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of 《Layers of Unseen》 © Perigee Gallery
페리지갤러리는 김준 작가의 개인전 《성스러운 지층》을 7월 18일까지 개최한다.
김준은 소리를 채집할 장소를 선택하고, 그곳에 머물며 보고 들은 것을 전시장에 사운드스케이프로 구현한다. 그의
관심은 개인이 머무는 도시의 주변 환경에서부터 전 지구적인 생태계까지 이어진다.
전시 제목 《성스러운 지층》에서 ‘지층’은 그가 이전부터 작업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화산 활동 지대의
암석과 같은 지질학적 요소들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스러운’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와 롬복을
방문했다. 이 지역은 환태평양 조산대와 윌리스 라인이 교차하는 화산 지대로, 그는 활화산의 진동과 같은 지구 환경의 근원적인 소리를 채집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주목하게 된 것은 자연의 물리적
진동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종교적 의례의 소리와 일상의 소음이 뒤섞인 복합적인 음향 환경이었다. 특히 섬마다 다른 종교적 배경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가 형성되고, 그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변화하는 점은 그의 관심을 더욱 확장시켰다.

Installation view of 《Layers of Unseen》 © Perigee Gallery
이러한 경험은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거나 반응해온
방식, 그리고 종교가 오랜 시간 인간의 삶과 긴밀하게 얽혀온 맥락을 환기시킨다. 오늘날 종교가 일상으로부터 일정 부분 분리되어 있는 것과 달리, 작가가
방문한 지역에서는 자연, 종교, 인간의 삶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하나의 환경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그는 자연의 미세한 내면적 소리를 추출하기보다, 특정 장소에서 표면적으로 발산되는 다양한 소리들을 있는 그대로 채집했다. 예컨대
새벽의 벌레 소리 위로 종교 의식의 기도 소리가 겹쳐지고, 그 사이로 빗소리와 같은 일상적 소리가 이어지는
식의 다층적인 음향이 그의 작업에 담겼다.

Installation view of 《Layers of Unseen》 © Perigee Gallery
이전 작업이 인간이 감지하기 어려운 자연의 미세한
진동을 드러내며 감각의 확장을 시도했다면, 이번 전시는 인간의 청각으로 직접 들을 수 있는 소리에 집중한다. 채집된 소리는 사운드스케이프로 설치되지만, 그것이 발생한 구체적
이미지나 오브제는 제공되지 않는다. 관객은 소리를 통해 장면을 유추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의 경험을 온전히 재현할 수는 없다.
이러한 한계를 전제한 채, 작가는 시각적 단서를 배제하고 특정 시공간을 채우던 감각 자체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중요한 것은 기계에 기록된 소리의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몸을 통과해
내면에 축적된 감각이다.

Installation view of 《Layers of Unseen》 © Perigee Gallery
이처럼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하나의 시공간에서 중첩되어
생성된 소리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결합의 결과이다. 그러나 그 생생한 감각을 전시장으로 완전히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며, 작가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다.
전시에서 들리는 소리는 초지향성 스피커와 다중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간접적 경험에 가깝고, 관객은 이를 통해 작가의 감각에 부분적으로만 접속하게
된다. 김준은 이러한 조건 속에서 관객이 소리를 의미로 환원하지 않고,
그 자체로 듣고 감각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