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Cumulative Burst》 ⓒPKM Gallery

PKM 갤러리는 한국의 대표적 조각가 정현의 개인전 《그의 겹쳐진 순간들》을 12월 1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지난 30여 년 예술 궤적과 새로운 전환을 보여주는 서베이 전시로, 1991년부터 2025년에 걸쳐 제작된 조각과 드로잉 총 84점이 공개된다.

긴 시간 작가가 축적한 예술 실험을 응집하고 또 다른 도약으로 분출하는 본 개인전은 관객으로 하여금 격번의 현시대에 존재 본연의 모습과 그 본질적 가치를 숙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번 개인전 《그의 겹쳐진 순간들》에서 정현은 작업의 시작점이었던 ‘인간’으로 회귀하여 이를 다시 이어 간다. 최초 공개되는 브론즈 두상 신작에서 흙을 사방에서 힘껏 쳐 압착한 형상은 강하게 다져진 내면의 에너지를 상기시키는 한편, 백색 표면은 다른 것이 더해지지 않은 인간 본연의 상태를 환기시킨다.

Installation view of 《The Cumulative Burst》 ⓒPKM Gallery

인물상의 두 눈 속에는 지나간 삶의 무수한 장면들이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본관 전시장에 리드미컬하게 배치된 1990년대 초–2000년대 중반의 두상 조각들은 인간 존재가 겪어낸 삶의 시간과 굴곡을 성찰하게 한다.

전시장에 함께 놓인 숯 조각은 2019년 고성 산불 당시 타버린 나무로 제작한 작업으로, 작가는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다한 나무를 죽은 몸을 화장(火葬)하듯 다시 불로 정성스레 다듬었다. 나아가 이와 같은 장례 행위를 얼굴을 단장하는 화장(化粧)으로 확장하여, 작업의 몸체에 흰 분을 입히듯 마지막 모습을 매만졌다.

그리고 전시장 전관 곳곳에 펼쳐진 드로잉들은 대부분 석탄이나 석유를 증류할 때 생기는 찌꺼기인 콜타르를 사용한 작업들로, 작가의 몸짓과 감정, 사유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The Cumulative Burst》 ⓒPKM Gallery

정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금호미술관, 김종영미술관, 파리 팔레 루아얄 정원 등에서 열린 20여 회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시를 개최했다. 2024년 제2회 김복진미술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제28회 김세중조각상,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04년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상 등을 수여 받은 바 있다. 그의 작업은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서울대미술관 등 유수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