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Opaque Echoes》 ©ThisWeekendRoom

디스위켄드룸은 노혜리, 이동혁, 이진주 작가가 참여하는 3인전 《유랑하는 도래》를 2026년 1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많은 것이 분열적인 성격을 띠는 오늘날, 상상과 현실, 믿음과 바람이 뒤얽힌 환경 속에서도 무언가를 꾸준히 기록하고, 호출하고, 엮는 세 작가를 조명한다.

이들은 물리적 시간의 선형성 너머에 존재하는 특정한 기호 체계를 감각하며 이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전략을 통해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생산해 낸다. 진실과 허상, 트라우마와 믿음, 기억과 왜곡된 과거, 유형과 무형의 가치들은 치밀하게 설계된 그들의 작품 안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Opaque Echoes》 ©ThisWeekendRoom

노혜리는 설치, 퍼포먼스, 영상 작업을 통해 이동과 시차에 얽힌 개인의 정체성 및 신체적 감각을 기록한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사물과 퍼포먼스를 단일 주제로 연계하는 대신 서로 다른 프로젝트에 동원되었던 오브제들을 새롭게 조합해 선보인다.

이에 흩어진 조각들은 완결된 이야기로 봉합되기보다 언제든 다시 꿰어질 수 있는 느슨한 구조로 자리한다.

이동혁은 종교적 교리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믿음 또는 신념과 같은 가치 체계를 탐구한다. 근래 작가는 신약성경의 유일한 예언서인 요한계시록에 일곱 번 반복되어 나오는 “베니(veni)”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그는 이 되풀이되는 발화를 강요나 선언이 아닌 대상을 불러내기 위한 간절한 호출로 읽는다.

그의 회화는 특정 존재 여부를 증명하기보다 여전히 도달하기 어려운 소망을 글에 의존해 더듬고, 그에 가까워질 수 있는 실존적 매개를 붙잡으려는 노력이다.


Installation view of 《Opaque Echoes》 ©ThisWeekendRoom

이진주의 회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공으로부터 그러모은 일상적 존재의 기묘한 합으로 완성된다. 가려진 몸의 일부,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식물,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갖가지 도구처럼 주위에 편재하는 요소들은 그가 마련한 비정형의 화면과 암흑의 끝처럼 짙은 검정 배경 위로 떠오르며 형언할 수 없는 정취에 기여한다.

참여 작가: 노혜리, 이동혁, 이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