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최종회는《Korea Art Market 2025》의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2025년 한국 미술시장이 어떠했는지를 각 분야 별로 요약하여 정리해 보고, 향후 전망을 살펴보도록 하고자 한다.
 
《Korea Art Market 2025》에 제시된 주요 지표를 종합해 보면, 경매, 갤러리, 아트페어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난 미술시장의 침체 현상을 단순히 경기 둔화로 설명하기 보다는,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한국 미술시장의 전형적인 성장 방식이 그 한계에 부딪힌 결과가 올 한해 집중되어 나타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경매시장, 단기매매 보단 장기보유로

2025년 국내 경매시장은 분명한 하락세를 보였다. 연간 낙찰총액은 전년보다 크게 줄었고, 팬데믹 초기보다도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한국 시장만의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경매시장 전반이 동시에 위축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서울옥션 경매 모습 / 사진 : 서울옥션

다만 세부 흐름은 단순한 침체와는 다소 다르다. 일부 가격대에서는 거래가 유지되거나 소폭 늘었고, 주요 작가군에서는 단기 매매가 줄어든 대신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한 거래 비중이 높아졌다. 투기적 수요가 빠져나간 자리를 보다 보수적인 수집 성향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이 보고서는 이를 “경매시장이 꺼진 것이 아니라, 거래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여 가격 반등 시점을 논하기보다, 시장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갤러리, 확장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다

갤러리 부문에서는 체감 위축이 더욱 뚜렷했다. 다수의 갤러리에서 매출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운영 규모를 줄이거나 아트페어 참여를 조정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인력 구조와 고정비를 재검토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기적인 불황 대응이 아니라, 확장 중심 운영 방식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신생 갤러리 중의 하나인 실린더 갤러리의 프리즈 런던 전시모습 / 실린더 갤러리 인스타그램 캡처 화면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갤러리들도 있다. 이들 갤러리는 공통적으로 작가 중심의 공급 논리에서 벗어나, 컬렉터를 기준으로 한 운영 전략을 강화했다. 전시 구성, 가격대 설정,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컬렉터의 변화된 취향과 구매 패턴에 맞춰 조정한 곳들은 시장 환경이 나빠진 가운데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했다.
 
이 보고서는 “2025년은 갤러리들이 성장 전략을 잠시 멈추고, 운영 구조를 다시 짜기 시작한 해”라고 평가한다.
 
 
 
아트페어, ‘많이 나가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경매와 갤러리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아트페어는 여전히 중요한 유통 창구로 기능했다. 일부 주요 페어에서는 관람객 수가 늘었고, 제한적이지만 실질적인 판매 성과도 확인됐다. 특히 젊은 컬렉터층의 유입은 시장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진 한 해였다. 갤러리들은 다수의 아트페어에 분산 참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비용 대비 효과가 분명한 소수의 페어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페어와 해외 페어를 구분하던 기존 기준 역시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키아프 2025 행사모습 / 사진:Kiaf

이제 한국의 아트페어는 지역 행사라기보다, 글로벌 아트페어들과 같은 기준에서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 결과 아트페어는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도시와 기관, 시장 구조 전반을 보여주는 일종의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Power 20, 영향력은 여전히 개인에게 쏠려 있다

2025년 리포트에 포함된Korea Art Market Power 20은 현재 한국 미술시장의 영향력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본 규모나 거래량뿐 아니라, 네트워크 형성 능력, 제도에 미치는 영향, 담론 생산력까지 고려한 이 목록은 누가 시장을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눈에 띄는 점은 영향력이 특정 제도나 조직에 집중되기보다, 갤러리·기관·기획·정책 영역을 넘나드는 개인 중심 구조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왼쪽부터 홍라희(리움 명예관장), 티나 킴(티나 킴 갤러리), 서도호(작가), 패트릭 리(프리즈서울 디렉터), RM(방탄소년단)

이는 한국 미술시장이 여전히 제도보다 개인의 판단과 관계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시장의 유연성이라는 장점과 동시에, 구조적 취약성을 함께 안고 있는 상태”라고 평가한다.


2026년 프리즈 서울 홍보 화면 / 프리즈 홈페이지

2025년을 마무리하며

지난 12월 18일 프리즈 서울의 5년 추가 연장이 최종 결정되었다. 이는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 안에서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 거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 시장의 전략적 위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이를 곧바로 시장 회복의 신호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장을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다. 향후 5년 동안 제도 정비,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전문 인력 양성, 컬렉터 교육 등 내부 기반을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Korea Art Markt 2025를 통해서 바라본 한국의 미술시장은 매우 침체되었지만, 침체의 해로 평가하기보다는 한국 미술시장이 다음 국면을 준비하며 속도를 조절한 해로, 긍정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Korea Art Markt 2025》가 던진 질문은, 2026년에는 한국 미술시장 주체들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전문가적 선택과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개혁적 실행을 통해야만 그 해답에 가까이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출처 (다운로드):《Korea Art Market 2025》(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파라다이스문화재단,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