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New Act: Lysis》 ©Perigee Gallery. Photo: CJY ART STUDIO

페리지갤러리는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5 《새로운 막, 뤼시스(New Act: Lysis)》를 2월 7일까지 개최한다. ‘페리지 팀 프로젝트’는 매년 역량 있는 젊은 작가와 기획자를 한 명씩 선발해 하나의 새로운 팀을 만들고, 서로를 이해하는 진정한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전시를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막, 뤼시스》는 달팽이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가설로부터 시작하여, 관계에 대한 서술이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와 구조로 전환되는 오늘, 감각과 인지의 차이를 경로 삼아 우정의 가능성을 질문한다. 이 물음을 따라 호출된 존재는, 책을 읽는 우리의 움직임과 감각이, 페이지 위를 더듬는 달팽이의 행위와 겹쳐 보인다는 상상에서 비롯된다.


Installation view of 《New Act: Lysis》 ©Perigee Gallery. Photo: CJY ART STUDIO

글자 사이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경로, 점액질의 흔적, 그리고 종이를 갉아 먹은 자국은 페이지 위를 이동하는 우리의 수행과 나란히 놓이며, ‘읽는 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우화적 상상은 ―애초에 책을 읽는다는 설정은 인간의 감각과 인지에 의해 구성된 기준을 전제하기에― 간극을 드러낸다.

팀 프로젝트는 이 가설을 사유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페이지 위에서, 인간의 읽기와 달팽이의 이동이 교차했던 장면을 통해, 접속이 성립하는 조건을 점검한다. 달리 말해, ‘같은 자리’로 보이는 장면이 어떤 감각을 즉시 호출하고, 어떤 감각을 곧바로 배제하는지 그 선별의 작동을 드러내는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New Act: Lysis》 ©Perigee Gallery. Photo: CJY ART STUDIO

이를 위해 이윤재 작가는 불확실성과 차이가 관계로 체험되는 방식을 시간의 구조로 조직한 사운드 작업 〈APIS〉(2025)을 선보인다. 인간, 비인간, 인공지능으로 구분된 각각의 사운드는 동시에 청취가 가능하지만 맞물리지 않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또 다른 작품인 〈ENTANGLED READING〉(2025)는 작가의 방에서 기르고 있는 달팽이 케이지를 전시 공간과 연동하는 구상에서 출발한다. 케이지에 설치된 카메라가 달팽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면, 그 영상은 전시장 스크린으로 송출되고 OCR과 번역의 과정이 개입하면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발생한 감각과 사건은 이 변환의 회로 속에서 하나의 ‘읽기’로 얽힌다.


Dialogues, a related publication for 《New Act: Lysis》 ©Perigee Gallery. Photo: CJY ART STUDIO

마지막으로, 책장과 테이블 위에는 프로젝트가 지나온 시간과 목소리가 축적된 세 권의 책이 놓여 있다. 《새로운 막, 뤼시스》는 우정이 성립하는 조건을 다시 질문의 자리로 돌려놓고, 서로 마주하는 시간을 전시의 형식으로 들여와 지속시킨다.

기획자·작가의 대화, 인터뷰, 둥글게 둘러앉은 테이블, 끝나지 않는 사운드의 흐름에서 전시는 결론에 이르지 않는 질문의 상태를 유지한다. 서로의 언어가 중심에 닿지 못하더라도 그 가장자리에서 우정의 의미는 계속해서 갱신된다.

참여자: 이윤재(작가), 한주옥(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