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Art Market
2025》의 두 번째 주제는 ‘갤러리 생존 전략’이다.
2024년의 회복세 이후 2025년 상반기 시장은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었지만, 보고서는 “이 시기가 오히려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 이라고
진단한다.
비용 절감보다 관계 유지

조사에 참여한 26개
갤러리 중 57.7%가 전년 대비 매출 감소를 경험했으며, 절반
이상(53.9%)이 연간 매출 하락을 예상했다. 이에 대응해 <b>53.8%의 갤러리가 아트페어 참가 축소, 30.8%가
전시 수 감소, 23.1%가 인력 감축을
시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속 작가 축소를 택한 갤러리는 단 11.5%에 불과했다. 갤러리들이 비용보다 관계를, 단기 이익보다 생태적 유대를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정유진 파라다이스문화재단 큐레이터는 “갤러리의 생존 기준이 매출이 아니라 신뢰로 옮겨가고 있다”며 “작가를 지키는 것이 결국 시장을 지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집중, 해외의
신중한 보류

운영의 초점도 명확히 재편되고 있다. 69.2%의 갤러리가 ‘국내 고객 개발’을, 65.4%가 ‘작가·전시
프로그램 발굴’을, 57.7%가 ‘운영비 관리’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반면 ‘해외 고객 개발’(42.3%)과 ‘신규 아트페어 참가’(7.7%)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 속에서 국내 기반을 강화하는 내실 전략이 뚜렷하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보고서 인터뷰에서 “뉴욕·런던 진출보다 서울에서의 전시 퀄리티 유지가 더 중요하다”며 “2025년은 ‘확장보다
정착’의 해”라고 밝혔다.
매출 구조의 양극화와 중저가 시장의 복귀
61.5%의 갤러리가
“판매작의 평균 가격이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시장 중심의 재조정이다.
10억 원 이상 초고가 작품의 거래 비중은 줄었으나, 1억~5억 원대 작품의 거래가 늘며 ‘중저가 시장의 복귀’가 확인됐다.
홍예린 연구원은 “투기적
수요가 빠진 자리를 장기 보유형 컬렉터가 메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변화는 중견 작가와 신진 작가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더페이지갤러리, 갤러리바톤
등은 젊은 작가의 회화·조각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작가 성장의 시간축을 함께 가져가는 구조”로 재편 중이다.
세대 교체와 취향의 시장
2025년 조사에서
50세 미만 컬렉터의 구매 비중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57.7%에 달했다. 이들은 인터넷·해외유학 세대로, 작품의 수익성보다
작가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중시한다.
서울대 이현우 교수는 “갤러리의
성패는 가격이 아니라 서사에 달려 있다”며 “작가의 철학과 SNS 활동, 전시의 몰입감이 구매 결정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전시를 ‘관람’이 아닌 ‘참여’로 인식하며, 작가의 팬이자 공동 기획자로 등장한다. 이 관계 중심의 수요가, 갤러리 구조를 서서히 바꾸고 있다.
플랫폼 변화와 브랜딩의 재정의

갤러리 홍보는 여전히 인스타그램(96.2%)이
핵심이지만, 웹사이트 활용률은 하락,
대신 잡지·전문 매체 노출
비중이 증가했다. 홍보의 초점이
‘속도’에서 ‘신뢰’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주요 갤러리들이 2025년부터 전문 비평가 및 외부 필진을 통한 아티스트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고서는 이를 “단기 판매
중심의 마케팅에서, 브랜드 신뢰도를 자산으로 쌓는 구조로의 이행”으로
규정한다.
즉, ‘콘텐츠의
질’이 곧 생존의 기준이 된 것이다.
특히 갤러리 운영 시스템과 홍보 및 마케팅 역량 강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오큘라(Ocula) 아트시(Artsy) 등 해외
아트 플랫폼의 의존 탈피 필요를 언급한 부분은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자체 인프라 구축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정책과 구조적 전망

주연화 홍익대 부교수는 보고서 말미에서 “2025년은 갤러리의 구조적 혁신이 가시화된 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소 갤러리의 공공 지원,
디지털 아카이브 인프라 구축, 작가 데이터베이스 공유 등 협력형 생태계 조성이 향후 3년 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서울대 경영연구소 김민석 연구위원 역시 “갤러리는 더 이상 단순 유통업이 아니라, 문화 자산 관리 기관”이라며 “지속 가능성은 시장 효율이 아니라 관계의 밀도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결론: 생존에서
지속으로
《Korea Art Market
2025》는 “갤러리들은 비용을 줄이는 대신 관계를 지켰다. 그 선택이야말로 한국 미술시장의 체질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라고
말한다.
즉 갤러리는 작가를 유지했고, 컬렉터는
취향을 선택했다. 이제 시장의 중심은 돈이 아니라 관계이며, 생존이
아니라 지속이다. 김민석 연구위원은 “2025년의 한파는 종말이 아니라 재구성의 서막”이라 결론짓는다.
《Korea Art Market
2025》보고서의 갤러리 운영 조사에는 국내 주요 상업 갤러리 25곳이 참여했으며 다음과
같다.
아라리오갤러리, 베이크아트, 박 갤러리, 실린더, 두루아트스페이스, 갤러리조선, 갤러리 FM, 갤러리현대, 갤러리 밈, 갤러리신라, 갤러리
스클로, 갤러리 위, 가나아트, 학고재, 제이슨함갤러리, 금산갤러리, 키다리갤러리, 국제갤러리,
P21, PKM갤러리, 선화랑, 타데우스 로팍, 디스위켄드룸, UM갤러리, 그리고
우손갤러리 등이다.
이 명단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형 갤러리뿐 아니라, 대구·청주 등 지역 기반 갤러리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관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 한국 미술시장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대표한다.
자료 출처 (다운로드): 《Korea Art Market
2025》(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파라다이스문화재단, 2025)
조사 분석: 주연화(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