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26년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이지현의 개인전《몽환서: 소란한 공백》을 개최한다.
국내에서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갤러리의 1층과 3층, 4층을 활용해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기억과 시간, 의식의 층위를 회화의 물질성과 전시 공간의 구조 속에서 펼쳐
보인다.
이지현은 기억 속 장소와 일상, 신화와 역사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한다. 그의 작업에서 기억은 과거를 복원하는 자료가 아니라, 현실과
꿈, 개인의 경험과 집단의 서사가 중첩되며 새로운 장면과 감각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이를 기억의 기록이자 망각에 저항하는 회화적 행위로 바라본다.
전시 제목의 “몽환서”는
기억과 상상, 믿음과 경험이 얽힌 가상의 필사본을 뜻한다. 화면
안팎의 공백 또한 단순한 여백이 아니라, 이미지와 이미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감정과 기억이 머물고 새로운 관계가 발생하는 ‘소란한 공간’이다.
기억을 건축하는 회화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출발점은 16세기 초 플랑드르에서 제작된 채색
필사본『스피놀라 시도서(Spinola Book of Hours)』이다.
기도문과 시편, 달력과 세밀화를 담은 이 중세 기도서는 장식적 테두리와 건축적 프레임, 페이지마다 독립적으로 구성된 다층적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스피놀라 성무일도서』(Spinola Hours), 1510–1520년경, 채색 필사본. 원본 소장: J. 폴 게티 미술관. / 사진: Facsimile Finder.
이지현은 자신과 멀리 떨어진 시대와 문화에서 제작된 이 필사본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친밀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이라는 타지에서 경험한 불안과 고독을 인간의 보편적인 신앙과 위안의 실천에 연결해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필사본의 아치형 프레임과 페이지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열리는 구성은 이후 그의 회화에 반복되는 기하학적 구조와
반투명한 막의 형태로 이어졌다. 작가는 필사본을 직접 모사하지 않고,
여러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화면에 공존하는 구성 원리를 자신의 회화적 언어로 변형한다.
세 개의 층으로 펼쳐지는 의식의 구조
이번 전시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세 개 층을 하나의 거대한 책처럼 구성한다.
각 층은 독립된 장처럼 기능하며, 관람자는 공간을 이동하면서 작가의 기억과 의식이 형성하는
서로 다른 층위를 경험하게 된다.
높은 층고를 지닌 1층에서는 신화와 역사라는 거대한 시간 위에 작가의
기억과 경험이 중첩된다.
‘스피놀라 시간’ 연작을
비롯한 작품들은『스피놀라 시도서』에서 출발하지만, 과거의 이미지를 인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과 역사,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회화적 시공간을 형성한다.

1층 전시 전경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스피놀라 시간_3월: 양자리, 4월: 황소자리 (딥티크)〉, 2020-2022, Oil on canvas, 152.5 x 305 cm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3층에서는 일상에서 비롯된 보다 사적인 기억과 내밀한 장면이 전개된다.
팝업북의 접힌 구조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형상과 장식적 테두리, 인물과
정원, 불분명한 풍경이 밀도 있게 얽힌다. 각각의 이미지는
완결된 서사를 이루기보다 서로 충돌하고 관통하며 기억이 의식 속에서 재구성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3층 전시 전경 / 아라리오갤러리

〈봉인된 정원〉, 2026, Oil on canvas, 122 x 91.5 cm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4층에서는 밑칠하지 않은 캔버스 위에 드로잉하듯 제작한 작품들이 중심을
이룬다.
안료는 가공되지 않은 캔버스 표면에 직접 스며들고, 선과 붓질의 흔적은
수정되거나 가려지지 않은 채 남는다. 이곳에서 회화는 완결된 이미지보다 작가의 신체적 움직임과 제작
과정, 이미지가 형성되는 순간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4층 전시 전경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깊은 생각의 주름〉, 2024, 모슬린과 펠트에 수채, 젯소 처리하지 않은 캔버스에 흑연, 파스텔, 아크릴, 목재 패널에 부착, 162.5 × 162.5cm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회화가 생성하는 기억의 시공간
이지현에게 회화는 단순히 이미지를 담는 평면이 아니라 신체적 행위와 제작의 시간이 축적되는 장소다. 안료의 두께와 붓질, 겹쳐지고 지워진 흔적은 서로 다른 시점의 경험을
한 화면에 공존하게 하며, 과거의 장면을 현재의 감각 속에서 새롭게 조직한다.
《몽환서: 소란한 공백》전은 이러한 작업 방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공백’은 비어 있는 영역이 아니라 사라진 것과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이 머무는 잠재적 공간이다. 현실과 꿈,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서사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교차하며 불안정한 장면을 만든다.
이번 전시는 이지현의 회화를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시간과 감각을 다시 구성하는 매체로 제시한다. 그의 화면은 잊힌 장면을 복원하기보다, 남겨진 흔적과 현재의 인식이
만나 새로운 정서와 시공간을 형성하는 과정 자체를 보여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이지현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작가 소개
이지현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미국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2008년,
2022년, 2026년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일리
현대미술센터, 두산갤러리 서울과 뉴욕, 갤러리 선 컨템퍼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베이징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알드리치 현대미술관, 넥스트헤이븐,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과 천안, 두산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기관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과 미술은행, 아라리오컬렉션 등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전경 / 사진: 아라리오 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는 한국과 중국을 기반으로 국내외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해 온 현대미술 갤러리다. 신진 작가부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중견·원로 작가까지 폭넓은 세대의
작업을 다루며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기획해 왔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서로 다른 층고와 공간적 특성을 지닌 전시장을 활용해 작가의 작업과 건축적 환경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지현은 지상 세 개 층을 하나의 책과 같은 서사 구조로
조직하며, 기억과 의식의 층위를 공간적으로 펼쳐 보인다.
전시 정보
전시명: 이지현 개인전《몽환서: 소란한
공백》
전시 기간: 2026년 7월 1일–8월 15일
전시 장소: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1층·3층·4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