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a Kim Gallery는 2026년 3월 12일부터 4월 25일까지 고(故) 강서경(1977–2025)의 개인전《Our Spring》을 개최한다.


전시 포스터 / 사진 : 티나 킴 갤러리

이번 전시는 작가의 갑작스러운 별세 1주기를 맞아 열리는 자리로, 그녀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기리는 추모이자 헌정의 의미를 지닌다. 전시에는 작가 생애 마지막 10여 년간 제작된 주요 조각 및 평면 작업이 함께 소개되며, 강서경의 대표적 연작 일부가 뉴욕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본 전시는 2023년 리움미술관과 2025년 덴버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주요 개인전 이후 이어지는 자리로, 그녀의 작업이 지닌 지속성과 국제적 공명력을 다시금 조명한다.


《강서경: Willow Drum Oriole》전시 전경, 2023, 리움미술관. 사진: 홍철기. 리움미술관 및 강서경 스튜디오 제공.




《강서경: Mountain—Hour—Face》전시 전경, 덴버 현대미술관, 2025년 2월 21일–5월 4일. / 사진: 웨스 머자르(Wes Magyar).

강서경에게 예술은 개인이 세계 안에서 어떻게 ‘자리’하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자리(jari)’—곧 ‘장소’, ‘좌석’, ‘영역’을 뜻하는 한국적 개념—에 깊이 뿌리를 둔다. 전통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고정된 풍경의 재현을 넘어, 신체와 균형을 통해 정의되는 ‘체험된 풍경’으로 이를 전환하였다. 강철과 알루미늄 같은 산업 재료와 비단, 실, 한지와 같은 유기적 재료를 병치하며, 그는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기준으로 한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작품의 규모는 종종 작가가 직접 들어올리고, 옮기고, 감쌀 수 있는 범위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 결과, 그의 오브제는 기념비적 구조물이 아니라 인간의 움직임과 균형, 상호 의존을 섬세하게 확장하는 존재로 자리한다.


〈Mountain — hours〉작품들 / 사진 : 티나 킴 갤러리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설치작품〈Mountain–hours〉가 놓인다. 여러 점의 알루미늄 모빌과 함께, 해당 조각에서 영감을 받은 시를 작가가 한국어로 낭독한 음성이 공간을 채운다. 서로 다른 높이에서 부유하거나 바닥을 스치듯 움직이는 모빌은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과 상호작용하며 천천히 회전한다. 두드리고 구부려 형성된 알루미늄 표면은 산맥의 능선이나 수묵의 붓질을 연상시키며 빛을 반사한다.

이 설치는 시각과 청각이 교차하는 공감각적 환경을 형성하며, 관람자가 단순히 ‘보는’ 풍경이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체험하는’ 진경(眞景)을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hours’는 시간의 경과와 반복을 가리키는 동시에, ‘ours’와의 동음적 울림을 통해 공유된 공간과 공동의 경험을 암시한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전시모습, 사진 홍철기, 강서경 스튜디오, 리움미술관 제공

전시에는 ‘Jeong–step’ 과 ‘Mora–nuha’ 연작의 주요 작업도 포함된다. 〈Jeong–step〉은 15세기 한국 음악 기보 체계인 “정간보(井間譜)”를 참조한 격자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목재 프레임 안에 비단 실을 엮어 구성된 화면은 전통 회화 재료의 섬세함과 건축적 구조의 긴장감을 결합한다. 다양한 색조의 층위가 격자 내부에서 미묘한 색면을 형성하며, 격자는 서사를 기록하고 움직임을 조직하는 유연한 악보로 기능한다.


〈Jeong–step #11〉, 2023–2024, 비단에 채색, 한지에 배접, 실, 목재 프레임, 110 × 80 × 6 cm. / © 작가. 사진: 티나 킴 갤러리

〈Jeong #07〉, 2023–2024, 비단에 채색, 한지에 배접, 실, 목재 프레임, 160 × 160 × 6 cm. / 사진: 티나 킴 갤러리

‘Mora–nuha’ 연작은 시간을 물질로 응축한 작업이다. “모라(mora)”는 음절보다 작은 언어 단위를 뜻하며, 각 작업은 시간 경험의 독립된 단위를 상징한다. 서울 누하동 작업실에서 제작된 이 작품들은 아크릴 패널 위에 과슈와 먼지를 층층이 축적해 구성되었다. 이는 작가의 일상적 회화 행위 속에서 발생한 물질적 잔여를 포착한 결과로, 보이지 않는 시간의 무게를 저장하는 표면을 형성한다. 이는 개인의 무대를 상징하는 ‘매트(mat)’ 연작과도 개념적으로 연결된다.


