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4일,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에서 「Bridge to Asia: Asian Photography in Global Circulation」 토크 세션이 열렸다. 이 세션은 세계적 사진 행사
AIPAD The Photography Show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다.
AIPAD The
Photography Show는 국제 사진 시장과 사진 담론을 연결해온 대표적 행사로, 사진
전문 갤러리, 컬렉터, 큐레이터, 연구자들이 모이는 주요 플랫폼이다.
그 공식 프로그램 안에서 아시아 사진을 독립적 의제로 다룬 이번
세션은, 아시아 사진의 역사적 축적과 국제적 순환 가능성을 연구, 제도, 플랫폼의 관점에서 검토한 자리였다.

AIPAD 토크 세션 「Bridge to Asia」 진행모습.
(왼쪽) 김지희 교수, (가운데) 김정은 디렉터, (오른쪽) Maggie Mustard / 사진: 김정은
이날 세션은 뉴욕공공도서관
미리엄 앤 아이라 D. 월락 미술·판화·사진 부문 사진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매기 머스타드(Maggie Mustard)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발표자로는 애리조나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김지희(Jeehey Kim)와 한국의 사진 전문공간 더 레퍼런스(The Reference) 대표이자 T3 PHOTO ASIA 디렉터인
김정은(Jeong Eun Kim)이 참여했다.
세션은 아시아 사진이 세계 사진 담론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축적되어
왔으며, 동시에 어떤 제도적·비평적 공백 속에서 충분히 가시화되지
못했는지를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김지희
교수, 아시아 사진사의 역사적 축적을 조명하다
김지희 교수는 한국과 아시아 사진이 결코 주변적 역사로만 존재해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랜 기간 축적해온 연구를 바탕으로, 아시아 사진이 이미 국제적 맥락 속에서 생산되고 유통되어 왔으나 이를 세계 사진사의 언어로 해석하고 연결하는
비평적·제도적 구조는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IPAD 아트 토크 「Bridge to Asia」 토크 세션 진행 모습.
(왼쪽) 김지희교수, (오른쪽) 김정은 디렉터 / 사진: 김정은
김 교수는 펠리스 비토(Felice
Beato),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 마거릿 버크화이트(Margaret Bourke-White) 등 서구 사진가들이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한국을 기록한 작업들을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이들의
작업은 미국의 주요 기관에 소장되며 사진사의 정전 안으로 편입되었다.
반면 같은 시기 임응식(Lim Eung-sik)과 한영수(Han Youngsoo)를 비롯한 한국 사진가들의 작업은 동등한 예술적 가치와 역사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국제적 비평 구조 안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대칭은 한국 사진사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역사 자체의 결핍이라기보다, 그 역사를 읽고 매개하며
국제적으로 접속시키는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그 예로 김 교수는 1963년
한국 최초의 국제사진살롱 개최와 1964년 아시아사진예술연맹(Federation of Asian Photographic Art, FAPA) 창립을 함께 언급하며, 이미 아시아 내부에 국제적 사진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음을 설명했다.

「Bridge to Asia」 토크 세션 모습 / 사진: 김정은
김정은
디렉터, 한국 사진 제도의 현재와 플랫폼의 필요성을 역설하다
김정은 디렉터는 한국 사진이 지닌 역사적 축적과 그에 비해 늦게
형성된 제도적 기반 사이의 간극을 다루었다.
그는 일본의 도쿄도사진미술관(Tokyo
Photographic Art Museum)이 1995년에 개관한 것과 달리, 한국의 공공 사진미술관인 Photo SeMA는 2025년에야 개관하며 약 30년의 시간차를 보였다는 점을 제시했다.

