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19-VI-71 #206〉, 면에 유채, 254 x 203cm. 1971년.
경매 추정가 750만~1000만 달러 (약 106억7000만~142억2000만원). / 사진: CHRISTIE’S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1913–1974)의 대표작 〈19-VI-71 #206〉이 오는 11월 17일 뉴욕 크리스티(Christie’s)에서 열리는 20th Century Evening Sale에 출품된다. 이번 경매는 한국 미술 작품이 크리스티 뉴욕의 20세기 이브닝 세일에 등장하는 첫 사례로, 국내외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정가 7.5~10 Million USD, 피카소·호크니와 같은 무대에

크리스티는 본 작품의 추정가를 미화 7,500,000~10,000,000달러(한화 약 106억~142억 원)로 책정했다.


2019년 크리스티 홍콩의 ‘20세기 & 동시대 미술 이브닝 세일’에서 김환기의 〈우주 (Universe 5-IV-71 #200)〉가 131억원에 낙찰됐다. / 사진: CHRISTIE’S



〈우주 (Universe 5-IV-71 #200)〉 / 사진: 갤러리현대

이는 김환기 작품 중 최고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2019년 홍콩 크리스티에서 131억 원에 낙찰된 〈우주 (Universe 5-IV-71 #200)〉의 기록에 도전하는 셈이다.
 
이번 세일에는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데이비드 호크니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함께 출품되어, 김환기 작품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한국 미술사 안에서의 위치


1971년 뉴욕 체류시절의 김환기 (1913~1974) / 사진: 갤러리현대

김환기의 후기 ‘점화’ 시리즈는 “물질의 해체를 통한 정신의 회복”이라는 철학을 시각화한 것으로, 한국적 정서와 서구 추상미학이 결합된 독창적 미술 언어다.
 
그의 청색 점들은 단순한 패턴이 아니라, 시간·공간·존재를 묵상하는 ‘명상의 언어’로 기능한다. 뉴욕에서 활동한 1970년대 초, 그는 동양적 사유를 서구의 미니멀리즘과 결합해 ‘점’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구성했다. 〈19-VI-71 #206〉은 바로 그 사유의 정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우주적 명상의 청색, 김환기의 정점기 작품

〈19-VI-71 #206〉은 1971년 김환기가 뉴욕 체류 시기에 제작한 'Dot Painting' 시리즈의 대형 캔버스 중 하나다. 세로 254cm, 가로 203cm의 화면은 짙은 청색과 에메랄드 톤의 미세한 점들로 가득 차 있으며, 중앙에서 바깥으로 확산되는 원형 구조는 마치 심연 속 우주를 바라보는 듯한 깊이를 형성한다.
 
뒷면에는 “19-VI-71 #206 Whanki New York”이라는 서명이 적혀 있으며, 김환기의 후기 회화 세계가 도달한 극도의 단순성과 정신성을 보여준다. 이번 출품작은 과거 서울의 갤러리 현대가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미술시장에서의 의미와 전망

이번 경매 출품은 단순한 낙찰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 근현대미술이 서구 중심의 경매 플랫폼 중심 무대에서 ‘비교 가능한 예술 가치’로 평가받는 첫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작가의 주요 거래 무대는 홍콩이나 서울로 제한되어 왔으나, 〈19-VI-71 #206〉의 뉴욕 출품은 단일 작가의 성취를 넘어, 한국 미술 전체가 글로벌 시장과 동등한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번 사례는 낙찰 결과에 따라 한국의 근현대 미술이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뉴욕 메인 시장(Main Market) 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반면 추정가 이하의 낙찰이라 해도, 이번 출품은 한국 미술이 세계 미술사 서사 속에 진입했다는 사실 자체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