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지형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서울은 Frieze Seoul, Kiaf Seoul, Seoul Art Week를 축으로 국제 미술계의 시선을 끌어당겼고, 홍콩은 정치적 변화와 중국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강력한 거래 허브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구도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서울이 홍콩을 대체했는가”가 아니다. 더 정확한 질문은 “서울과 홍콩은 각각 어떤 방식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은 이미 아시아 미술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홍콩을 대체한 단일 중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의 아시아 미술시장은 ‘서울의 부상’과 ‘홍콩의 지속’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허브 구조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이다.

홍콩은 여전히 거래에 강하다. 서울은 빠르게 문화적 중심성을 확보하고 있다. 홍콩의 힘이 세제, 물류, 금융, 국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나온다면, 서울의 힘은 전시 인프라, 도시 문화, 기관 네트워크, 한국 미술과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국제적 관심에서 나온다. 두 도시는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지만, 작동 방식은 다르다.
 
 
홍콩, 거래 허브로 구축된 아시아 미술시장의 기존 중심


Art Basel Hong Kong 2026 현장 / 사진: Courtesy Art Basel



Art Basel Hong Kong 전시장 전경 / 사진: Courtesy Art Basel

홍콩이 오랫동안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기능해 온 이유는 명확하다. 홍콩은 미술품 수입·수출에 관세가 없고, 부가가치세와 판매세도 부과하지 않는 자유항 구조를 유지해 왔다.
 
여기에 국제 금융도시로서의 기반, 자유로운 자본 이동, 영어 중심의 거래 환경, 효율적인 항만·공항 물류 시스템이 결합되어 있다. InvestHK 자료 역시 홍콩이 무관세·무부가가치세 구조와 세계적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제 컬렉터와 갤러리, 옥션 하우스가 모이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것이 홍콩의 본질적 강점이다. 아트바젤 홍콩이라는 브랜드가 홍콩을 만든 것이 아니라, 거래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도시 구조가 아트바젤 홍콩의 힘을 가능하게 했다. 홍콩의 허브성은 행사 하나의 성과가 아니라, 세제·물류·금융·법률·프라이빗 세일·옥션 산업이 결합된 거래 시스템 위에서 성립해 왔다.
 
 
 
정치적 불확실성 이후에도 유지되는 홍콩의 시장 기능
 
물론 홍콩의 약화 역시 현실이다. 국가보안법 이후 정치적 환경은 달라졌고, 국제사회는 홍콩의 개방성과 자율성에 대해 이전과 같은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예술 표현의 자유와 검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리스크가 곧바로 시장 기능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홍콩은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미술품 거래 플랫폼 가운데 하나다.
 
Art Basel & UBS의 2026년 미술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14%를 기록하며 미국, 영국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중국 본토 시장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홍콩은 여전히 중국권 컬렉터, 국제 옥션, 글로벌 갤러리, 아시아·태평양 자본이 만나는 핵심 관문으로 기능하고 있다.


출처: Art Basel & UBS Global Art Market Report 2026, 예술경영지원센터 「2025 미술시장조사 (2024년도 기준)」, FRED 환율데이터
주: 중국 수치는 US&8.344 billion을 2024년 평균 환율(1 USD = KRW 1,363,4381)로 환산한 값

Art Basel Hong Kong 2026의 결과도 이를 보여준다. 2026년 행사에는 91,500명의 방문객이 찾았고, 홍콩 정부는 Art Basel과 향후 5년간 협업을 지속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는 홍콩이 단순히 과거의 허브가 아니라, 여전히 아시아 고가 미술품 거래 플랫폼으로 자신의 위치를 제도적으로 유지하려 한다는 신호다.
 
