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Fever Eye》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Photo : Jihyun Jung

송은은 제21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 권아람의 개인전 《피버 아이(Fever Eye)》를 8월 9일까지 개최한다.

권아람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에 관한 비판적 고찰을 바탕으로, 스크린 속 이미지에 집중하는 일상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스크린이라는 대상을 탐구해왔다. LED, 스크린, 영상 및 사운드를 활용한 미디어 설치 작업을 통해 감각의 혼란과 인식의 전복을 유도하는 작업을 선보인 작가는 《제21회 송은미술대상전》(2021-2022)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3년 만에 송은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권아람은 기계의 눈은 밝아지고 인간의 눈은 어두워진 실상 아래, 기술에 이끌린 미래가 현재의 시스템을 과열시키는 양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전반의 부작용을 감각의 지형으로 살핀다.

도시 곳곳을 검열하는 CCTV, 자율주행의 눈이 되는 LiDAR 센서, 이미지 학습을 위한 데이터셋 훈련 등 물리적 현실을 이미지 데이터화해 기술의 토대로 삼는 현재의 과잉된 시지각 현상이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추동하는지 질문하고자 한다.

Installation view of 《Fever Eye》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Photo : Jihyun Jung

전시 제목과 동명의 신작 〈피버 아이〉(2025)는 이번 전시 전반을 관통하는 주요 작업으로, 정보와 상품, 기술과 자본의 결탁으로 경계가 모호해진 생태계에서 출구 없는 플랫폼과 채널 안을 유영하는 인간을 포착한 데서 출발한다. 3층 전시장을 둘러싼 LED 패널은 스크린 상 오류의 기호이자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강렬한 붉은색을 내세워 과열된 현재를 함의적으로 제시한다.

대상을 수상했던 《제21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선보인 〈월스〉(2021)는 작가가 처음으로 LED 패널을 도입한 작업으로, 조각난 스크린에 거울을 결합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망의 과녁이 된 스크린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했다.

Installation view of 《Fever Eye》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Photo : Jihyun Jung

이번 전시 지하 2층에서 선보이는 〈백룸스〉(2025)는 전작 〈월스〉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되는 작업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감각의 혼란을 구현한다.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무한하고 비좁은 공간을 일컫는 인터넷상에서 생성된 도시괴담인 ‘백룸(The Backrooms)’에서 착안해 익숙한 공간의 반복과 왜곡, 출처 없는 이미지의 누적이 만들어내는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의 정서를 송은 지하 전시장에 형상화한다.

이로써 작가는 영혼 없는 미디어가 감각과 인지, 이성과 정서를 통제하는 세계의 구조를 시각화하고, 언제든 오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심리적 의심을 조형적으로 빚어낸다. 작가에게 스크린은 단순한 이미지 투사 장치가 아닌, 감각의 충동과 의미의 해체가 발생하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장소로 사유된다. 스크린은 납작한 화면 안에서 쉼 없이 수동적으로 이미지를 실어 나르는 운반구에 한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욕망이 매개되는 격동의 현장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