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6” 후원작가 선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올해의 작가상 2026”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선정된 작가들이 각자의 작업 영역에서 유의미한 성취를 축적해왔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개별 작가의 역량이나 작품의 질에 있지 않으며, “올해의 작가상” 이라는 국가 대표 제도가 어떠한 기준과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공공기관의 책임과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고 있는지에 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동시대 한국 미술의 대표 기관으로서 국내 제도 권위를 생산하는 역할을 넘어, 한국에서 생산된 미술적 가치를 국제 무대에 전략적으로 제시하고 확장하는 기능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올해의 작가”라는 명칭이 요구하는 대표성의 조건
 
“올해의 작가상”이라는 명칭은 단순한 지원 사업이나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을 넘어, 일정 시점에서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성취를 공적으로 표지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함의를 갖는다. 그러한 명칭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최근 수년간의 작가적 성취가 동시대 한국 미술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대표하거나, 최소한 그 지형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의 공공적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올해”라는 시간 표지에 부합하려면 당해 연도 혹은 직전 몇 년의 성과가 한국 미술의 동시대적 대표성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 가능한 판단 구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제도는 ‘올해의 작가’가 어떤 층위를 지칭하는지, 즉 장기적 성취를 축적한 작가를 공인하는 제도인지 혹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작가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인지가 충분히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으며, 이로 인해 명칭과 기능 사이에서 구조적 불일치가 반복되는 인상을 준다.
 
“올해의 작가상”이 본보기와 샘플을 제시하는 제도라면, 일정 정도의 축적된 경력과 영향력을 검증받은 작가들이 제도의 상징성을 뒷받침하는 방식 또한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심사 구조의 불투명성이 초래하는 제도 신뢰의 약화
 
국가 대표 미술관이 운영하는 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결과의 권위가 아니라 과정의 신뢰이며, 그 신뢰는 심사 구조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현재 제도에서는 심사위원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 후보군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는지, 평가 항목이 무엇이며 각 항목이 어떤 방식으로 판단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선정 결과가 공적 판단의 필연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미술관 권력이 보유한 네트워크와 관성에 의해 좌우되는 내부 합의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이는 특정 작가의 선정 여부를 넘어, 국립기관이 행사하는 상징 권력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연결되며, 제도의 신뢰 기반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동한다.
 
 
 
장기 전시 운영이 만들어내는 기회 배분의 불균형
 
《올해의 작가상 2026》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약 4개월 반에서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진행되는 점은 공공 전시 인프라의 운영 원칙 차원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으로서 한정된 공간과 예산, 인력 자원을 다양한 작가와 담론에 배분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따라서 특정 4인의 프로젝트에 장기간 공간을 집중 배정하는 방식은 동일한 기간 동안 다른 작가들에게 돌아갈 기회와 공공적 접속면을 상대적으로 축소시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기회 배분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장기 전시가 밀도 있는 제작과 관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되더라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작가 풀과 전시 수요가 이미 충분히 커진 현실에서 이러한 장기 점유형 모델이 공공적 효율성과 시대 적합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은 불가피하다.
 
 
 
권력의 자기 재생산 구조와 공공 플랫폼으로서의 책무
 
문제의 핵심은 ‘선정된 작가들이 좋은가’라는 수준의 평가가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제도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상징 자본을 생산하고 순환시키는가에 있다.
 
후보 추천, 심사, 전시 기회 배분, 담론 생산이 제한된 제도권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될 때, 제도는 동시대 미술의 역동성을 반영하는 공공 플랫폼이 아니라 권위의 자기 확인 장치로 축소될 위험을 갖게 된다.
 
특히 ‘올해의 작가상’이 공공기관의 제도적 승인과 전시 자원을 결합해 강한 상징성을 형성하는 구조라면, 그만큼 제도는 외부에서 검증 가능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운영 방식은 개방성과 설명 가능성을 중심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국립현대미술관 운영 인력과 시스템이 변화한 환경에 비해 과도하게 관성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인상을 강화시키며, 시대적 요구에 대한 대응 역량을 묻게 만든다.
 
 
 
국제성 확보의 책무와 국내 순환 구조의 한계
 
지금 한국 동시대 미술을 둘러싼 국제 환경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리한 기회 창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미술 시장의 아시아 재편, 한국 작가에 대한 국제 기관과 시장의 관심 증대, 디지털 기반 담론 유통 구조의 확장 등은 한국 미술이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 미술계의 언어와 네트워크 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국내 전시 중심의 순환 구조에 머물며 제도 권위를 국내에서만 소비한다면, 이는 국가 대표 기관이 수행해야 할 국제적 책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국제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해외 유명 작가의 수입 전시를 확대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생산된 미술적 성취를 국제 담론 구조 속에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그 가치가 지속적으로 번역·유통·축적되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의 작가상”이 갖추어야 할 실질적 국제 프로그램의 기준

“올해의 작가상”이 국가 대표 제도로서 국제적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정 자체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이 제도 내부에 내장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선정 작가 전시를 해외 미술관 및 비엔날레와 공동 기획 형태로 연계하거나, 국제 큐레이터와 비평가를 구조적으로 참여시키는 리서치·세미나·라운드테이블을 제도화하여 담론 생산과 네트워크 확장을 동반하도록 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또한 영문 비평·연구 텍스트의 체계적 생산과 유통,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정비, 선정 이후 3–5년 단위로 작가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중장기 트랙 설계는 ‘국내 수상’이 ‘국제적 포지셔닝’으로 이어지기 위한 최소 조건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전시 기간과 공간 운영 방식 역시 공공적 효율성과 국제 전략을 함께 고려하여 재조정될 필요가 있으며, 장기 점유형 모델이 필수라면 그에 상응하는 국제적 파급 효과와 공공성 근거가 동시에 제시되어야 한다.
 
 
 
결론: 제도의 유지가 아니라 구조의 현대화가 쟁점이다

선정된 작가들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공적으로 승인하는 제도 구조가 동시대적 요구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묻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의 작가상"이 한국 동시대 미술의 동력을 확장하는 제도로 기능하고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심사 구조의 투명성, 전시 자원의 공공적 배분 원칙, 내부 운영 구조의 현대화, 그리고 국제 전략의 제도화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동시대 미술의 국제화를 준비하고 실제로 리드해 나가야 할 최고 수준의 기관이며, 그 위상은 안정적 반복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환경에 맞춘 구조적 혁신을 통해 강화된다.
 
결국 지금 필요한 질문은 누가 선정되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기준과 절차로 선정하며, 그 성취를 어떤 전략으로 세계에 제시할 것인가에 있으며,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실행 설계가 제시될 때 “올해의 작가상”은 비로소 이름에 걸맞은 제도적 설득력을 회복할 수 있다.

김종호는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였다. 1996-2006년까지 갤러리서미 큐레이터, 카이스갤러리 기획실장, 아트센터나비 학예연구팀장, 갤러리현대 디렉터, 가나뉴욕 큐레이터로 일하였고, 2008-2017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 뉴욕,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총괄 디렉터로서 뉴욕에서 일하며 한국 동시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였다. 2017년 귀국 후 아트 컨설턴트로서 미술교육과 컬렉션 컨설팅 및 각 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21년 에이프로젝트 컴퍼니 설립 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플랫폼 K-ARTNOW.COM과 K-ARTIST.COM 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