서울시립사진미술관 전경 / © 윤준환, 사진: 서울시립사진미술관 홈페이지
이 시간 차는 단순히 한 기관의 개관 시점이 늦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사진을 공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고, 전시하며, 미술사적 계보 안에 위치시키는 시스템이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 결과 한국 사진은 국제 무대에서 개별 작가나 특정 전시를 통해
산발적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았고, 장기적 계보와 제도적 맥락 안에서 읽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김 디렉터는 이러한 공백을 일정 부분 메워 온 주체로 한미 사진미술관(Museum HANMI)과
같은 민간 기관의 역할을 설명했다. 공공 제도의 기반이 충분히 형성되기 이전부터 민간 기관들은 한국
사진사의 자료와 기억을 보존하고, 작가와 작품을 연구 가능한 형태로 축적해 왔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전시 운영을 넘어, 한국 사진이 역사적 연속성을 유지하고 국제적 논의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온 과정으로 이해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사진미술관 / 사진: 한미사진미술관 홈페이지
2022년 개관 20주년을 맞아, 미술관은 삼청동에 새로운 공간을 개관했다.
T3
PHOTO ASIA, 연구와 시장을 연결하는 플랫폼
김정은 디렉터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과 역사적 축적의 문제를 동시대
플랫폼의 필요성으로 연결했다. 그가 디렉터로 이끄는 T3
PHOTO ASIA는 한국과 아시아 사진을 연구, 전시, 시장, 담론의 구조 안에서 다시 조직하려는 플랫폼으로 소개되었다.
T3 PHOTO ASIA는
단순히 사진을 전시하거나 거래하는 아트페어의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김정은 디렉터는 이 플랫폼을
통해 아시아 사진의 역사적 계보와 동시대적 흐름을 함께 다루고, 이를 국제 사진 시장 및 비평 담론과
연결하는 구조를 제안한다.

T3 Photo Asia 포스터 / 사진: T3 Photo Asia 홈페이지
첫 번째 에디션에서 선보인 ‘Masters’ 프로그램은
한국과 일본의 전후 사진을 비교 연구의 틀 안에서 재배치하며 아시아 사진의 역사적 층위를 조명했다.
또한 ‘Discover
New Asia’ 프로그램은 포스트인터넷 이후 세대의 감각과 이미지
생산 방식을 통해 동시대 아시아 사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두 프로그램은 아시아 사진을 과거의 기록이나 지역적 맥락에 고정하지
않고, 역사적 축적과 동시대적 실천이 함께 작동하는 장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
사진을 둘러싼 인프라스트럭처의 문제
이번 세션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쟁점은 아시아 사진의 국제적 가시성이
작품의 수준이나 예술적 성취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점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 작업들을 연구하고, 수집하고, 해석하며, 세계적
문맥 안으로 연결하는 인프라스트럭처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었는가에 있다.
사진이 세계적 문맥 안에서 읽히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의 성취뿐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보존하며 유통시키는 복합적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연구는 역사적 계보를 복원하고, 기관은 자료와 작품을 축적하며, 플랫폼은 이를 전시와 시장, 국제 담론으로 연결한다. 이러한 과정이 함께 이루어질 때 아시아 사진은 지역적 범주를 넘어 세계 사진사의 한 축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 관점에서 T3 PHOTO
ASIA는 아시아 사진의 국제적 순환을 위한 하나의 실천적 모델로 제시된다. 이미 존재하는
역사와 작가, 작품을 세계가 읽을 수 있는 언어와 구조로 재배치하고,
이를 연구·제도·시장·담론의 흐름 속에서 순환시키는 방식은 아시아 사진의 다음 단계를 가늠하게 한다.
아시아
사진이 세계와 만나는 방식의 전환
「Bridge to Asia」는
아시아 사진을 새롭게 발견해야 할 대상으로 제시하기보다, 이미 축적되어 온 역사와 실천을 어떤 방식으로
국제적 문맥 안에서 다시 연결할 수 있는가를 논의한 세션이었다. 그 의미는 아시아 사진이 처음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는 사실에 있지 않다. 오히려 충분히 존재해왔지만 상대적으로 덜 가시화되었던 흐름을 연구, 기관, 플랫폼, 시장의
구조 속에서 다시 읽어냈다는 것이다.

2026 AIPAD에 참가한 가나아트 부스 모습 / 사진: 김정은
이날 논의는 아시아 사진을 주변적 범주나 지역적 특수성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대신 아시아 사진이 지닌 역사적 깊이와 동시대적 가능성을 세계 사진 담론 안에서 재배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아시아 사진이 세계와 만나는 방식이 단순한 소개에서 구조적 연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이번 「Bridge
to Asia」 토크 세션은 세계 사진계가 아시아 사진을 동시대 사진사의 중요한 축으로 읽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AIPAD의 공식 프로그램 안에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아시아 사진의 국제적 위상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