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의 미그로스 현대미술관(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에서 한국 작가 양혜규(Haegue Yang) 의 대규모 개인전
《Leap Year》가 진행되고 있다.
《양혜규: 윤년(Leap
Year)》 전시 전경, 미그로스 현대미술관(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 2025. 사진: 스튜디오 슈투키(Studio Stucky).전시는 2025년 9월 27일에 개막해 2026년 1월 18일까지 이어지며, 작가의
지난 20여 년간 주요 작업과 신작을 아우르는 회고전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는 런던 Hayward Gallery와 로테르담 Kunsthal Rotterdam에서의 순회 이후, 유럽 투어의 마지막
여정이다.
《양혜규: 윤년(Leap Year)》 전시 전경, 미그로스 현대미술관(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 2025. 사진: 스튜디오 슈투키(Studio Stucky).《Leap Year》— 시간의 보정, 경계의 인식
전시 제목《Leap
Year》는 ‘윤년(leap year)’ 개념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4년에 한 번
‘보이지 않는 하루’를 삽입해 시간을 조정하듯, 양혜규는 세계의 불균질한 시간과 문화의 간극을
감각적으로 조율하는 예술적 행위를 탐구한다.
그에게 ‘윤년’은 단순한 시간의 조정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감정의 불균형을 회복하려는
인간적 시도의 은유다.

《양혜규: 윤년(Leap Year)》 전시 전경, 미그로스 현대미술관(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 2025. 사진: 스튜디오 슈투키(Studio Stucky).
《Leap Year》는
시간의 불균형, 이동, 그리고 감각의 경계를 매개로 동시대미술이
다룰 수 있는 인식의 폭을 확장한다.
양혜규는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며, ‘이주(migration)’, ‘혼종성(hybridity)’, ‘감각적 언어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가 쌓아온 조형 언어의 집약판이자, 경계와
이동, 그리고 불연속성 속의 조화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다.
감각으로 사유하는 공간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신작 〈Sonic
Droplets in Gradation – Water Veil〉(2024)은 이번 전시의
상징적 작품이다.
금속 벨로 이루어진 커튼형 설치작으로, 관람객이 그 사이를 통과할 때마다 미세한 진동음이 울려 퍼진다.
소리와 움직임은 시각보다 촉각적 감각을 자극하며, 경계를 통과하는 경험 자체가 작품의 일부로
작동한다.
《양혜규: 윤년(Leap Year)》 전시 전경, 미그로스 현대미술관(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 2025. 사진: 스튜디오 슈투키(Studio Stucky).전시장 곳곳에는 블라인드, 건조대, 손뜨개실, 금속구 등 작가가 오랫동안 다뤄온 일상적 소재들이 낯설게
재배치되어 있다. 기능적 사물은 그 역할을 잃고, 조각적
구조로 변형되며 “익숙한 것의 낯섦”을 유도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물질의 언어와 인간의 감각 사이의 관계, 즉 ‘보는 행위’와 ‘몸의 지각’이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양혜규: 윤년(Leap Year)》 전시 전경, 미그로스 현대미술관(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 2025. 사진: 스튜디오 슈투키(Studio Stucky).큐레이터 라파엘
슈투키(Raphael Stucky)는 “양혜규의
작업은 언어, 신체, 기억 사이의 간극을 번역하는 조형적
언어이며, 시각보다 청각과 촉각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시각에서 청각으로, 오브제에서
신체로 이동하는 이 전시는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또 다른 방법—감각을 통한 사유—을 제시하며, 한국 작가의 예술이 세계적 언어로
소통하는 지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미그로스 미술관 / Photo: 오큘라미그로스 미술관
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은 스위스 현대미술의 중심 기관으로, 실험적 전시와 사회적 비평성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료 입장(Free
Entry)’ 정책을 유지하며, 동시대 예술의 공공성과 접근성을 강화해왔다.
《Leap Year》는
이러한 기관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양혜규의 작품이 보여주는 ‘감각의
민주화’, 즉 시각 중심의 전통적 미술 감상에서 벗어나 신체적 경험과 청각적 공간을 중시하는 태도는
미그로스 미술관의 전시 방향성과 긴밀히 호응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유럽 내 여러 기관이 협업하여 한국 작가의 세계관을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드문 사례로,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적 담론 속에서 독립적 위상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그로스 미술관은 2019년에는 문경원 & 전준호의 공동 프로젝트 《The End of the
World and the End of the World》을 개최해,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사회적 상상력을 다룬 대규모 영상·설치 작업으로 호평을 얻었다.

양혜규 작가. 사진: 안천호 ©국제갤러리
작가 소개
양혜규 Haegue
Yang (b. 1971, 서울)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Städelschule)에서 수학했다.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베니스 비엔날레(2009, 2015), 도쿠멘타 13(2012), 테이트 모던, 샤르자 비엔날레, 시카고 MCA, 뉴욕 MoMA 등
세계 주요 기관에서 전시했다.
그의 작품은 개인과 사회, 공적
· 사적 공간, 산업적 재료와 감성적 체험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며, 대표작으로는 〈Series of Venetian
Blinds〉, 〈Sonic Figures〉, 〈The Intermediate – Uninhabited House
Series〉 등이 있다.
전시 정보
전시명: 《Haegue Yang: Leap Year》
기간: 2025. 9. 27 – 2026. 1. 18
장소: 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 Zürich
기획: Raphael Stucky
협력기관: Hayward Gallery (London), Kunsthal Rotterdam (Rotterdam)
공식 웹사이트: migrosmuseum.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