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마지막 주 열린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메이저 경매 결과는 한국 미술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전면적인 회복이라기보다, 작품군과 가격대, 작가별 인지도, 컬렉터층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선별적 거래에 가깝다.
 
케이옥션은 5월 27일 열린 메이저 경매에서 낙찰총액 약 72억 3,210만 원, 낙찰률 77.9%를 기록했다. 총 77점 중 60점이 낙찰된 결과다. 최고가는 야요이 쿠사마의〈Infinity Nets (POWTY)〉로, 추정가 21억~35억 원에 출품되어 21억 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은 5월 28일 제192회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총액 약 56억 6,000만 원, 낙찰률 69.8%를 기록했다. 서울옥션에서는 이우환의〈Dialogue〉가 추정가 7억~12억 원에 출품되어 10억 4,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우환,〈Dialogue〉, 2018, 캔버스에 아크릴, 130.3 × 96.8 cm. / 사진: 서울 옥션

두 경매 결과를 함께 보면, 고가 블루칩 작품은 여전히 시장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모든 고가 작품이 자동으로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젊은 작가군에서는 특정 작품을 중심으로 강한 경합이 발생했다. 이번 5월 경매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시장은 움직이고 있지만, 그 움직임은 넓고 균일한 상승이 아니라 작품의 성격과 가격 조건에 따라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케이옥션: 블루칩의 안정성과 중저가 동시대 작가의 경합
 
케이옥션의 결과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낙찰률이 80%에 근접했고, 낙찰총액도 70억 원대를 넘어서며 최근 경매시장 안에서 비교적 강한 성과를 보였다.


야요이 쿠사마,〈Infinity-Net (POWTY)〉, 2014, 캔버스에 아크릴, 145.5 × 145.5 cm.
/ 사진: 소더비

최고가를 기록한 야요이 쿠사마의〈Infinity Nets (POWTY)〉는 추정가 21억~35억 원에 출품되어 낮은 추정가 수준인 21억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가 낮은 추정가에 머문 점은 현재 시장이 높은 추정가를 상회하는 공격적 경합보다, 검증된 작품을 현실적인 가격에서 수용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함께 보여준다.


서도호의 대형 설치작〈Cause & Effect〉/ 사진: 케이옥션

서도호의 대형 설치작 〈Cause & Effect〉는 추정가 2억 8,000만~6억 원에 출품되어 3억 6,000만 원에 낙찰됐다. 설치작은 회화나 평면 작품에 비해 보관, 설치, 재판매 조건이 복잡하다. 따라서 이 작품의 낙찰은 단순한 거래 결과를 넘어, 국내 경매시장에서 동시대미술의 수용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참고 사례로 볼 수 있다.


유영국,〈산〉, 1988, oil on canvas, 65.1×90.9cm. / 사진: 케이옥션

유영국의 1988년 작〈산〉은 추정가 4억~8억 원에 출품되어 4억 9,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 결과는 한국 추상미술에 대한 기본 수요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공격적 가격 상승이라기보다, 검증된 작가의 적정 가격대 작품이 시장에서 소화된 결과에 가깝다. 현재 시장은 작가의 이름만으로 높은 가격을 수용하는 단계가 아니다. 작품의 제작 시기, 크기, 계열, 추정가의 현실성이 함께 작동한다.


무나씨,〈알아차림〉, 한지에 먹, 아크릴, 60.6×72.7cm, 2022 / 사진: 케이옥션

이번 케이옥션에서 흥미로운 사례는 무나씨의〈알아차림〉이다. 이 작품은 시작가 800만 원에서 출발해 42회 경합 끝에 2,600만 원에 낙찰됐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낙찰가 자체보다 응찰의 밀도다.
 
이번 경합이 넓은 컬렉터층의 참여에서 비롯된 것인지, 소수 응찰자 사이의 반복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인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경매에서의 경합은 실제 수요를 반영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특정 작품의 가격을 공개적으로 노출하고 형성하는 장치로도 작동한다. 따라서 이 결과는 시장 활기의 신호인 동시에, 가격 형성 과정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서울옥션: 근현대 블루칩과 젊은 작가에 집중된 응찰
 
서울옥션의 결과는 케이옥션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었다. 낙찰총액은 약 56억 6,000만 원, 낙찰률은 69.8%를 기록했다. 기대작으로 언급됐던〈대동여지도〉 채색 필사본은 낮은 추정가 20억 원에 출품됐으나 유찰됐다.
 
〈대동여지도〉채색 필사본은 일반적인 회화나 동시대미술 작품과 다른 특수 아이템이다. 문화재급 역사 자료로서 학술적 가치와 희소성은 분명하지만, 경매시장에서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컬렉터층은 제한적이다. 보관, 연구, 소장 목적, 기관 매입 가능성, 가격 수용성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거래가 성립된다.
 
따라서 이번 유찰은 고미술 시장 전체의 약세라기보다, 해당 작품의 가격과 구매자 조건이 이번 경매 현장에서 일치하지 않았다는 결과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이목하의〈크로마키 블루〉 / 사진 : 서울옥션

서울옥션 결과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젊은 작가의 경합이다. 이목하의〈크로마키 블루〉는 추정가 1억~1억 5,000만 원에 출품되어 3억 5,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단순한 관심 이상의 가격 수용성을 보여준 사례다. 동시에 젊은 작가의 작품이 단기간에 고가 구간으로 진입할 때, 그 가격이 무엇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무나씨와 이목하: 같은 경합, 다른 가격 구조
 
무나씨와 이목하의 결과는 모두 젊은 작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사례의 시장적 의미는 다르다.
 