(좌) 〈Mora 55 × 40 — Nuha #29〉, 2014–2024, 과슈, 먼지, 아크릴 패널, 종이에 배접한 비단, 은박 프레임, 55 × 40 × 6 cm.
(우) 〈Mora 55 × 40 — Nuha #30〉, 2014–2024, 과슈, 먼지, 아크릴 패널, 종이에 배접한 비단, 은박 프레임, 55 × 40 × 6 cm. / 사진: 티나 킴 갤러리.

이들 작업은 인간 존재의 균형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집약한다. 홀로 서기 위해 필요한 긴장과, 동시에 서로에게 기대야 하는 조건을 함께 사유하는 구조 속에서, 강서경의 작업은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조형적으로 탐구한다.
 
 
 
강서경의 작품세계
 
강서경(1977, 서울 – 2025, 서울)은 회화, 조각, 영상,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리서치 기반의 작업을 통해 개인이 사회 안에서 점유하는 ‘자리’의 개념과 그 공간적·사회적 의미를 탐구해온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신체가 세계 속에서 어떻게 위치하고 균형을 이루는지를 조형적으로 사유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통 한국화 교육을 바탕으로 한 그는 한국 전통 회화와 음악, 특히 15세기 음악 기보 체계인 “정간보(井間譜)”의 격자 구조를 공간적·사회적 조직 원리로 전환해왔다. 정간보의 격자는 시간과 리듬을 시각적으로 구조화하는 장치로서, 그의 작업 안에서는 벽에 기대거나, 균형을 이루거나, 돌출되는 입체적 형식으로 번역된다. 이러한 구조물은 전시장 안에서 하나의 조형적 단위로 존재할 뿐 아니라, 영상이나 퍼포먼스를 통해 다시 활성화되며 신체적 행위와 결합된다.
 
강서경은 또한 전통 궁중무용에서 사용되던 “화문석(花紋席)”—한국 장인이 엮어 만든 자리—을 작업에 도입함으로써, 사회 속 개인에게 허용되는 최소 공간의 단위를 상징적으로 제시했다. 격자, 자리, 매트와 같은 단위들은 반복과 증식을 통해 하나의 시각적 악보를 구성하며, 개인의 행위가 축적되어 집단적 의식의 가능성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산업 재료(철, 알루미늄 등)와 전통 재료(비단, 한지, 직조 매트 등)의 병치는 단순한 물질적 대비를 넘어, 시간과 기억, 노동의 축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복과 축적, 균형과 긴장은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원리이다. 기념비적 스케일 대신 신체적 비례와 체험적 감각에 기반한 공간을 제안함으로써, 강서경은 동시대 조각과 설치가 지닌 공간 개념을 재정의해왔다.


강서경 작가 생전 모습 / 사진출처 : 한국일보

강서경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여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런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8년 아트 바젤에서 발로이즈 아트 프라이즈(Baloise Art Prize)를 수상했으며, 수상 작품은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Mudam Luxembourg)에 소장되었다.
 
그는 북서울미술관(2019–2020), Mudam Luxembourg(2018), ICA 필라델피아(2018)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2019), 상하이 비엔날레(2018), 광주 비엔날레(2018), 리버풀 비엔날레(2018) 등 주요 국제 전시에 참여했다. 또한 리움미술관은 2024년 전시《Willow Drum Oriole》을 통해 그의 작업을 조명한 바 있다.
 
강서경의 작업은 개인의 최소 단위로부터 출발해, 그것이 어떻게 관계와 공동성의 구조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그의 조형 언어는 ‘자리’라는 개념을 매개로, 신체와 공간, 시간과 사회를 교차시키며 동시대 미술에서 관계적 존재에 대한 사유를 심화시켜왔다.


티나 킴 갤러리 / 사진: 티나 킴 갤러리 홈페이지

티나 킴 갤러리 소개

Tina Kim Gallery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갤러리로, 한국 및 아시아 현대미술을 국제 무대에 소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01년 설립 이후 단색화와 동시대 작가들을 아우르는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확장해왔다.
 
갤러리는 미술사적 맥락과 동시대 담론을 연결하는 기획을 지속해왔으며, 주요 미술관 및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작가들의 장기적 연구와 전시를 지원한다. 강서경의 이번 개인전은 갤러리의 이러한 방향성과 맞닿아 있으며, 작가의 작업을 글로벌 맥락에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된다.
 
 

전시 정보
 
전시명: 강서경《Our Spring》
기간: 2026년 3월 12일 – 4월 25일
장소: Tina Kim Gallery
위치: 525 West 21st Street, New York, NY
웹사이트: https://www.tinakimgall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