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의 대표 레퍼토리이자 서울시무용단의 작품〈일무 One Dance〉가 2026년 1월 20일, 뉴욕에서 열린 뉴욕 댄스&퍼포먼스
어워드(New York Dance and Performance Awards, 이하 베시 어워드 The Bessies)에서 ‘최우수 안무가/창작자 (Outstanding Choreographer/Creator)’ 부문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일무〉는 한국 국공립 예술단체 작품으로는 최초로 베시 어워드를 받은 사례가
됐다.

서울시무용단의 작품〈일무 One Dance〉의 베시 어워드 수상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구호 감독, 정혜진, 김성훈, 안무가 김재덕,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2026년 1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 사진: AJP
수상자는 작품의 안무를 공동으로 맡은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으로, 이들은
이번 수상을 통해 한국 무용이 국제 무대의 동시대적 기준 안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수상은 특정 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공 제작 시스템 안에서 축적된 레퍼토리가 국제 무대에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베시 어워드는 매년 뉴욕에서 공연된 무용·퍼포먼스 작품을 대상으로, 혁신성과 예술적 성취가 두드러진 창작자와
작품을 선정하는 시상식이다. 국적이나 장르보다 형식적 완성도와 동시대성을 중시하는 평가 체계로 알려져
있으며, 뉴욕 무용계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상 중 하나로 자리 잡아 왔다.〈일무〉의 수상은 전통 기반 작품이 이 평가 기준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일무〉는 2022년
서울 초연 이후 세종문화회관의 대표 레퍼토리로 발전했으며, 2023년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H. 코크 시어터(David H. Koch Theater)에서 공연되며
국제 관객과 처음 만났다. 대형 극장 환경에서 구현된 군무의 정확성과 구조적 명료성은 현지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재공연을 거치며 작품의 완성도를 축적해 왔다. 이번
베시 어워드 수상은 그 축적 과정이 국제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평가된 결과다.

1. 제1막,〈일무 연구〉, 2 제2막,〈궁중무 연구〉, 3. 제3막,〈죽무〉, 4. 2023년 7월,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H. 코크 시어터에서 공연된〈일무(One Dance)〉/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일무〉는 종묘제례악의 의식무인 ”일무(佾舞)”에서
출발한다. 이 전통 형식은 개인의 표현보다는 다수의 무용수가 줄과 대열을 유지하며 만들어내는 집단적
질서와 시간성을 핵심으로 한다. 작품은 이러한 구조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대열, 간격, 반복, 정지라는 원리를 현대 무대의 리듬과 구성으로 재편한다. 무대 위에서는
절제된 정적이 누적되다가, 집단이 동시에 움직이는 순간 강한 긴장과 밀도가 형성된다.

종묘 영녕전에서 선보인 제례악 / 사진 : 문화재청

종묘 제례악〈일무〉공연장면 / 사진 : 국립국악원
이번 시상에서〈일무〉는 총 12개
후보 가운데 네 팀의 수상작 중 하나로 선정됐다. 베시 어워드 선정위원회는〈일무〉에 대해 “시각적으로 매혹적이며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한국 전통 의례 무용”이라고
평가하며, “정중동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폭발적이고 역동적인 춤으로 정점을 형성했다”는 점을 수상 사유로 밝혔다.

서울시 무용단〈일무〉ⓒ서울시 무용단
작품의 인상은 움직임뿐 아니라 무대 구성 전반에서 형성된다. 무대는 장식을 최소화한 미니멀한 구조로 설계되며, 조명과 공간 분할을
통해 무용수들의 줄과 대열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구성된다. 복식 역시 전통의 기원을 암시하되, 군무의 선과 집단적 형상을 흐리지 않는 실루엣과 색으로 정리돼 있다. 이로써
무용수들의 움직임 자체가 무대의 조형이 되고, 집단의 질서는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로 인식된다.

〈일무〉공연 장면. / 사진 : 세종문화회관
집단 동기화의 정확성은 대중에게 익숙한 아이돌 그룹의 이른바 ‘칼군무’와 형식적으로 닮은 지점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정확성은 속도감이나 즉각적 쾌감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의례적
시간과 긴장을 구축하기 위한 구조로 기능한다. 동기화는 목표가 아니라,
무대 위 질서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일무〉는 2024년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며 이미 국내에서 작품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여기에 이번 베시 어워드 수상은, 작품이 미국
뉴욕 무용계의 객관적 심사 기준에서도 국내 평가와 국제 평가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궤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예술적 성취를 검증받았음을 의미한다.

〈일무〉공연장면 /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일무〉공연장면 /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일무〉공연장면 /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따라서 이번 성과는 일시적이며 단기적 주목이 아닌 장기적인 성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수상은 전통의 세계화라는 표현보다는, 전통의 동시대화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무〉는 전통을 설명하거나 장식하지 않는다. 대신 전통이 가진 구조를 현재의 무대 언어로 재조립해, 동시대 관객에게
즉각적으로 인식 가능한 질서로 제시한다. 베시 어워드는 바로 그 전환의 과정과 결과가 국제 무대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중요한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