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Art Market 2025》보고서는 2024~2025년의 전시가 단순한 작품 감상이나 기관의 프로그램을 넘어, 관객·작가·기관·도시·시장·국제 네트워크가 교차하는 구조적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전시의 역할은 한국 동시대미술이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로서 기존보다 크게 확장되었고, 미술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형 전시의 대중적 확산과 전시 관람 행태의 변화
 
2024~2025년 대형 미술관 전시는 지속적으로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문화적 관심을 확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론 뮤익(Ron Mueck) 전시는 높은 관람객 수와 체류 시간을 기록했으며, 유명 인사의 방문, SNS 인증 문화, 예약제 관람 체계 등이 결합되며 전시가 대중문화의 일부로 흡수되는 양상을 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론 뮤익》개인전을 찾은 관람객들의 입장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 MMCA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론 뮤익》개인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대표작인 〈매스〉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MMCA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팬데믹 이후 강화된 관람 방식과 디지털 확산 구조와 맞물리며, 전시가 개인의 여가 방식뿐 아니라 도시의 문화 소비 방식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작가 해외 전시의 확장과 개인전 중심 큐레이션

보고서는 2025년 해외 주요 기관에서 한국 작가의 개인전이 증가한 점을 주요한 변화로 지목했다.
 
김아영의 함부르거 반호프 개인전《Many Worlds Over》, 서도호의 테이트 모던 개인전《Walk the House》, 양혜규의 런던·멕시코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으로 소개되었다.


김아영,《Many Worlds Over》, 전시 전경, 함부르거 반호프 – 국립현대미술관(Nationalgalerie der Gegenwart), 2025년 2월 28일 – 7월 20일. 작품: 〈Delivery Dancer's Arc: 0° Receiver〉(2024). © 김아영 & 갤러리 현대 / Nationalgalerie – Staatliche Museen zu Berlin. 사진: Jacopo LaForgia




김아영,《Many Worlds Over》, 전시 전경, 함부르거 반호프 – 국립현대미술관(Nationalgalerie der Gegenwart), 2025년 2월 28일 – 7월 20일. 작품: Delivery Dancer's Sphere(2022). © 김아영 & 갤러리 현대 / Nationalgalerie – Staatliche Museen zu Berlin. 사진: Jacopo LaForgia

이러한 흐름은 과거 한국 미술이 단체전이나 지역 기반 전시로 소개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작가 개별 연구와 방법론이 전시의 중심에 위치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40~50대 여성 작가 비중의 증가도 중요한 변화로 기록하며, 한국 동시대미술의 세대적·담론적 이동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국제 기획전의 서사 변화와 다층적 구성 방식의 등장

국제 기획전에서도 단일한 ‘한국미술’ 서사에서 벗어난 움직임이 나타났다. SeMA의 해외 순회전《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를 비롯해,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Monstrous Beauty》,  New Taipei City Museum의《Reimagining Radical Cities》등은 특정 양식이나 국가 정체성 중심의 서술 대신, 다양한 주제와 개별 작가의 실천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2025 소장작품 해외 교류순회전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전시 전경 /사진: SeMA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이 한국 미술을 단일한 이미지로 고정하던 기존 기획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복수적이고 개별화된 동시대 서사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전시의 두 가지 축: 회화의 재부상과 사회적 의제의 확대

2024~2025년 국내 전시에서는 회화 중심 전시가 증가하면서 회화적 실험과 해석을 다루는 전시가 주목되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Take My Eyes Off》,  서울대미술관의《Deep Into Abstraction – On the Way》,  Museumhead의《Wondersquare》, 국제갤러리의 《Next Painting: As We Are》등이 대표적으로, 디지털 환경 속에서 회화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갖는지를 탐구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윤미류, 〈The Spiral〉(2025), 《Take My Eyes Off》 전시 전경,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 사진: 북서울미술관.
〈The Spiral〉은 한 트랜스 여성 인물이 해안 절벽 앞에서 마치 의식을 치르듯 나선형을 그리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동시에 국립 및 지역 미술관에서는 생태·돌봄·지역성 등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전시가 확대되었다. MMCA의 《Looking After Each Others》와 경남도립미술관의 《Something So Incredible》은 사회적 구조와 현실 문제를 전시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들이며, 미술관이 공공적 논의를 다루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남도립미술관의《Something So Incredible》에 참가한 송성진작가의〈1평조차〉(2018/2025 재제작), 수집된 목재, 가변설치, 260 x 240 x 290 cm /사진: 경남도립미술관

해외 작가 전시의 도입과 국제 담론의 국내 유입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는 해외 작가 전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국제적 논의와 관객의 접점을 강화했다. 호암미술관의 니콜라스 파티 개인전《Dust》,  페이스갤러리 서울의 제임스 터렐 전시, 화이트 큐브 서울의 모나 하툼 전시는 국내 관객층이 국제 동시대미술의 주요 담론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모나 하툼》전시 전경 / 사진: 화이트큐브서울

보고서는 이러한 도입 전시가 국내 기관의 기획 범위를 넓히고, 전시의 수준과 국제적 연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시의 역할 확대와 미술 생태계의 구조적 접점 형성

보고서는 또한 전시가 작가 경력 형성, 기관의 정체성 구축, 도시 문화 전략, 국제 네트워크, 시장 흐름 등 다양한 요소가 교차하는 구조적 접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시는 단일 기관의 프로그램에 머무르지 않고, 미술 생태계 전반에서 역할을 가진 구조적 플랫폼으로 작동하며, 작가의 노출과 평가 구조뿐 아니라 관객의 인식과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전망: 전시 중심 생태계의 공고화

보고서는 향후 전시 중심 생태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전 중심 기획의 확대, 연구 기반 전시의 정착, 사회적·지역적 주제의 증가, 회화·설치·미디어 간 경계가 흐려지거나 해외 기관과의 협업 강화, 지역 미술관의 역할 확대 등이 그 핵심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미술시장이 전시를 중심으로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으며, 전시가 미술 생태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유지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