무나씨의〈알아차림〉은 시작가 800만 원에서 출발해 2,600만 원에 낙찰됐다.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서 다수 응찰을 끌어낸 사례다. 이 경우 핵심은 낙찰가의 높이보다 응찰 참여의 폭이다. 낮은 시작가에서 경합이 붙고 여러 차례 응찰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면, 이는 중저가대 동시대미술 시장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반면 이목하의〈크로마키 블루〉는 추정가 1억~1억 5,000만 원에 출품되어 3억 5,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 경우 핵심은 가격 접근성이 아니라 고가 수용성이다. 젊은 작가의 작품이 이 가격대에서 거래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미지 선호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작가의 최근 시장 주목도, 작품의 대표성, 전시 이력, 갤러리의 가격 관리, 향후 가격 상승 기대, 동시대미술 안에서의 상징성이 함께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젊은 작가의 작품이 예상가를 크게 넘기거나 다수 응찰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건강한 시장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매 가격은 실제 수요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격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시장에 각인시키는 기능을 한다. 특히 작가의 제도적 검증이나 비평적 축적이 충분히 형성되기 전에 경매 가격이 먼저 상승할 경우, 그 가격은 시장의 신뢰보다 시장의 기대를 앞당겨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무나씨와 이목하의 사례는 젊은 작가 시장의 활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가격 형성의 구조를 점검해야 하는 사례다. 중요한 것은 낙찰가 자체가 아니라 그 가격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가이다. 실제 응찰자의 폭, 1차 시장 가격과의 관계, 유사 작품의 반복 출품 여부, 낙찰 이후 결제와 재거래 기록, 작가의 전시·비평적 기반이 함께 확인되어야 한다.
 

 
 
젊은 작가 경매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
 
젊은 작가의 경매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여섯 가지 기준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1차 시장 가격과 경매 낙찰가의 차이다.
 
갤러리에서 형성된 최근 가격과 경매 낙찰가 사이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차이가 크다면 그 상승을 설명할 만한 전시, 기관 소장, 비평적 평가, 해외 진출, 수요 확대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1차 시장 가격보다 경매 가격이 지나치게 앞서가면 가격 형성의 안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둘째, 출품 빈도와 반복 낙찰 여부다.
 
젊은 작가 작품이 짧은 기간 안에 여러 경매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면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건강한 시장에서는 좋은 작품이 컬렉터에게 흡수되고 일정 기간 보유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유사 작품이 빠르게 반복 출품된다면 실제 소장 수요보다 매도 수요가 강하거나, 경매를 통해 가격을 노출하려는 흐름이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셋째, 응찰 수의 질이다.
 
응찰 횟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수요층이 넓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응찰자가 몇 명이었는지, 낮은 가격대에서만 응찰이 몰렸는지, 마지막 고가 구간에서도 복수의 경쟁자가 남아 있었는지다. 40회 이상의 경합이라도 실제로는 소수의 응찰자가 작은 단위로 반복 경쟁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응찰 수는 참고 지표일 뿐, 그 자체로 시장의 건강성을 증명하지 않는다.
 
 
넷째, 낙찰 이후 실제 결제와 재거래 기록이다.

경매에서 낙찰됐다는 사실만으로 가격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결제가 이루어졌는지, 이후 유사한 작품이 비슷한 가격대에서 다시 거래되는지, 다음 경매에서 가격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가격을 지지하는 주체의 폭이다.
 
젊은 작가의 가격이 건강하게 형성되려면 특정 경매사나 특정 컬렉터 그룹만이 아니라 갤러리, 컬렉터, 기관, 비평, 전시 이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특정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만 가격이 형성된다면 수요의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기관 전시, 주요 컬렉션, 비평적 논의, 국제적 노출이 함께 뒷받침된다면 가격의 설득력은 높아진다.
 
 
여섯째, 작품의 대표성과 퀄리티다.
 
젊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작가의 핵심 언어가 잘 드러나는 대표작, 중요한 시기의 작품, 전시 이력이 있는 작품이라면 고가 거래의 설명력이 생긴다. 반대로 작가의 핵심 언어와 거리가 있는 작품이 과도하게 상승한다면 가격의 근거는 약해진다. 젊은 작가 시장에서는 작가 이름보다 작품 자체의 대표성이 특히 중요하다.
 
 
 
5월 경매 결과 리뷰 : 가격 형성과 시장 신뢰도
 
이번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5월 메이저 경매 결과를 보면 블루칩 시장에서는 안정적 수요가, 젊은 작가 시장에서는 선택적 경합이, 특수 아이템에서는 제한적 거래 조건이 확인됐다.
 
특히 젊은 작가의 고가 낙찰과 다수 응찰은 시장 활기의 신호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가격의 안정성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경매에서 형성된 가격이 지속 가능한 시장 가격이 되기 위해서는 작품의 대표성, 작가의 전시 이력, 비평적 평가, 1차 시장의 가격 관리, 실제 컬렉터층의 폭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이번 5월 경매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가격의 상승 여부가 아니라 가격의 설득력이다. 좋은 시장은 높은 가격을 많이 만드는 시장이 아니라, 그 가격이 왜 가능한지 설명할 수 있는 시장이다. 한국 미술시장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매 결과를 흥행 지표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과 그 가격을 지지하는 구조를 더 엄밀하게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