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Dreary Tangerine》 ©Perigee Gallery

페리지갤러리는 돈선필 작가의 개인전 《음울한 귤》을 7월 26일까지 개최한다.

특촬(特撮)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돈선필의 이번 전시는 《음울한 귤》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지닌다. 이는 우리말로 번역된 일본 만화에 등장했던 가상의 책 이름으로, 원서의 언어 유희적 표현을 알아차리지 못한 번역가의 오역으로 나타났다. 이후 개정판에서는 각주로 수정하여 번역되었지만, 이미 뭔가 어색한 단어는 존재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와 같은 번역의 오류를 흥미롭게 바라본다.

특촬은 아직 도래하지 않거나 이미 사라진 것 모두를 포함하여, 가상의 시공간을 현실로 재현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결합된 과정이다. 여기서 작가가 주목하는 지점은 영상 촬영 이후 그것이 실체를 가진 존재들로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가면, 슈트, 괴수의 몸체, 도심 공간을 표현한 디오라마 세트 등은 필요와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조건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만들어지고, 촬영이 끝난 뒤에도 현실에 남겨져 기묘한 형상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Installation view of 《Dreary Tangerine》 ©Perigee Gallery

한편 전시는 개인의 삶, 취미, 일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조각에서 글로, 영상으로, 다시 사물로 퍼져나가고 돌아오는 순환 구조를 촘촘하게 펼쳐 보인다. 작가는 텍스트와 조형적 형태 사이의 간극, 물성이 가진 외적 변화와 표면이 균열하는 순간, 그리고 새로운 것들이 솟아오르는 과정을 억지로 봉합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정확하게 헤아릴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며, 관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해 새롭게 나타나는 것들로부터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피규어에 대한 연구는 특촬의 구조와 성격을 함축하는 좋은 예시다. 작가는 피규어가 가진 정확한 모습의 재현뿐 아니라, 현실적 비율과 균형에서 벗어난 요소들이 혼재된 모습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러한 접근은 어떤 이에게는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괴상하고 기묘한 혼합물로 다르게 읽힌다.

Installation view of 《Dreary Tangerine》 ©Perigee Gallery

작가는 특촬이라는 호기심의 대상을 따라가며, 과장이나 누락 없이 자신이 인식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펼쳐낸다. 이는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을 느끼게 하며, 아직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무언가를 표현하는 행위로 이어진다.

전시에서 관객들은 저마다 다른 요소에 이끌릴 것이다. 우리는 여러 지점 중 무언가를 선택하게 되고, 그 뒤에 찾아오는 오차, 오류, 그리고 불가피한 오해를 당연한 절차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후 새롭게 마련된 토대 속에서 다층적으로 쌓여 가는 시공간을 재설정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창조 가능성을 여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