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of 《Letters from Yesterday》 ©ThisWeekendRoom
디스위켄드룸은 국동완 작가의 개인전 《수면으로부터》를
3월 14일까지 개최한다.
국동완은 개인의 무의식을 통하여 연결되는 현실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곱씹으며 십여 년 전부터 그가 꾼 꿈을 일기로
기록해 왔다. 손 글씨로 적어 내려간 몇 날 며칠의 일기와 꿈 사이에는 언제나 낙차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낱장은 꿈꾼 이가 목도한 것부터 사사로운 주변까지 모두 담고 있는 완결된 세계처럼 지각된다.
작가의 작업에서 언어는 의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이를테면 특정
기호로 해독되기보다 추상화된 문자와 기하학적 형상으로 치환된 흔적으로 존재한다. 실상 꿈은 말로 정리되기
이전의 감각이며, 기록되는 순간 이미 부분적으로 소실된다.

Installation view of 《Letters from Yesterday》 ©ThisWeekendRoom
작가는 소실되거나 잊힌 꿈들과 작별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자연스레 죽음을 상기시켰다. 이에 본 전시에서는 책의 형태로 제작된 꼭두를 선보인다. 꼭두란
한국 전통 장례에서 상여를 장식하던 나무 인형이자 망자를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길잡이를 가리킨다. 그의
꼭두는 책의 형식을 빌린 자화상과도 같아서 관람자로 하여금 고요하고도 소란한 무의식의 지대로 무사히 진입하도록 이끈다.
국동완은 내연의 잔물결을 더듬으며 아득하게 해묵은 미결의 대상들을 마주해 보기로 한다. 이내 그는 꿈을 물의 물성으로 여기고, 종이라는 그물을 이용해 심연의
강 아래 서식한 이들을 하나둘씩 퍼 올리기 시작했다. 맑은 물에 잉크를 풀어 조색한 다음 날카로운 송곳으로
이미지를 새긴 용지를 담가 염색하는 식이다.

Installation view of 《Letters from Yesterday》 ©ThisWeekendRoom
할퀸 자국에 안료가 스미고, 꺼내어 건조하는 동안 종이는 송곳에 긁힌
표피 위로 머금은 잉크를 내뱉는다. 솟아오른 액체가 마른 자리 이면에 머지않아 크고 작은 멍울이 지는데, 이를 조용히 기다리다가 손수 닦아내는 일련의 과정은 그 자체로 상처와 치유의 반복이다.
작가는 잉크가 번지는 모양을 관찰하며 유난히 지워지지 않아 끈질기게 딸려 오는 얼굴과 장면들을 묵상한다. ‘에피스트로피’ 연작은 그러한 태도를 반증하듯이 어딘가 비슷한 도상들을
반복해서 제시하는데, 동시에 제가끔 다른 무늬와 얼룩을 지닌 이들은 엇갈리는 파동으로 공간을 잠식한다.
이는 반복해서 꾸는 꿈일지언정 결코 동일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그렇게
수면 너머로부터 건져 낸 탁본에는 나, 언니, 동생, 태아, 하얀 비둘기, 숲, 나무 덩굴, 호박, 버섯, 초롱꽃, 달, 집, 마을, 사원, 책, 구슬, 양초, 낙서 등이
등장해 가상의 풍경을 이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