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백홈》전시 모습 / 사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컴백홈》전시 모습 / © 윤주성,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이 5년
만에 서울사진축제를 다시 시작한다. 2026 서울사진축제 《컴백홈(Come
Back Home)》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4월 9일부터 6월 14일까지 개최되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 열리는 사진축제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번 축제는 단순히 여러 작가의
작업을 모아 소개하는 전시를 넘어, 오늘날 사진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과 관계, 기억을 다시 연결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자리로 구성된다.
서울사진축제는 2010년
시작한 서울의 대표적인 사진 축제다. 그동안《서울에게 서울을 되돌려주다》,《기쁜 우리 좋은 날 – 사진으로 되새기는 광복 70주년》,《한국여성사진사Ⅰ:
1980년대 여성사진운동》등을 통해 도시와 공동체, 역사와 기억을 사진의 언어로 다뤄왔다. 올해 축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집”을 키워드로 삼지만, 그 의미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집은 생활의 터전이고, 누군가에게는 떠나온 자리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직 도착하지 못한 상태다.

2021년 서울사진축제 《한국여성사진사Ⅰ: 1980년대 여성사진운동》 참가작품
김동희,〈나라굿 신딸 채희아, 서울 평창동 보현산신각〉, 1981_2021, 디지털잉크젯프린트, 39.7x59.4cm, 작가 소장 (사진=도서출판 눈빛 제공) / 출처 : 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축제가 열리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2025년 5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사진 매체 특화 공립미술관이다. 개관 이후《광채 光彩: 시작의 순간들》, 《스토리지 스토리》,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등을 통해 사진의
역사와 제도, 매체적 확장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6 서울사진축제《컴백홈》은 사진 전문 공립미술관이 본격적으로 시민, 작가, 도시, 사진 문화를
연결하는 축제형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자리다.
집을
이루는 것
첫 번째 섹션은 집을 이루는 여러 층위를 살핀다. 집은 벽과 지붕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믿음, 기억, 관계, 생활 방식, 역사적 흔적이 함께 쌓인다. 오석근, 박형렬, 정경자, 한영수는
서로 다른 시대와 시선으로 집이 형성되는 조건을 보여준다.

《컴백홈》전시작품, 오석근〈기복(祈福) 01, 20, 24, 04〉/ © 오석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컴백홈》전시작품, 한영수 〈서울〉(1956–1963) / © 한영수,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오석근의〈기복(祈福) 01, 20,
24, 04〉(2023–2024)은 집의 표면에 남은 믿음과 소망의 흔적을 포착한다. 대문과 벽면, 창문과 장식처럼 일상적인 주거 공간의 외피는 개인의
바람과 생활의 정서가 드러나는 장소가 된다. 한영수의〈서울〉(1956–1963)은
전후 서울의 거리와 골목,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집이 개인의 내부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웃과 거리, 도시의 관계 속에서 확장되는 삶의 반경임을 보여준다.
이동하는
집
두 번째 섹션은 집을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이동과 정착, 상실과 재구성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분단과 전쟁, 이주와 노동, 언어와 생계의 조건은 누군가에게 집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집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된다.

최원준의 참가작품 / © 최원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최원준은 남북분단과 미군의 장기주둔이 만들어 온 사회적 조건의 형성과 변화를 사진, 영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매체로 선보여온 작가이자 연구자이다.
최근 몇 년간은 경기북부 미군기지촌의 아프리카 공동체 역사를 아프로아시아적 연대성의 관점에서 탐구하며, 다큐멘터리 작업과 커뮤니티 아트를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는 2021년부터 동두천에서 진행해 온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하며, 미군기지촌의
역사와 현재가 겹쳐 있는 이 지역의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나이지리아 이보(Igbo) 공동체, 미군, 그리고 기지촌 클럽에서 일하던 여성들의 삶이 함께 등장한다.〈배영화성〉은 과거 기지촌 클럽에서 일하던 여성 접대부들의 아카이브 사진을
AI 기술로 뒷모습처럼 전환한 작업이다. 이 작품은 당시 여성들이 어떤 시선 속에서 대상화되고
규정되어 왔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함혜경의〈회색 양복의 사나이〉(2026)는 기록에서 비껴난 인물과
사라진 삶의 흔적을 따라가는 36분 단채널 비디오 작업이다. 작가는
역사와 미술사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화가 임군홍의 삶을 추적하며, 개인의 기억과 공적 기록 사이에
놓인 빈틈을 영상의 구조 안으로 불러온다.

《컴백홈》전시작품, 함혜경 〈회색 양복의 사나이〉 / © 함혜경,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길
위에서
세 번째 섹션은 집을 거주 공간의 내부가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선 삶의 경계로 확장한다. 김민, 김소라, 이선민, 나나와 펠릭스, 하다원, 정정호, 이한구는 인물과 장소가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상황을
포착하며, 개인의 내밀한 경험과 사회적 조건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한다.

