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of 《Weather Becoming》 ©Pipe Gallery
파이프 갤러리는 박은정 작가의 개인전 《Weather Becoming》을 2월 14일까지 개최한다.
박은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 어떻게 회화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로, 그의 회화는 “정서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 제목 《Weather Becoming》은 “Under the Weather”라는
표현에서 차용되었다.
이는 항해 중 폭풍이나 악천후를 맞은 서양의 선원들이
날씨의 영향을 피해 갑판 아래로 내려가야 했던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문자 그대로 날씨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는 뜻과 함께 날씨를 신체의 균형과 상태를 조정할 수 있는 외부의 힘으로 사유하게 한다.

Installation view of 《Weather Becoming》 ©Pipe Gallery
이 맥락에서 작가는 디아스포라적 삶에서 비롯된
감각, 반복되는 장거리 이동과 시차가 초래한 신체적·정신적
혼란, 그리고 출산이라는 근원적인 신체적 체험을 캔버스에 축적해 나간다. 이러한 감각들은 고정된 정체성이나 서사적 재현으로 수렴되기보다, 불안정한
이행과 적응의 리듬으로 화면에 기록된다.
반복과 중첩, 지우기와 덮어쓰기를 거쳐 생성되는 색과
형상은 감정의 이동과 변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환경적, 생물학적, 정서적 요인이 결합된 허구적이면서 생태적인 공간을 구성한다.

Installation view of 《Weather Becoming》 ©Pipe Gallery
이렇듯 박은정의 회화는 추상적 감정의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정서와 기억, 환경적 맥락과 육체적 조건이 서로 얽히고 해체되며
다시 결합되는 존재의 형성과 변형의 과정을 탐구하는 사유의 장이다.
결국 작업은 정서의 기후를 그리는 시도로서, 존재가 매 순간 변화하는 조건 속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조율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만일 관객이 작업 앞에서 자신의 오래된 기억과 맞닿은 신체와 감정의 미세한 흔들림을 경험한다면, 그 감각은 박은정이 제시하는 세계이자 회화적 시간이 실현되는 지점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