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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위켄드룸은 그룹전 《Scratching Surface》를 3월 1일까지 개최한다. 에밀
우르바넥(Emil Urbanek, 독일), 지희킴, 캐서린 존스(Katherine Jones, 영국), 김미영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각자의 언어로 이미지와 매체 ‘표면’의 관계를 살펴 이를 작품의 개념적 중심점과 연결 짓는 방식을 다룬다.
작가들은 지지체의 두께와 모양을 달리 실험하거나 필요에 따라 직접 제작하기도 하며 완결된 화면에 다다르기 위한 방법론을
세밀히 설정한다. 전시는 그 다양한 실험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유기적 전환의 순간들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사료되는 새로운 시각적 구조와 감각의 층위에 호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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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우르바넥은 프라이머가 마르지 않은 캔버스에 채에 걸러진 흑연 가루를 뿌리고, 그 위로
아크릴과 유화 물감을 얇게 올려 검은 흔적들을 번지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묘사한다. 그는 아치형의 테두리
또는 그것과 유비를 이루는 도상의 윤곽을 활용해 틀을 형성하고 그 안에 정체가 불분명한 대상들을 배치한다.
지희킴은 한 차례 가공된 화면을 표면 삼아 새로운 이미지를 제작한다. 전시장 두 층을 관통하는
〈소문은 열병이었고, 배신은
용서였다〉(2025)는 작가의 오랜 기억과 무의식에서 비롯된 일기로부터 출발한다. 내면을 잠식해 온 원인불명의 자극을 기록한 분절된 서사의 마디들은 괴담이나 신화 같은 장면으로 번역된 한 권의
펼쳐진 그림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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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존스는 일상에서 감지되는 크고 작은 사건에 촉을 세우며 이를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시각적 발화 방식을 고안한다. 작가는 주로 자연이라는 보금자리에 내면을 투영하고, 그로부터 연상되는
것들은 판화라는 고유한 방식을 활용한 추상적 풍광으로 재연한다.
김미영은 오랜 기간 화면의 내부와 외부를 잇는 표면의 역할에 천착해 왔다. 최근 작가는 스코틀랜드에
머무르며 격자나 레이스 등 다양한 패턴으로 이루어진 천 원단을 수집하고 이를 오려내기 시작했다. 그는
작업을 허공에 매달거나 상이한 리듬으로 겹쳐 내며 우발적으로 형성되는 공간감을 탐색하며, 회화의 물리적
깊이를 다변화하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참여 작가: 에밀 우르바넥, 지희킴, 캐서린 존스, 김미영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