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정기 경매는 국내 미술시장이 조정 국면을 지나 다시 거래 국면으로 진입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였다. 두 경매는 하루 차이로 진행됐으며, 출품 전략과 결과 모두에서 과도한 확장보다는 시장 수용 범위를 점검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번 경매는 기록 경신이나 가격 급등을 목표로 한 이벤트성 경매라기보다, 지난 1~2년간 누적된 시장 조정 이후 현재의 거래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격이 강했다. 그 결과는 낙찰률과 낙찰 총액 모두에서 일정 수준의 회복 신호를 보여주며, 시장이 극단적 위축 국면에서는 벗어났음을 시사한다.
 
2025년 조정 국면을 거친 국내 미술시장은 2026년 1월 정기 경매를 통해 다시 한번 거래의 온도를 확인했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하루 차이로 새해 첫 경매를 열었고, 두 경매 모두 70%를 넘는 낙찰률과 실질적인 낙찰 총액을 기록하며 연초 시장의 작동 여부를 보여줬다.
 

 
서울옥션, 분산된 구성과 중간 가격대의 역할

서울옥션은 1월 27일 강남센터에서 제189회 미술품 경매를 개최했다. 총 117점이 출품됐고, 이 가운데 82점이 낙찰돼 낙찰률 72.6%를 기록했다. 낙찰 총액은 약 41억454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단일 작품의 고가 낙찰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섹션에서 거래가 분산적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출품 구성은 한국 근현대미술, 해외 현대미술, 고미술, 현대 도예 등으로 고르게 분산됐으며, 특정 장르에 집중된 경매 구조를 피했다. 이는 최근 시장에서 나타난 특정 작가 또는 특정 가격대 쏠림 현상에 대한 경계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옥션 경매에서 7억2000만원 팔린 야요이 쿠사마의〈Pumpkin (AAT)〉/ 사진: 서울옥션

이번 경매에서 대표적으로 확인된 낙찰 사례를 보면, 해외 작가로는 야요이 쿠사마의 회화가 7억2000만 원에 낙찰되며 최고가 거래 중 하나를 기록했다. 국내 작가 가운데서는 우국원의 작품이 2억8000만 원에 낙찰됐고, 김선우의 작품은 1억 원에 거래됐다.


2억 8천만원에 거래된 우국원의〈The Steadfast Tin Soldier〉(2024), 130 × 162.1 cm, (추정가 2억~2억 6000만 원) / 사진 : 서울옥션

이번 서울옥션 경매에서 확인된 흐름은 초고가 작품의 상징적 성과보다는, 중간 가격대와 이미 시장 검증을 거친 작가군을 중심으로 거래가 성사됐다는 점이다. 이는 연초 경매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관망 국면과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가격 기대치가 일정 수준 조정된 이후 실질적 매수로 이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 같은 결과는 시장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기보다는, 거래 가능한 가격대와 작가군이 보다 명확히 정리된 상태에서 제한적인 거래가 재개됐다는 의미에 가깝다. 서울옥션의 이번 경매는 기록 경신이나 가격 급등보다는, 조정 이후 현실적인 기대치 안에서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지를 점검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케이옥션, 블루칩 중심의 명확한 선택

케이옥션은 1월 28일 신사동 본사에서 2026년 첫 정기 경매를 열었다. 총 92점이 출품됐고, 이 가운데 66점이 낙찰돼 낙찰률 71.7%를 기록했다. 낙찰 총액은 약 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출품 수는 서울옥션보다 적었지만, 출품 총액과 낙찰 총액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를 보였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는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으로, 9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어 이우환의 대형 회화가 8억9000만 원에 낙찰됐고, 김창열의 1970년대 작품은 8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9억8000만 원에 거래된 야요이 쿠사마의〈Butterflies “TWAO”〉. / 사진 : 케이옥션



8억8000만원에 케이옥션에서 낙찰된 김창열〈물방울 ABS N° 2〉, (1973), 리넨에 유채 198 × 123 cm. (추정가 9억~14억 원) / 사진 : 케이옥션

이와 함께 천경자와 이성자의 작품, 그리고 양혜규와 이배의 작품도 낙찰되며, 고가 작품과 중가대 작품이 함께 소화되는 결과를 보였다. 케이옥션의 이번 결과는 출품 수는 적지만, 시장에서 신뢰가 축적된 작가군을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되며 낙찰 총액을 끌어올린 구조로 나타났다.
 
이번 케이옥션 경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거래가 명확하게 특정 작가군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 시장 신뢰도가 축적된 작가들의 작품이 낙찰 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으며, 이는 현재 컬렉터들의 선택 기준이 여전히 보수적임을 보여준다.
 
케이옥션의 결과는 단순히 낙찰률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고가 작품에 대한 응찰이 제한적이었던 2025년 초 경매 흐름과 비교할 때, 2026년 1월에는 대표 연작이나 주요 시기의 작품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시장이 전면적 확장 국면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핵심 작가군에 대한 신뢰는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종합 평가 : 회복이라기보다 재정렬의 결과

2026년 1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경매 결과는 단기적인 반등이나 상승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지난 조정 국면 이후 시장이 스스로 기준을 재정렬하고, 거래 가능한 구조를 다시 설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1월 경매를 분석할 때 주목해야 할 지점은 낙찰률이나 낙찰 총액 자체보다,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과 선택 기준의 변화다.
 
첫째, 출품 전략의 변화다. 2024~2025년 동안 국내 경매 시장은 물량 조절과 가격 조정을 동시에 겪었다. 그 과정에서 출품 규모를 유지하되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됐다. 2026년 1월 경매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반영해 출품 수와 가격대가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됐다.
 
둘째, 컬렉터의 선택 기준이 더욱 명확해졌다. 신진 작가나 실험적 성격의 작품보다는, 미술사적 위치와 시장 검증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된 작가군에 수요가 집중됐다. 이는 위험 회피 성향이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셋째, 시장 심리가 ‘완전한 관망’에서 ‘선별적 참여’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거래가 전면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구매 의사가 있는 컬렉터들이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실제 응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낙찰률 70%대, 의미 있는 낙찰 총액, 블루칩 작가 중심의 거래 형성은 시장이 더 이상 정지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시장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격과 신뢰가 충분히 축적된 작품만이 거래 대상으로 선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1월 경매는 2026년 국내 미술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지만 향후 봄 시즌 경매와 아트페어에서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될지, 혹은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지는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