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Au fond de》 ©KICHE

기체는 김남, 김명주 작가의 2인전 《Au fond de: 내 깊은 곳》을 11월 5일까지 개최한다.

두 작가는 인물을 다룬다. 그 인물 또는 신체는 분명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벗은 몸의 무표정한 인물(혹은 군상)이거나 피부가 녹아 내린 얼굴, 몸에서 떨어져 나온 부분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장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소들은 이렇듯 의식적으로 배제돼 있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다루는 매체나, 자신의 특징적인 기법을 강조해 드러내면서 동시에 내면 깊은 곳을 안내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음에 주목한다.

Installation view of 《Au fond de》 ©KICHE

김남의 작업과정은 붓질의 추상적 형태에서 시작된다. 내면에 스민 감정,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색을 채우고 나면 (그의 표현대로) 물컵에 떨군 잉크 방울이 퍼져 나가듯 화면에 인물의 형태가 점차 드러난다. 그는 그림 속 장면의 중심 인물을 둘러 싼 군중을 묘사함에 있어 조선시대 민화나 혜원(蕙園)류의 풍속화와 중세 유럽 종교화에서 유사하게 발견되는 ‘익살’에 주목하고 자신 회화의 한 축으로 삼는다.

그녀는 벗은 중간자적 신체를 통해 문화, 인종, 젠더 등 한 개인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외피를 걷어내고 인간 자체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사유한다. 이는 미국과 한국에서 나고 자란 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작가로 정착하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낯선 환경을 오가며 겪어야 했던 혼란스러움, 그 이질적인 다양성 안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수용해온 경험에 맞닿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Installation view of 《Au fond de》 ©KICHE

김명주의 살갗이 녹아 내린 얼굴, 핏기 어린 파편으로 허공을 떠다니는 신체는 그녀 내면에 비친 ‘물그림자’다. 그것은 복합적인 관계에 얽힌 한 인간으로서 마주하게 된 상실, 고립의 경험이 마음 깊은 곳에 남긴 자연스런 정서를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작가의 제작 방식은 흙을 매만져 얼굴, 신체, 식물 등의 형태를 만들고 그늘에 말린 후 유약을 발라 전기가마에 넣고 원하는 형태와 미감에 도달할 때까지 여러 차례 구워 낸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 방식은 표면이 매끄러운 완결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1천도 이상의 열기에 닿아 흐물흐물 흘러내린 불완전한 형태를 집요한 반복의 과정으로써 좇는다.

그리고 도조 작업과 함께 틈틈이 병행하고 있는 드로잉, 회화는 같은 감정, 정서라도 그 적용하는 매체, 재료, 기법에 따라 다르게 표출되는 것에 집중한다. 특히 과슈 드로잉들은 작가에게 짧지 않은 작업 시간이 물리적으로 요구되는 도조, 회화 작업과 달리 보다 감정을 누르거나 응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