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옥션 경매 모습 / 사진 : 서울옥션
《Korea Art Market
2025》의 네 번째 주제는 국내 미술 시장에서 옥션의 구조적 변화다. 보고서는 2025년을 “작품의 단순 판매에서 담론과 스토리 중심의 옥션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규정한다. 거래총액은 둔화되었지만, 고가 중심의 시장이 중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입찰자 구성과
작품 유입 방식에서도 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옥션 프리뷰 전경. / 사진 : 서울옥션
규모는 불투명하지만 구조는 빠르게 재편 중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미술옥션의 총액은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회복세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관측된다. 2024년 하반기 국내
옥션 거래총액은 약 461억 원 수준이었고, 2025년 상반기에는
약 564억 원으로 22% 상승했다.
반면, 10억 원 이상
초고가 작품의 거래 비중은 줄고 1억~5억 원대 중가 작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둔화가 아니라 “거품의
제거와 함께 중견·신규 수요로의 전환”이라는 구조 재편으로
이해된다. 고가 투기 수요가 빠져나가고, 안정적 보유를 지향하는
컬렉터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국내 상위 10위 경매결과, 2024년 하반기 – 2025년 상반기
옥션은 ‘판매의
공간’에서 ‘내러티브의 공간’으로
보고서가 주목하는 또 다른 흐름은 옥션 참여자들의 목적 변화다. 응답자 상당수는 옥션을 단순히 고가 작품을 구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작품 스토리 탐색, 작가 가치 평가, 컬렉션 연결을 위한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반기별 낙찰률과 낙찰총액(단위 %, 백만달러)
특히 MZ세대 컬렉터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구매 이전에 작가 대화, 컬렉션
맥락 탐색, 현장 이벤트 참여 등을 중시한다. ‘누가 샀는가’보다 ‘어떤 작업인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옥션은 단순한 가격 경쟁장의 기능을 넘어, 작가 이력과 작품 내적 맥락을 제시하는 스토리텔링의 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옥션은 거래의 무대가 아니라 가치와 관계의 허브로 변모하고 있다”고 정리한다.

2019년 유영국 '작품' 낙찰 순간./ 사진:케이옥션
보고서는 이러한 옥션 시장의 구조 변화를 세 가지로 요약한다.
우선적으로 ‘가격대의
재편’이다. 초고가(10억 원 이상) 작품 비중은 축소되고, 1억~5억 원대 중가 작품 거래가 증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는 투기적 구매의 후퇴와 함께, 중장기적 컬렉션 구축을 중시하는
수요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리고 ‘입찰자 및 컬렉터 풀의 변화’이다. MZ세대
및 경험 중심 컬렉터의 참여가 늘어났고, 이들은 구매보다 ‘참여’를 우선시한다. 옥션 현장에서의 스토리 탐색, 이벤트 경험, 공유가능한 장면 등이 구매 동기만큼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과 지표(KPI)의 다변화를 볼 수 있다. 총
낙찰액 중심의 기존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입찰참여율, 재입찰률, SNS 언급량, 후속 이벤트 참여율 등이 새로운 KPI로 등장하고 있다. 옥션은 ‘단기
실적’보다 ‘체류 경험’과
‘관계 형성’이 중요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옥션 생태계를 위한 과제
보고서는 한국 옥션 시장이 지속 가능한 구조로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신진·중견
작가 및 중소 옥션사의 시장 접근성을 높여가야만 한다.
시장이 고가 중심으로 고착될 경우 작가·옥션사 다양성이 급격히 제한될 수 있다. 이에 참여비 지원, 중가 작품 전용 섹션 운영, 신진 작가 라인업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두번째로 도시 및 글로벌 인프라와의 연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옥션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문화·관광 인프라와 결합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그럴려면 컬렉터 라운지, 전시 연계 프로그램, 레지던시 및 지역 문화기관 협력 등 복합적 확장 모델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기반 구조와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국내 옥션 시장 역시 앞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려면 낙찰률과 입찰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축적되고 공개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해외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시장 자체의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한국 미술시장의 자율성과 장기적 경쟁력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제시된다.
《Korea Art Market 2025》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2025년의 옥션은 더 이상 작품이 거래되는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작가·컬렉터·시장 관계가 맺어지는 담론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는 판매 중심의 공간에서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변하고, 관객은 소비자에서 참여자로 이동했다. 옥션 역시 이 흐름 속에서
‘거래의 언어’에서 ‘관계의
언어’로 전환하고 있으며, 예술·산업·도시가 교차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해야만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