 
 
서울, 문화적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새로운 중심


Frieze Seoul 2025를 찾은 관람객들 / 사진: Frieze



Frieze Seoul 2025 전시장 전경 / 사진: Frieze

반면 서울의 상승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은 홍콩처럼 자유항 구조를 갖춘 거래 도시가 아니다. 대신 서울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 플랫폼처럼 작동하는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Frieze Seoul 2025는 28개국 121개 갤러리가 참가했고, 48개국에서 온 7만 명의 방문객과 160개 이상의 주요 미술관·기관 관계자들이 찾았다. 이는 서울이 더 이상 국내 미술 소비를 위한 지역 시장이 아니라, 국제 미술계가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방문하는 주요 도시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자료: Frieze 공식 보도자료(2025.9), Art Basel 공식 발표(2026.3)

같은 시기 Seoul Art Week는 서울 전역의 107개 미술관·갤러리를 연결하고 100개 이상의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Frieze Seoul과 Kiaf Seoul,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서울조각페스티벌, 주요 미술관 전시가 한 시기에 결합되면서 서울은 단순한 아트페어 개최지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동시대 미술의 무대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서울의 제도적 기반과 국제 관객 흡수력
 
서울의 제도적 기반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5년 337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개관 이래 최고 수준의 관람객을 끌어들였고,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6,507,483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이 국제 관람객과 문화 소비를 흡수할 수 있는 대형 기관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수치들은 단순한 흥행 지표가 아니다. 미술시장 허브는 거래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전시를 생산하고, 관람객을 모으고, 담론을 만들고, 기관과 시장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서울은 분명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서울은 이제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도시”를 넘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도시”가 되고 있다.
 
 
 
시즌형 허브로서의 서울과 아직 얇은 시장 구조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서울의 한계도 드러난다. 서울은 강력한 시즌형 허브다. Frieze Seoul과 Kiaf Seoul이 열리는 기간 동안 서울의 존재감은 폭발적으로 커진다. 그러나 미술시장 허브의 진정한 기준은 행사 주간의 흥행만이 아니다. 연중 지속되는 거래, 국제 갤러리의 상주 기반, 2차 시장의 깊이, 감정·보관·보험·운송·법률·금융·출판·비평·아카이브 산업의 밀도가 함께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서울은 아직 홍콩보다 얇다.
 
국내 시장의 내부 구조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미술시장조사(2024년도 기준)」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미술품 거래 규모는 약 6,1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국내 미술시장은 아트페어와 전시 이벤트의 수는 늘고 있지만, 전체 거래 규모와 시장 안정성은 조정 국면에 들어가 있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아트페어가 많아지는 것과 시장이 깊어지는 것은 다르다. 많은 행사가 열리는 도시가 곧 허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허브란 국제 자본, 작품, 컬렉터, 갤러리, 기관, 비평, 아카이브, 서비스 산업이 높은 밀도로 연결되는 도시다. 서울은 그 조건을 빠르게 갖춰가고 있지만,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다.
 
 
 
세제와 물류에서 드러나는 홍콩과 서울의 구조적 차이
 
세제와 통관 환경에서도 서울은 홍콩과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 홍콩은 미술품 거래에서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없는 구조를 유지한다. 반면 한국은 일반 수입품에 대해 부가가치세 체계를 적용하며, 미술품의 종류와 거래 조건에 따라 세부 규정과 예외가 복잡하게 작동한다.
 
특히 국제 미술품 유통의 관점에서 보면, 작품이 얼마나 낮은 비용과 적은 행정 부담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가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 지점에서 홍콩은 여전히 서울보다 유리하다.


