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거된 플레이스막2 건물에서 진행된 《소멸에서 생성으로》 퍼포먼스 중 김구림 작가 © 플레이스막
지난 6월
24일,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 작가가 연희동 플레이스막2 건물을 부수고 그 폐허 위에 거대 원형 풍선을 설치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90살의
원로 작가인 김구림은 자신의 신작 개인전 전시장인 플레이스막2 건물 앞에 포크레인 한대와 인부들을 이끌고
등장했다. 거동이 불편한 작가는 인부들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 건물의 지붕과 벽체를 깨부수고 잔해를
치우는 철거 퍼포먼스를 지휘했다.
전시장 건물의 윤곽이 사라질 즈음, 폐허 더미 위로 지름 5m의 원형 조형물이 등장했다. 천에 공기를 부풀려 만든 이 구 조형물은 철거되는 공간, 사라지는
기억, 끝나는 시간 위에서 피어날 또 다른 이야기와 가능성을 은유한다.
이러한 김구림 작가의 파격적인 퍼포먼스 《소멸에서
생성으로》는 플레이스막2의 리빌딩과 맞물려 진행되었다. 플레이스막은
이를 통해 사라지는 것 이후에 무엇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를 묻고자 한다고 전했다.

철거된 플레이스막2 건물에서 진행된 《소멸에서 생성으로》 퍼포먼스 © 플레이스막
한편 김구림 작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현대미술
작가들은 평생 상업화랑이나 미술관의 사각 공간에 작품을 갇힌 채로 전시하면서 삶을 소진하잖아요. 죽을
때가 가까워지니 그런 답답한 격식이 진저리나게 싫어서 구십 나이에 시도해본 겁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1968년 경복궁 안에 있던 옛 국립현대미술관(조선총독부 미술관이
전신) 건물을 광목천으로 싸는 퍼포먼스를 했다가 이틀도 안 돼 철거당했던 아쉬움을 풀어내는 한풀이의
의미도 있어요.
그런 회한을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때 지금 서울관 건물을 광목으로 싸는 퍼포먼스로 풀려고 했던 건데, 허락해주지 않아서 못했죠. 그걸 이번 플레이스막 철거 퍼포먼스로
풀어낸 것이니 감개무량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푸른빛과 누런빛,
붉은빛이 뒤섞인 구 조형물의 잔해와 철거된 지붕의 금속 파편은 버려지지 않는다. 갤러리
측은 1~2개월 뒤 리모델링된 플레이스막 건물의 골조가 세워질 시점에 이 잔해들을 건축 현장에 다시
설치해 또 하나의 즉흥적인 전시로 선보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