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전경, 이건용《Body as Thought》/ © 이건용

페이스 갤러리 서울은 한국 실험미술의 핵심 인물 이건용의 개인전《Body as Thought》를 2026년 2월 5일부터 3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50년 작업을 기념하는 자리로, 1970년대 중반 초기 퍼포먼스 아카이브와 회화를 함께 제시하며 ‘몸과 논리’라는 그의 장기적 탐구를 재조명한다. 영상, 사진, 작업 노트, 그리고 회화가 병치된 구성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전개 속에서 이건용 작업의 위치와 의미를 다시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통제의 시대, 논리의 전략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엄격한 통제와 검열 속에 놓여 있었고, 예술의 의미와 의도는 쉽게 정치적 해석으로 환원되곤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건용은 감정, 표현, 노골적 메시지에 기대는 방식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대신 그는 조건과 규칙에 기반한 논리적 구조를 설정하고, 그것을 신체를 통해 수행하는 방법을 구축했다. 작가는 통제의 메커니즘을 전복하는 것이야말로 시스템과 권위가 공적 담론의 가능성을 잠식한 공간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기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작업은 억압적 환경 속에서 신체를 사유의 매개로 전환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전시 전경, 이건용《Body as Thought》/ © 이건용

이벤트와 논리적 사건
 
이건용은 자신의 행위를 “퍼포먼스”라기보다 “이벤트(Event)”라 불렀고, 이후 “논리적 이벤트(Logical Event)”라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더 나아가 “이벤트-로지컬(Event-Logical)”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건 자체의 구조를 강조했다. 걷기, 먹기, 손의 움직임과 같은 일상적 행위는 즉흥적 제스처가 아니라, 신체·공간·시간의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실행이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신체 행위는 조건과 규칙에 따라 전개되며, 신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실험은 세계를 인식하는 매체로서 몸을 활용하려는 시도였다.


이건용,〈손의 논리 3〉, 1975/2026,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점 세트, 작가 서명 퍼포먼스 지침 포함, 각 이미지 120 × 120 cm, 각 액자 123.6 × 123.6 × 4.8 cm / 사진: 페이스갤러리 서울

이번 전시는 이러한 탐구의 출발점이 된 초기 작업들을 집중 조명한다. 1975년 4월 19일 서울 백록화랑에서 초연된〈동일면적〉(1975)과〈실내측정〉(1975)의 영상이 상영되며, 당시의 수행 과정을 기록한 사진과 노트가 함께 전시된다. 〈동일면적〉과〈실내측정〉은 주어진 공간의 길이와 면적을 측정한다는 단순한 규칙에서 출발해, 종이를 접고 펼치거나 테이프를 자르고 연결하는 반복 행위를 통해 공간과 신체, 사물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드러낸다.
 
또한〈건빵먹기〉(1977), 〈화랑 속의 울타리〉(1977), 〈손의 논리 3〉(1975) 등 1970년대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들이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이 자료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논리적 실험의 구조를 다시 읽고 재구성할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건용,〈물 마시기〉, 1975/2026.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3점 세트, 작가 서명 퍼포먼스 지침 포함, 각 이미지 27 × 40 cm, 각 액자 28.1 × 40.6 × 3 cm, 사진: 페이스갤러리 서울

아카이브의 재독해
 
이건용에게 퍼포먼스의 기록은 부차적 산물이 아니라 작업의 핵심 단계이다. 영상과 사진, 노트는 설정된 논리를 다시 읽고 해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따라서 그의 퍼포먼스는 과거에 고정된 사건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구조와 기록을 통해 오늘의 관객 앞에서 새롭게 해석되며, 동시대적 질문을 제기한다. 전시는 아카이브를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사유를 촉발하는 장치로 전환시킨다. 전시 기간 중 두 차례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예정되어 있어, 신체와 사건의 현재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전시 전경, 이건용《Body as Thought》/ © 이건용

몸의 흔적과 회화의 확장
 
이건용의 신체 기반 실험은 회화로도 확장된다. 1976년부터 시작된 ‘바디스케이프’ 연작은 화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마주하며 팔과 몸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캔버스를 바라보지 않거나 뒤로 돌아선 채 붓질하는 행위는 회화의 전통적 제작 방식을 해체한다. 화면에 남는 흔적은 의도된 재현이라기 보다 신체의 조건과 운동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 추상적 화면들은 회화의 물리성과 제작 과정 자체를 드러내며, 행위의 시간과 신체의 한계를 시각화 한다.


작가 이건용 퍼포먼스 모습 / 사진 : 페이스갤러리 서울

한국 실험미술의 중심에서
 
이건용 (b. 1942)은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의 주요 인물이자 ST(Space & Time) 그룹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홍익대학교에서 1967년 학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82년 계명대학교에서 미술교육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계엄령과 권위주의 체제가 시민권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던 시기에 그는 고도로 실험적인 작업을 전개했다. 1975년 백록화랑에서〈동일면적〉과〈실내측정〉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이벤트” 작업을 시작했고, 이후 “논리적 이벤트”, “이벤트-로지컬”이라는 개념으로 이를 체계화했다.
 
1970년대의 주요 퍼포먼스들인 논리의 장소, 릴레이 라이프, 달팽이 걸음 등은 신체를 세계 인식의 매체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통합된다. 1976년부터 전개된 ‘바디스케이프’ 연작은 이러한 탐구를 회화로 확장한 결과이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베니스 팔라초 카보토, 뉴욕 페이스 갤러리, 파리 313 아트 프로젝트, 서울과 대구의 주요 갤러리 및 미술관 전시가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 실험미술 전시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으로 순회되며 국제적으로 재조명되었다.
 
그는 파리 비엔날레(1973), 상파울루 비엔날레(1979), 광주비엔날레(2000, 2023), 부산비엔날레(2014, 2016) 등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구겐하임 아부다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리움미술관, 롱 뮤지엄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페이스갤러리 서울 모습 / 사진 : 페이스갤러리 서울

페이스 갤러리 서울

페이스 갤러리는 1960년 미국에서 설립된 국제 갤러리로, 뉴욕, 런던, 제네바, 홍콩,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에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공간은 동시대 미술의 주요 작가들을 소개하며, 한국과 국제 미술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전시 정보

전시명:《Lee Kun-Yong: Body as Thought》
기간: 2026년 2월 5일 – 3월 28일
장소: 페이스 갤러리 서울,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67
페이스 서울 홈페이지: https://www.pacegallery.com/galleries/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