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아트 1세대 작가 금기숙의 기증 특별전《Dancing, Dreaming,
Enlightening》이 2025년 12월 23일부터 2026년 3월 15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기증한 총 55건 56점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초기 ‘미술의상’ 실험작부터
대표적인 와이어 드레스, 한복 조형 작업, ‘업사이클링’ 연작, 드로잉과 아카이브 자료에 이르기까지 40여 년의 작업 궤적을 집약적으로 조망한다. 서울공예박물관 개관
이후 두 번째 대규모 기증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전시 전경 / 사진 : 서울공예박물관
정원의 하얀 매화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백매〉'. 관람객과 가장 먼저 만나는 이 전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을 통해 작품 세계에 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다. / 사진 : 서울공예박물관
의상에서
조형으로, 조형에서 공간으로
금기숙은 1990년대 초 ‘미술의상’ 개념을
한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며 의상을 조형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철사, 비즈, 구슬, 노방, 스팽글, 폐소재 등 비전통적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입는 예술(Art to Wear)”을 넘어 “패션아트(Fashion Art)”라는 독자적 장르를 정립했다.
특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선보인 피켓요원 의상〈눈꽃요정〉은 한국적 선과 구조를 바탕으로 눈의 결정과
빛의 반사를 형상화하며 세계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복의 유려한 곡선을 토대로 철사와 구슬을
엮어 만든 이 작품은 패션이 순수 조형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공공 이벤트를 통해 증명한 사례로 평가된다.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KOREA' 피켓 요원이 남북 선수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금 감독의 의상 드로잉./사진=조선DB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피켓요원이 착용한 의상. /서울공예박물관
빛과
선, 그리고 물질의 변환
전시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Dreaming”에서는 어린 시절 감꽃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던 기억에서 출발한
작업의 원형을 보여준다. 대표작〈백매〉(2024)는 가벼운
철사 구조 위에 구슬을 엮어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형상을 구현한다. 빛의 방향에 따라 미세하게 반짝이는
표면은 시간의 흐름과 생명력을 은유한다.

금기숙 작가의 폭넓은 작업 스펙트럼이 펼쳐지는 2부 전시 공간. / 사진 : 서울공예박물관
“Dancing”에서는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실험적 드레스 작업들이 소개된다. 1997년작 〈Spider
Lady – Web Dress〉는 거미줄에 맺힌 물방울에서 영감을 받아 철사와 비즈로 희망의 이미지를 직조한 작품이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국제미술의상전에 출품된〈진사 연화청자
드레스〉역시 패션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든 상징적 작업으로 자리한다.
‘Enlightening’
연작에서는 의상의
형식을 벗어나 벽과 공간으로 확장된 부조 설치가 전개된다. 철사와 비즈로 형성된 선은 조명과 만나 또
다른 그림자 이미지를 생성하며, 공간 전체를 하나의 조형 장으로 전환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버려진 철사, 은박 포장지, 빨대, 스펀지 등을 활용해 환경과 새활용의 문제의식을 병치한다.

초창기 철사를 원형으로 엮어 작업한 작품〈춤추는 에너지 II〉, 1999, 철사, 비즈, 직물. / 사진 : 서울공예박물관
전통의
선을 현재로 번역하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은 한국 복식에 대한 미학적 탐구이다. 의류직물학과 복식미학을 전공한 작가는 조선시대 복식에 표현된
미의식을 연구해 왔다. 저고리, 당의, 직령, 학창의 등 전통 복식의 선과 색, 여백을 철사와 구슬이라는 비물질적 재료로 치환한다.
곡선은 공중에
드로잉하듯 펼쳐지고, 구슬과 스팽글은 면을 채우는 색채로 기능한다. 이는
전통의 조형 원리를 현대적 매체 언어로 번역한 사례로 읽힌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눈꽃요정〉의상을 다시 조망하는 구성 역시 한국적 조형 언어가 세계 이벤트에서
어떻게 시각화되고 기억되는지를 환기한다.
패션아트의
제도화와 기록
금기숙은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 국제패션아트연맹(IFAA)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장르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이번 기증은 단순한 소장 이전을 넘어, 패션아트를
공예사와 미술사 맥락 속에서 연구·보존 가능한 공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총 16회의 워크숍과 아티스트 토크가 운영되며, 이 중 8회는 작가가 직접 참여한다. 이는 패션아트가 단지 결과물의 전시를
넘어 교육과 담론 형성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복의 기능을
넘어선 조형, 신체를 넘어 공간으로 확장되는 구조, 빛과
선이 직조하는 비물질적 장면들. 금기숙의 패션아트는 공예와 미술, 이벤트와
공공공간 사이를 가로지르며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는 그 궤적을 제도적 기록으로
남기는 동시에, 패션이라는 매체가 예술적 사유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
전시
정보
전시명:《Dancing,
Dreaming, Enlightening》
작가: 금기숙
전시 기간: 2025년 12월 23일 – 2026년 3월 15일
전시 장소: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 3층 기획전시실 및 1층 로비
주최: 서울공예박물관
홈페이지: https://craftmuseum.seoul.go.kr/exhibit/plan/view/1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