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OVO》 ©KICHE

기체는 권아람 작가의 개인전 《OVO》를 11월 30일까지 개최한다.

권아람 작가는 미디어의 속성과 그것이 우리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왔다. 그는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가 서로를 반영하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비물질적인 디지털 이미지뿐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장치, 이른바 미디어의 물성에 주목해왔다.

미디어의 출력장치인 스크린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해온 그는, 최근 카메라와 센서 등 디지털 세계의 입력장치로 작업을 확장하고 있다.

Installation view of 《OVO》 ©KICHE

개인전 《OVO(오브이오)》는 올해 송은에서 열린 개인전 《피버 아이(Fever Eye)》의 연장선으로, 인공지능이 카메라와 센서라는 ‘눈’을 사용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주제로 한다.

전시 제목 ‘ovo’는 ‘eye’의 윗부분만 남긴 형태이자, 라틴어로 생명의 기원을 상징하는 ‘난자’를 의미한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대칭성을 전시 제목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내려 했던 시도를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간다. 이 제목은 오늘날 기계의 눈이 인간의 눈을 대체하는 현실과, 그 과정에서 ‘eye’가 ‘ovo’로 변형되는 오류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간결한 라인이 이루는 ‘ovo’의 감각적인 형태는 이 오류를 비판하기보다는 새로이 탄생한 존재를 매력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반영한다. 작가는 스크린 속 이미지와 스크린 자체의 물성을 모두 활용하여 디지털과 물리적 현실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작품을 전개해나간다.


Installation view of 《OVO》 ©KICHE

전시 《OVO》는 미디어의 물성을 감각적으로 탐구하며, 기술과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오류 속에서 새로운 감각과 존재가 태어나는 순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가상,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실험들은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조합되는 세계를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오늘날 세계를 인식하고 감각하는 방식에 작은 균열을 경험하며, 인간과 기계가 함께 만들어갈 또다른 현실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