가 수여되며, 향후 2년 동안 2026–2027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2025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

오후 1시 30분부터는〈2025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 – 젊은 예술의 오늘〉이 열린다. 이번 집담회는 한국 동시대 미술의 현장을 비평의 관점에서 점검하고, 새로운 담론적 관점이 필요한 지점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발표는 독립 기획자와 비평가 등 젊은 활동가들이 맡는다.


 
발표자 및 발표 내용

콘노 유키

「데면대면 유랑기: 2010년대에서 2020년대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0여 년간의 미술 현장 변화와 독립 활동의 흐름을 정리한다.
 

윤태균

‘독립’ 큐레이터, ‘독립’ 공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개인주의적 동일성의 재생산」
독립 큐레이터·독립 공간의 역할과 구조를 현재의 예술 생태계 속에서 재검토한다.
 

한문희

「공모와 인큐베이팅, 청년이라는 ‘특혜’」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공지원 제도의 형성과 변화, 그리고 제도적 영향 관계를 분석한다.
 

박유진

「여행 이후의 여행: 시간을 거주하는 국제 교류」
비서구권 지역에서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중심 국제교류의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을 다룬다.
 

더불어, 2023년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 장한길의 연구 결과물 남겨진 것: 공적 기억과 예술 언어」가 집담회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행사 참여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한국 비평 환경의 지속성을 위한 작은 출발점

국내 비평 생태계는 지면 축소, 인력 감소, 지원 시스템의 불안정성 등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 작품 제작과 전시의 규모가 커지는 것에 비해, 이를 분석하고 맥락화하는 전문 비평의 기반은 충분히 확장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SeMA-하나 평론상과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는 국내 비평 활동의 지속성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기능하며, 젊은 비평가들의 활동 기반을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나아가 해당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한국 동시대 미술 담론뿐 아니라 국제적 담론을 함께 논의하는 장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 미술 비평의 기반을 보다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행사는 한국 현대미술 비평의 현재를 점검하고 그 지속 가능성을 위한 조건을 다시 살펴보는 자리로, 향후 비평 담론의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