(왼쪽) 하우저앤워스 홍콩, (오른쪽) 페이스 갤러리 서울 / 사진: 각 갤러리

서울의 경쟁력은 자유항이 아니라 문화 생태계에 있다
 
따라서 서울의 강점은 홍콩을 그대로 모방하는 데 있지 않다. 서울은 자유항형 거래 허브가 아니라, 문화·제도·콘텐츠형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국공립미술관, 사립미술관, 비영리공간, 상업갤러리, 국제 아트페어, 도시 축제, K-컬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결합되면서 서울은 전시 경험과 문화적 에너지가 높은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의 상승은 미술시장만의 현상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문화적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왼쪽) M+ 뮤지엄 홍콩, (오른쪽)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사진: 각 기관

이벤트 이후의 구조가 서울의 다음 과제
 
그러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이벤트 이후의 구조가 필요하다. 해외 갤러리와 컬렉터가 일회성 방문자가 아니라 지속적 관계망의 일부가 되어야 하고, 서울에서 작품 판매뿐 아니라 감정, 보관, 운송, 보험, 법률, 금융, 프라이빗 세일, 출판, 비평, 아카이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시장은 행사로 열리지만, 허브는 구조로 유지된다.
 
서울의 다음 과제는 분명하다. 국제 미술품 유통에 관한 세제와 통관 환경을 더 정교하게 개선해야 한다. 2차 시장과 프라이빗 세일, 감정·보관·운송·보험 같은 서비스 산업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 유력 갤러리와 컬렉터가 서울을 ‘참가하는 도시’가 아니라 ‘상주하고 관계를 구축하는 도시’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비평, 출판, 아카이브, 영어 기반 미술 담론을 강화해 서울이 단순한 판매 장소를 넘어 해석과 기록을 생산하는 지식 허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아시아 미술시장은 단일 중심이 아니라 이중 허브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아시아 미술시장은 “홍콩이냐 서울이냐”라는 단순한 양자택일로 설명되지 않는다. 홍콩은 여전히 거래 허브다. 서울은 가장 빠르게 부상하는 문화·제도형 허브다. 홍콩은 작품이 사고팔리기 쉬운 도시이고, 서울은 작품이 보여지고 해석되며 새로운 관심을 획득하기 좋은 도시다.
 
장기적으로 승부를 가를 기준은 어느 도시가 먼저 중심이라고 선언하느냐가 아니다. 더 안정적인 생태계, 더 강한 국제 네트워크, 더 지속 가능한 제도 기반, 더 설득력 있는 미술 담론을 누가 구축하느냐가 핵심이다.
 
서울은 이미 그 경쟁에 진입했다. 그러나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구조적 문턱이 남아 있다. 지금 서울은 홍콩을 완전히 대체한 도시라기보다, 홍콩과 다른 방식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을 재정의하고 있는 도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서울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References

- Frieze, 「Frieze Seoul 2025: Expanding Korea’s Cultural Presence and the Fair’s Role as a Hub for the Asian Art Market」, Frieze Press Release, 2025년 9월. (Frieze)
- 서울특별시, 「Seoul Art Week with Kiaf Seoul, Frieze Seoul, and Seoul Sculpture Festival Starting Sep. 1」, 서울특별시 공식 홈페이지, 2025년 8월 27일. (Official Website of th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 Art Basel, 「Art Basel Hong Kong 2026 Concludes with Strong Sales and Global Engagement」, Art Basel, 2026년 3월. (Art Basel)
- 홍콩특별행정구 정부, 「HK to Host Art Basel for 5 Years」, news.gov.hk, 2026년 3월 25일. (news.gov.hk)
- Art Basel & UBS, 『The Art Basel and UBS Global Art Market Report 2026』, Art Basel / UBS, 2026. (Art Basel)
- InvestHK, 『ART: Hong Kong’s Art Market and Cultural Sector』, InvestHK, 2026. (Invest Hong Kong | InvestHK)
- 예술경영지원센터, 『2025 미술시장조사: 2024년도 기준』, 예술경영지원센터, 2025. (예술경영지원센터)
- 뉴시스, 「국내 미술시장 6000억대 유지…아트페어만 증가세」, 2025년 11월 28일. (뉴시스)
- The Korea Times, 「National Art Museum Draws Record 3.3 Million Visitors This Year」, 2025년 12월 24일. (Korea Times)
- Korea.net, 「National Museum of Korea in 2025 Ranks Third Worldwide in Visitors」, 2026년 4월. (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