《컴백홈》전시작품, 김민,〈플라워 크래커 30〉 / © 김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김민의〈플라워 크래커 30〉(2024)은
개인의 삶이 놓인 자리와 관계의 불안정성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작가는 집을 하나의 완결된 공간으로
제시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이 부딪히고 흩어지는 장면으로 바라본다. 이를 통해 집은 정착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갈등과 거리감, 이동의
감각이 발생하는 경계로 드러난다.
이선민의〈무빙, 유동하는, 차상민의
방〉(2023~)은 을지로에서 유동적인 삶을 이어가는 청년의 방과 초상을 함께 기록한 작업이다. 작가는 인물만이 아니라 그가 머무는 방의 구조, 사물의 배치, 생활의 흔적을 함께 담아내며 도시 안에서 불안정하게 이동하는 삶의 감각을 보여준다.
하다원의〈감탑〉(2017)은 진주의 시골집에 머물며 촬영한 작업으로, 할머니의 손길이 남아 있는 집 안팎의 풍경과 가족의 시간이 지나간 자리를 조용히 기록한다.

《컴백홈》전시작품, 이선민〈무빙, 유동하는, 차상민의 방〉/ © 이선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컴백홈》전시작품, 하다원 〈감탑〉 / © 하다원,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이 섹션에서 집은 안정된 귀속의 장소보다, 도시 구조와 사회적 질서 속에서 흔들리고 이동하는 영역에 가깝다. 작가들은
일상의 익숙한 풍경 안에 존재하는 균열을 사진으로 드러내며, 안과 밖,
역사와 허구,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우리의
집
마지막 섹션은 집을 희망과 연대의 공간으로 바라본다. 양동규, 윤태준, 손은영, 이예은, 뮌, 신수와, 장연호는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의 의미를 질문한다. 이들의
작업은 현실의 단면을 기록하는 동시에, 사진적 상상력과 수행적 실험을 통해 집이 지닌 정서적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예은의〈실내온도 높이기〉(2021) / © 이예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이예은의〈실내온도 높이기〉(2021)는 경기도 이천에서의 노동 경험과
가족으로부터 이어진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한 작업이다. 작가는 타인을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사진의
주체가 되어 신체를 활용한 행위를 기록한다. 차가운 건물 외벽을 온몸으로 껴안는 장면은 반복되는 일상과
노동의 시간 속에서도 온기를 만들어내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아티스트 듀오 뮌의 참가작품 / © 뮌,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아티스트 듀오 뮌은 현대 사회의 시스템과 그 안에 숨어 있는 집단적
욕망의 구조를 미디어 설치로 탐구한다. 신작〈Suspended
Luminaries〉는 과거 부와 화려함의 상징이었던 샹들리에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박스와 영상으로 분해되어 다시 구성된 형태를 하고 있다.
박스 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화려한 영상들은 우리가 평소 “내 취향”이라고 믿는 정보와 이미지들이 얼마나 시스템에 의해 편집되고 추천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즉,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는 것들조차 사실은 알고리즘이
고른 결과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작품은 매끄럽고 차가운 기계 장치, 끊임없이 번쩍이는 화면을 통해, 현대인의 욕망이 어떻게 정보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고 또 금세 사라지는지를 드러낸다.
관람자는 이 작업 앞에서 스스로의 취향과 선택이 정말 어디에서
왔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진을
보는 축제에서 경험하는 축제로
《컴백홈》은 전시와 함께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10여 년간 서울사진축제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 프로그램 “축제의 시간”은 축제가 어떤 문제의식과
질문을 사진으로 풀어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사진과 세계 사이에서”는 2026 서울사진축제의 주제와 연결해 사진의 기원을 되짚는 영화
프로그램이다. 또한 동아시아 각 도시에서 활동하는 사진가의 사진책
100권을 소개하는 “무빙 라이브러리”,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 “작가의 방”도
함께 마련된다.
이러한 구성은 사진을 단순히 벽에 걸린 이미지로 바라보는 방식에서
벗어나게 한다. 관람객은 사진을 보고, 읽고, 듣고, 산책하고, 대화하며
경험한다. 스마트폰과 SNS 환경 속에서 사진이 가장 일상적인
이미지 생산 방식이 된 지금,《컴백홈》은 사진을 다시 천천히 바라보게 만든다. 어떤 장소를 기억한다는 것, 누군가와의 관계를 기록한다는 것, 도시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서울시립사진미술관 / 사진: 서울시립사진미술관
2026 서울사진축제《컴백홈》은
사진을 과거의 기록 매체로만 다루지 않는다. 이번 축제는 사진이 오늘의 삶과 관계, 기억, 이동의 감각을 읽어내는 중요한 언어임을 보여준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다시 시작된 서울사진축제는 한국 사진이 전문 미술관 제도 안에서 새롭게 자리 잡고, 도시와 시민의 경험 속으로 확장되는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전시 정보
전시명: 2026 서울사진축제《컴백홈》
장소: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주소: 서울시 도봉구 마들로13길 68
기간: 2026년 4월 9일 – 6월 14일
운영시간: 화–금 10:00–20:00 / 토·일·공휴일 10:00–19:00
휴관: 매주 월요일
참여작가: 기슬기, 김민, 김소라, 김준, 나나와
펠릭스, 뮌, 박형렬, 손은영, 신수와, 신희수, 양동규, 오석근, 윤태준, 이선민, 이예은, 이한구, 장연호, 정경자, 정정호, 최원준, 하다원, 한영수, 함혜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