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sub, text》 ©Hakgojae Gallery

학고재 갤러리는 김은정 작가의 개인전 《말, 그림》을 11월 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학고재에서 두 번째로 여는 개인전으로, 회화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김은정은 언어로는 끝내 발화되지 못하고, 그림으로도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 미묘한 지점을 탐구한다. 감각과 사유, 상상과 정서를 회화라는 매체에 담아내며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그의 회화는 고정된 형상이나 단일한 서사로 환원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겹쳐지고 확장되는 과정 자체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과정적 성격을 집약적으로 선보이며, 언어와 감각, 현실과 상상 사이의 틈을 어떻게 드러내고 사유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Installation view of 《sub, text》 ©Hakgojae Gallery

김은정은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 프레임 안과 밖,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틈을 응시하며, 시각적 서사와 개념적 사유를 동시에 불러낸다. 따라서 단일한 주제나 명확한 서사를 제시하기보다는, 작품 속에 자리한 간극과 여백, 불확정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그 틈을 따라가며 지각과 존재의 조건을 경험하고, 변화와 지속,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감각적 층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결국 《말, 그림》은 ‘그림을 통한 말하기’이자, ‘말 너머의 그림’을 향한 시도다. 이는 동시대 회화가 여전히 마주하는 근본적 과제를 환기시키며, 회화적 언어의 지속적인 가능성을 탐색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