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상반기 미술시장 규모는 지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여전히 침체된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대표 미술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을 비롯한 국내 8개 경매사의 총거래액은 약 917억 원으로 작년 811억 원보다 13% 증가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미술시장의 호황기라 불리던 2022년도(1천446억 원)와 비교했을 때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페어에서도 소위 말하는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 거래량이 주춤하는 경향을 보였다.
7월 옥션 동향
하반기가 시작되며, 미술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나타났다. 서울옥션은 메이저 경매를 라이브로 하루 진행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아트 라이프 밸런스(A-L-B)’ 라는 이름의 경매를 DAY1에는 라이브로, DAY2에는 온라인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하는 변화를 주었다. DAY1 라이브 경매에서는 초고가 주류 23점이 출품했고, 11점이 낙찰되었다.
그중에서 프랑스 보르도 명품 와인인 페트뤼스(Petrus) 2004년, 2005년산 두 병이 1800만 원에 낙찰되었다. DAY2 온라인 경매는 에르메스와 샤넬 등의 명품 가방과 한스 베그너의 디자인 가구가 출품되었다. 쿠사마 야요이와 루이비통의 콜라보 가방이 450만 원에, 아야코 록카쿠의 그림이 담긴 러그가 900만 원에 낙찰됐다.
이처럼 미술품 외에 고가의 주류, 명품, 주얼리, 가구 등 다양한 품목들을 경매에 포함하는 데에는 미술시장 침체기 속에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는 시도라 볼 수 있다.
전시전경 ©조현화랑
케이옥션의 경우, 기존의 경매 방식은 유지하되 경매에서 만나볼 수 없던 희소가치의 작품을 출품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 주인공은 김윤신 작가의 회화 <내 영혼의 쉼>(2014)으로, 국내 경매에서 김 작가의 조각품이 드물게 출품된 적은 있으나 회화 작품이 출품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900만 원에서 시작한 작품은 치열한 경합 끝에 추정가 상단인 6000만 원을 넘겨 6400만 원에 현장 고객에게 낙찰되었다.
이번 경매를 통해 김윤신 작가의 회화가 갤러리나 아트 페어와 같은 1차 시장뿐만 아니라 2차 경매시장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올해 3~4월에 국제 갤러리에서 열렸던 작가의 개인전이 이번 경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7월 갤러리 및 페어 동향
7월에 열린 갤러리 전시 중 가장 눈 여겨 볼 만한 곳으로는 탕 컨템포러리의 우국원 개인전이 있다. 7월 20일에 열린 《나의 우주; My Universe》 전에는 30여 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오랜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평균 크기가 100호 내외로 150호 이상도 있는, 대작 위주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우국원 작가는 미술계 불황에도 여전히 미술시장에서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고가에 거래되는 작가이다. 2021~2022년 국내 미술시장의 역대급 호황기 때 떠올랐던 30~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중에도, 우국원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흐름과 별개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억대의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또한 끊이지 않는 수요로 인해 구매를 위해선 긴 대기를 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이처럼 우국원과 같이 단단한 입지를 다져둔 작가는 미술 시장의 상황과는 무관하며, 꾸준한 수요로 인해 가격대가 유지되거나 혹은 상승할 수도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우국원, 〈Walden〉, 2024 ©탕컨템포러리
7월에 개최된 아트페어로는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한 ‘2024 아트플랫폼 G-아트마켓’ 이 7월 24~28일에 경주 예술의 전당 알천미술관에서 진행되었다. 지역 미술시장의 작품 거래 활성화와 작가들의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페어에는 열린 부스 작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 작가 45명과 청년작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 신진 작가 5명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또 다른 페어로는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2024 아시아프’(2024.07.30.~2024.08.25)가 있다. 서울역 뒤편에 위치한 옛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진행되는 아시아프는 단순 아트페어에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 청년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여 미래의 거장을 육성하고자 하는 취지의 국제 아트페어다. 이번 페어에서는 아시아 8국 작가 500명이 회화, 입체,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200여 점을 출품한다.
앞의 두 아트페어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페어들이 꾸준히 개최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앞으로 다른 페어와의 차별성 있는 갤러리 및 작가 구성은 물론 높은 퀄리티의 기획력을 통해 보다 많은 화제성과 좋은 결과를 얻길 기대해 본다.
8월 미술시장 동향 예측
미술시장은 경제와 정치사회적 현상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계 정세 및 국내 경제가 다각도로 악화되었던 코로나 시기(2021~2022년)에 오히려 호황을 맞이한 것처럼 반드시 이와 비례한다고 볼 수도 없는 특수한 시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현재의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상황이 크게 개선될 만한 소식이 없는 이상, 국내 미술시장도 큰 변화 없이 침체기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9월에 열릴 프리즈 서울에 더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도 과연 이 글로벌한 행사가 국내 미술시장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되기 때문일 것이다.
프리즈 서울이 열리기 시작한 이후로, 8월은 사실상 9월 초에 있을 프리즈 서울을 대비하여 국내 미술계가 숨을 고르는 시기가 되었다. 특히 9월에 프리즈 특수를 맞이하기 위하여 갤러리에서는 좋은 작품들을 우선 아껴두고자 하며, 옥션에서는 페어에서 원하는 작품을 사지 못한 고객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8월보다는 9월 경매에 좀 더 힘을 주어 준비하고자 한다. 물론 컬렉터들도 프리즈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 지갑을 열기 위해 소비에 있어 잠시 주춤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도호 작가 ©시드니현대미술관
미술관 또한 8월 말~9월 초 전시 오픈을 위해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는 때이다. 그럼에도 미술계에선 부산비엔날레(2024.08.17. ~ 2024. 10.20.)와 아트선재센터에서 서도호 개인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2024.08.17 ~ 2024.11.03.)와 같은 굵직한 행사 및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틈을 타 ‘2024 인천유니버설아트페어(IUAF)’가 8월 13~18일 송도컨벤시아 1홀에서 개최되어 인천 지역 미술시장 개척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