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체는 성북동 새 공간에서의 첫 전시로 김대운, 김지용 작가의 2인전 《내가 아닌 모든 것》을 8월 2일까지 개최한다.
《내가 아닌 모든 것》은 표면적으로 ‘나’의 바깥을 지시하지만, 이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머리 속에선 오히려 ‘나’라는 존재를 부각해 떠올리게 하는 역설과 연관된다. 따라서 여기서 언급되는 ‘내가 아닌 것들’은 곧 ‘나의 모든 것들’을
가리킨다.
두 작가는 성소수자 친구들이나, 아버지를 모델로 삼고 있어 작업의
방향이 ‘관찰자로서’ 다른 대상을 살피고 담아내는 데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들이 견지하는 작업방식과 태도는 3인칭이
아니라 오히려 대상과의 거리를 좁혀 동일시하는 것에 더 가깝다.

김대운과 김지용에게 ‘대상과의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는 일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김대운이 성수자로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주변인들을, 김지용이 존재론적 정체성을 부여해준 아버지를 모델로 선택하고 있는
점에서 그 정서적 거리는 매우 가깝다.
이 때문에 작업실 한 켠에 서거나 앉은 ’그‘는 만들기, 그리기의 대상이면서 ‘나’의 자아를 투사하는 거울이다. 이제 그의 몸은 나의 몸이고, 그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다. 또한 작품 형식이나 방법론이
각기 다름에도 이렇듯 작업과정에서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하나로 연결된 ‘나’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두 작가의 작업에서 눈에 띄는 점이다.

김대운, 김지용은 그 방법론은 서로 다르지만,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드러낸다. ‘형상’을 중심으로 도자, 회화라는 전형적인 형식을 작업의 주무대로 삼되, 그 틀에 과도하게 갇히지 않는다. 작가들의 그런 접근은 뻔한 형식, 서사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더 나답게 드러내고, 담아낼 수 있는 형식언어를 찾으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따라서, 그 투박하고, 솔직한
생각, 몸짓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경쾌한 리듬을 타는듯 유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