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개의 중요한 국제무대에서 동시에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 한국 작가가 있다. 1987년생 요이(Yo-E
Ryou)다.
요이는 현재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기획전 《In Minor Keys》에서
〈Breath Orchestra〉를 선보이고 있다. 국가관이
아닌 비엔날레 본전시에 개별 작가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동시에 파리의 케 브랑리-자크 시라크 미술관(Musée du quai Branly – Jacques
Chirac)에서는 사운드 프로젝트 《Echoes of the Tides》가 2027년 2월까지 장기간 전시되고 있다.
두 전시를 연결하는 것은 제주 바다와 해녀의 ‘호흡’이다.
제주라는 매우 구체적인 장소에서 시작한 작업이 어떻게 베니스와 파리라는 국제미술의 무대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까. 요이의 최근 행보는 한국의 새로운 세대 작가들이 지역의 경험을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로 전환하며 국제무대로 진입하는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준다.
제주에서 시작된 작업
요이의 작업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제주로의 이동이었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작가는 2021년 제주로 거처를 옮긴 뒤
수영과 잠수를 배우기 시작했다. 해녀학교에서 훈련받고 지역 해녀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면서 물속에서
몸이 경험하는 시간과 감각, 그리고 해녀들의 삶 속에서 세대를 거쳐 전달되는 신체적 지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작가가 주목한 것은 ‘해녀’라는
상징적인 이미지 자체가 아니었다.
해녀가 잠수하기 전 숨을 고르는 순간, 물속에서 숨을 참는 시간, 수면 위로 올라와 내뱉는 ‘숨비소리’, 그리고 다시 호흡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말이나 문자로 기록되지
않지만 몸에서 몸으로 전달되는 이러한 지식과 기억을 요이는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 드로잉과 설치의 언어로 옮겨왔다.
그 과정에서 발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Breath Orchestra〉다.

〈Breath Orchestra / Ellipses 0 — Practice & Ellipses I — Sleep〉, 2채널 영상, 9채널 사운드 설치, 2026.
《In Minor Keys》,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베니스, 이탈리아, 2026년 5월 9일–11월 22일. / 사진: 작가 웹사이트

〈Breath Orchestra〉 영상 장면 (부분) / 사진: 베니스 비엔날레 홈페이지
하나의 숨이 오케스트라가 되다
〈Breath Orchestra〉에서 호흡은 단순한 생리현상이 아니다.
요이는 해녀의 잠수 과정에서 반복되는 서로 다른 호흡의 리듬에 주목한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 몸을 조절하는 호흡에서 시작해 잠수와 노동의 시간, 수면으로 돌아온 뒤 몸을 회복시키는
호흡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이는 〈Breath Orchestra〉는 이러한
구조를 드로잉과 영상, 다채널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로 확장한다. 관객이 머무는 공간 역시 해녀들이 물질 전후 몸을 녹이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동체 공간인 제주 ‘불턱’에서 착안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해녀의 삶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기록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이에게 해녀의 호흡은 노동의 흔적이면서 생존의 기술이고, 오랜 시간
몸에서 몸으로 전달되어 온 지식이다. 따라서 작업은 제주 해녀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몸을 통해 지식과 기억은 어떻게 전달되는가, 우리는
다른 존재의 호흡과 침묵을 어떻게 듣는가라는 보다 넓은 질문으로 확장된다.
파리에서 이어지는 《Echoes of the Tides》
제주에서 시작된 연구는 현재 파리에서도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케 브랑리-자크 시라크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Echoes of the Tides》는 요이가 미술관의 2025년 사운드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되면서 발전시킨 프로젝트다.
작가는 해녀의 구전 이야기와 잠수의 리듬, 호흡과 수중의 소리 등을
장기간 연구해왔다. 여기에서도 해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작업의 중심이 아니다.
대신 기다림과 휴식, 호흡과 귀환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경험을
소리를 통해 전달한다. 관객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기보다 공간에 머물며 물과 몸, 다른 사람의 호흡과 자신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시간을 경험한다.
그 결과 제주 바다에서 시작된 해녀의 호흡은 파리에서 특정 지역의 민속적 이미지가 아니라 몸과 물, 기억과 노동, 공동체를 연결하는 감각적 언어로 변화한다.

〈숨 오케스트라 (Breath Orchestra)〉, Act 7, Performance, Musée du quai branly, Paris, June 6, 2026 / 사진: 작가 웹사이트
지역성을 세계의 언어로 바꾸는 방법
요이의 작업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한국적인 것’을 다루는 방식이다.
최근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의 역사와 전통, 지역적
정체성을 다루는 작업 역시 세계 곳곳에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적 소재를 사용하는 것과 그것을
동시대적인 예술 언어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요이는 제주 해녀라는 강한 문화적 상징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자신이 직접 수영하고 잠수하며 경험한 몸의 감각에서
접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호흡과 침묵, 노동과 휴식, 물과 신체의 관계를 사운드와 영상, 퍼포먼스라는 자신의 언어로 전환한다.
그래서 제주라는 지역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구체적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곳에서 시작한 질문은 인간이 환경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지식과 기억이 몸을 통해 어떻게 전달되는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라는 보편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등장한 새로운 한국
작가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요이가 한국관이 아니라 국제기획전 《In
Minor Keys》의 참여 작가로 선정됐다는 데 있다.
베니스와 파리에서 만나는 요이의 작업에는 제주라는 장소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이국적인 풍경이나 문화적 상징으로 소비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주 구체적인 지역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몸과 자연, 노동과 휴식, 개인과 공동체에 관한 질문은 더 넓어진다.
제주 바다에서 시작된 작은 숨은 그렇게 다른 장소와 다른 몸으로 옮겨간다. 베니스의
전시장에서도, 파리의 미술관에서도 관객은 결국 타인의 호흡을 듣는 동시에 자신의 호흡을 의식하게 된다.
한국 작가의 국제 활동은 이제 국가관이나 ‘한국미술’이라는 지역적 범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각자의 작업과 문제의식을 통해
국제미술의 큐레이토리얼 담론 안으로 직접 진입하는 작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요이의 작업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제주 해녀의 숨은 더 이상 누군가의 삶을 기록하는 소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하나의 감각이 된다.

요이 작가 / 사진: 일우재단
작가 소개 | 요이
요이(Yo-E
Ryou, b.1987)는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RISD)에서 학사학위를, 예일대학교 미술대학원(Yale University School of Art)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운드, 영상, 설치, 퍼포먼스와 드로잉을 넘나들며 물과 신체, 체화된 지식, 기억과 생태의 관계를 탐구한다. 특히 제주로 이주한 이후 해녀 공동체와
관계를 맺으며 수영과 잠수, 호흡과 청취를 작업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발전시켜왔다.
2025년 케 브랑리-자크
시라크 미술관 사운드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됐으며, 2026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In Minor Keys》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섬을 기반으로 한 예술적 연구와 교류를 위한 플랫폼 ‘Unlearning Space’를
운영하고 있다.
전시 정보
The 61st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In Minor Keys》
기간: 2026. 5. 9 – 11. 22
장소: Arsenale, Venice, Italy
참여작가: 요이 (Yo-E Ryou)
작품: 〈Breath Orchestra〉
웹사이트: 베니스비엔날레 요이 공식 페이지
Yo-E Ryou: 《Echoes
of the Tides》
기간: 2026. 3. 12 – 2027. 2. 21
장소: Musée du quai Branly – Jacques Chirac, Paris,
France
2025 Sound Residency 프로젝트
웹사이트: Musée
du quai Branly – Jacques Chirac
Artist
Yo-E Ryou 공식 웹사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