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27일부터 28일까지 홍콩에서 열리는 Christie’s의 ‘20th/21st Century’ 세일은 올해 Christie’s가 “40 Years in Asia”를 기념하는 해로서 단순한 시즌 경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경매는 Christie’s 아시아 퍼시픽 본부가 위치한 더 헨더슨(The Henderson)에서 진행된다.
 
이번 세일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한국 작가들의 존재감이다. Christie’s에 따르면 이번 시즌에는 김환기, 이성자, 이우환, 김창열, 강명희, 정상화, 박서보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군이 함께 언급되고 있다. 이는 한국 미술이 동아시아 모더니즘과 글로벌 추상 회화 시장을 설명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Christie’s 아시아 20·21세기 미술 시니어 스페셜리스트 정윤아(Jung Yunah)는 이번 경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올봄 Christie’s Hong Kong에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언어를 형성하고 한국 모더니즘의 지적·물질적 엄격성을 정의한 작가들이 다시 모인다. 이우환의 ‘만남의 철학’에서부터 이성자의 서정적 우주관, 김창열의 명상적 물방울 회화, 그리고 자연에 대한 깊은 관찰에서 탄생한 강명희의 시적 풍경까지, 이 작품들은 단순한 미학을 넘어 시간과 사유, 그리고 지속성에 대해 말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시장 구조

현재 글로벌 경매시장에서 한국 미술은 주로 추상 회화와 모더니즘 작가들을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특히 단색화 계열 작품들이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국제 갤러리 전시와 미술관 연구가 확대되면서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은 아시아 경매 시장에서 중요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 추상미술의 경매 기록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김환기의 점화 연작은 한국 미술 시장의 최고가 기록을 형성했고, 이우환과 단색화 작가들은 국제 컬렉터들에게 안정적인 블루칩 작가로 자리 잡았다.
 
 
 
김환기 — 한국 추상 회화의 가격 기준을 형성한 점화 연작


김환기 출품작 / 사진 : 크리스티 아시아 인스타그램

김환기(1913–1974)의 뉴욕 시기 점화 연작은 국제 경매시장에서 한국 미술의 가격 기준을 형성해왔다.
 
1960년대 후반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이후 그는 점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의 회화를 발전시켰다. 수천 개의 점이 화면 전체를 채우는 그의 점화 회화는 한국적 정서와 우주적 공간감을 결합한 독자적인 추상 언어를 구축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1971년작〈19-VI-71 #206〉은 뉴욕 Christie’s 20세기 이브닝 세일에서 약 10,295,000달러에 낙찰되며 한국 작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기록된다. 이번 홍콩 세일에서 김환기의 이름은 한국 추상 회화가 국제 경매시장에서 형성한 가격 기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로 다시 제시되고 있다.
 
 

이우환 — 단색화와 모노하 철학을 연결하는 회화


이우환 출품작 / 사진 : 크리스티 아시아 인스타그램

이우환(Lee Ufan, b.1936)은 동아시아 모더니즘을 설명하는 핵심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일본 모노하 운동과 한국 단색화 담론을 동시에 연결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 연작인〈From Line〉은 화면 위에 반복되는 붓질을 통해 시간과 행위의 축적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이러한 회화는 단순한 형식적 추상이 아니라 존재와 관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980년작 〈From Line〉은 약 2,336,546달러에 낙찰되며 국제 경매시장에서도 안정적인 가격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김창열 — 물방울 회화가 구축한 명상적 추상


김창렬 출품작 / 사진 : 크리스티 아시아 인스타그램

김창열(1929–2021)은 물방울 이미지를 통해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캔버스 위에 사실적으로 묘사된 물방울은 단순한 정물 이미지가 아니라 존재와 사물의 본질을 성찰하는 명상적 장치로 작동한다. 그의 작업은 서구 추상회화의 형식 언어와 동양적 사유를 결합한 회화로 평가된다.
 
이번 홍콩 세일에 출품되는〈Untitled (BBV 08005)〉(2006)은 이러한 물방울 회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투명한 이미지와 화면의 평면성이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성자 — 파리에서 구축된 한국 추상의 또 다른 계보


이성자 출품작 / 사진 : 크리스티 아시아 인스타그램

이성자(1918–2009)는 한국 여성 추상 화가 가운데 가장 국제적인 활동을 펼친 작가 중 한 명이다.

1950년대 후반 프랑스로 이주한 이후 그는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우주적 상상력과 서정적 색채가 결합된 독자적인 추상 회화 세계를 구축했다.
 
〈Jamais vu de mémoire d’arbre〉(1963–1965)는 자연의 기억과 우주적 공간감을 결합한 작품으로 과거 경매에서 약 1,292,615달러에 낙찰되며 국제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이번 세일에 출품되는〈Mon auberge de mars No.3〉(2002)은 이러한 우주적 상상력이 후기 작업에서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종현 — 물질성과 반복적 행위로 구축된 단색화 회화


하종현 출품작 / 사진 : 크리스티 아시아 인스타그램

하종현(Ha Chong-Hyun, b.1935)은 한국 단색화 운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의 대표 연작 ‘Conjunction’은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 올리는 독특한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물감은 캔버스의 직조 구조를 통과하며 물질성과 행위의 흔적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번 홍콩 세일에 출품되는〈Conjunction 21-13〉(2021)은 이러한 작업 방식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강명희 — 자연의 감각을 추상으로 번역하는 풍경 회화


강명희 출품작 / 사진 : 크리스티 아시아 인스타그램

강명희(Myonghi Kang, b.1947)의 회화는 자연 풍경을 직접 묘사하기보다 자연을 관찰한 감각과 기억을 색면과 추상적 구조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의 작업은 자연을 재현하는 회화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경험한 시간과 공간의 감각을 화면 위에서 다시 구성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번 Christie’s Hong Kong 세일에 출품되는〈Hwangwouchi〉(2011)은 이러한 작업 방식이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자연 풍경을 추상적 색면과 구조로 변환한 회화다.
 

홍콩은 여전히 아시아 미술시장의 핵심 무대다. 뉴욕과 런던이 글로벌 미술시장 구조를 주도한다면 홍콩은 동아시아 미술 거래가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교차점 역할을 한다.
 
이번 Christie’s Hong Kong 40주년 세일은 한국 미술이 국제 미술시장 안에서 어떤 작가와 작품을 통해 대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동시에 한국 추상미술이 글로벌 모더니즘 회화의 언어 속에서 다시 읽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Auction Information
 
크리스티 홍콩
20·21세기 미술 데이 세일
2026년 3월 27–28일
더 헨더슨,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퍼시픽 본부
웹사이트: www.christi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