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Art Market 2025》의 세 번째 주제는 한국 아트페어의 구조적 변화다.
 
보고서는 2025년을 “거래 중심의 시대에서 관계 중심의 시대로 전환되는 분기점”으로 규정한다. 판매 금액은 줄었지만, 참여 방식과 관객의 질적 변화가 시장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키아프 2025 행사모습 / 사진: Kiaf

규모의 성장, 양극화의 심화

2025년 국내 주요 아트페어의 총 거래액은 약 1,6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그러나 참여 갤러리 수와 방문객 수는 모두 증가했다.
 
특히 2025 화랑미술제의 VIP 프리뷰 관람객은 6,100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Kiaf·Frieze Seoul은 전체 관람객 12만 명을 넘기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이를 “금액의 감소보다 구조의 확장”으로 해석한다. 즉, 초고가 거래는 줄었지만 1억~5억 원대 중저가 작품과 신진 작가의 거래가 늘며 시장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 아트페어와 중소형 지역 페어 간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의 메이저 페어들은 글로벌 컬렉터를 중심으로 고급화·국제화 전략을 취하는 반면, 아트부산, 대구아트페어, 제주아트페어 등은 지역성과 접근성을 강조하며 국내 수요의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변화는 2회에서 분석된 갤러리들의 ‘내실화 전략’과 맞물리며, 국내 시장 중심의 생태계 회귀라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키아프 2025 행사모습 / 사진: Kiaf

아트페어, 체험의 플랫폼으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관객의 소비 목적이 ‘구매’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응답자의 62.3%가 “작품 구매보다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답했으며, SNS 콘텐츠 생산(42%), 토크 프로그램 및 라이브 퍼포먼스 참여(31%) 등 참여형 행사가 구매 동기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서울대 문화산업정책센터 이현우 교수는 “아트페어는 더 이상 단기 판매 이벤트가 아니라, 작가·갤러리·관객이 함께 서사를 만드는 체험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흐름은 ‘전시의 확장된 형태’로, 미술이 도심 속에서 하나의 사회적 경험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MZ세대 컬렉터 비중이 24.1%로 상승하며, 전시를 ‘구매의 장소’가 아닌 ‘참여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작품 구매뿐 아니라 부스 디자인, 작가 대화, 공간 콘텐츠 제작 등 ‘공동 생산자’의 위치로 옮겨가고 있다.


Kiaf SEOUL 2025 강연 프로그램 / 사진: Kiaf

Kiaf와 Frieze, 도시 인프라의 변곡점

2025년 9월, 서울 약수동에 Frieze House Seoul이 문을 열었다.
 
런던의 ‘No.9 Cork Street’를 모델로 한 이 공간은 상설 전시·세미나·레지던시·북토크를 겸한 복합 예술 거점으로 설계되었으며, Frieze Seoul이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상징한다.


프리즈의 No.9 Cork Street 전시공간 / 사진: 프리즈



프리즈 하우스 서울 / 사진 : 프리즈

또한 Kiaf 는 2025년부터 “Kiaf PLUS” 프로그램을 도입해 젊은 갤러리와 신진 작가 전용 섹션을 독립 운영하고, ‘미디어아트 존’과 ‘NFT 부스’, ‘AI 큐레이션 존’ 등 디지털 기반 콘텐츠를 강화했다.
 
홍예린 연구원은 “Kiaf의 전략은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 구조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대형 페어의 확장은 단순한 판매 중심을 넘어 도시의 문화 인프라와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서울, 부산, 대구 등 주요 도시가 각각의 페어를 통해 문화·관광·산업 허브로 변모하는 것을 보여준다.
 
 
관객 데이터와 체류 시간 — 새로운 KPI

보고서에서 주목할 변화는 성과 측정 지표(KPI)의 이동이다.

과거에는 ‘매출액’이 유일한 평가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체류 시간, 재방문율, 참여도, SNS 확산지수가 주요 지표로 등장했다.
 
2025년 Frieze Seoul의 평균 체류 시간은 2.8시간으로, 2023년 대비 45% 증가했으며, 관람객의 38%가 “이전보다 더 오래 머물렀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체류형 문화소비’가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김민석 서울대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술시장은 이제 효율보다 관계의 밀도를 측정해야 한다”며 “아트페어는 거래의 장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속 가능한 페어를 위한 과제

주연화 홍익대 부교수는 “아트페어의 지속 가능성은 규모보다 콘텐츠 다양성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며, 향후 3년간 다음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중소 갤러리의 참여 지원 제도 강화’이다.
 
보고서는 국내 아트페어 구조가 대형화될수록 신진·중소 갤러리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과 지자체 차원의 참가비 지원, 부스 임대료 차등제, 신진 갤러리 전용 구역 운영 등 현실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재정 보조가 아니라, 미술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 안전망으로 제시된다.
 
 
두 번째, 도시 단위 예술 인프라와의 연계 시스템 구축이다.
 
보고서는 아트페어가 더 이상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도시의 문화·관광·산업이 결합된 ‘지속형 문화 인프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 미술관, 기업, 숙박·관광 산업이 협력하는 도시형 예술 네트워크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이러한 구조가 마련될 때, 아트페어는 단순한 거래의 장을 넘어 ‘지역 경제와 예술 생태계를 동시 확장시키는 도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장기적 데이터 축적 및 개방이다.
 
특히 보고서는 오큘라(Ocula)나 아트시(Artsy) 등 해외 플랫폼 의존을 줄이고, 국내 데이터 기반의 자체 아트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초 인프라이자, 시장 자율성을 지탱할 핵심 구조로 제시된다.
 
 

결론: 아트페어가 미술시장의 허브이자 플랫폼이 되는 시대

Korea Art Market 2025
는 아트페어의 변화를 이렇게 정리한다.
 
“2025년의 아트페어는 단순한 거래의 장이 아니라, 예술과 도시가 관계를 맺는 사회적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는 판매의 장소에서 체험의 장소로, 관객은 소비자에서 참여자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통해 한국 미술시장은 ‘거래의 언어’에서 ‘관계의 언어’로 전환하고 있다. 이제 아트페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단순한 작품 거래의 장이 아니라, 예술·산업·도시가 교차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화되어야만 생존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 출처 (다운로드): 《Korea Art Market 2025》(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파라다이스문화재단, 2025)
조사 분석: 김민석(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주연화(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 홍예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