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시대 미술은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미술계 안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그 흐름 속에서 단순한 시장적 주목을 넘어, 동시대 인간의 감각과 존재 조건 자체를 새롭게 질문하는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이미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온 작가다.

이미래,〈무제(Untitled) (오렌지 펌프 애니멀 본 글루 스터디)〉, 2026. 작가 및 티나킴갤러리 제공. 2026년 프랑스 빌뢰르반 현대미술연구소–프락 론알프(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 Frac Rhône-Alpes, Villeurbanne)에서 열린《THE (PSYCHO)SOMATIC ZONE》전시 전경. / © Thomas Lannes
프랑스 리옹 인근 빌뢰르반(Villeurbanne)에
위치한 IAC(Institut d’art contemporain, Villeurbanne/Rhône-Alpes)는 2026년 4월 3일부터 8월 2일까지 이미래 개인전《THE
(PSYCHO)SOMATIC ZON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스위스 비디오아트 작가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의 IAC 컬렉션
전시와 함께 구성되며, 큐레이터 사라 카예(Sarah Caillet)가
기획을 맡았다.
전시 제목인《THE
(PSYCHO)SOMATIC ZONE》은 신체와 정신이 직접 충돌하는 감각의 영역을 의미한다.
IAC는 전시 소개문에서 “감각이 언어보다 먼저 도착하고,
지성이 더 이상 중재자로 기능하지 않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또한 단테의『신곡』속 “여기 들어오는 자여,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익숙한 해석과 이성적 거리감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한다.
이미래의 작업은 오래전부터 신체와 기계, 유기체와 산업 구조 사이의 경계를 탐구해왔다. 녹슨 금속 구조물, 산업용 체인과 호스, 모터와 윤활유, 점액질 같은 재료들은 그의 작업 안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기계적 움직임이 아니다. 이미래의 조각은 마치 지친 신체처럼 떨리고, 숨 쉬고, 늘어지고, 반복적인
운동을 수행한다. 그 움직임은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폐기물, 욕망과 소진 사이를 오가는 불안정한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미래,〈Open Wound의 터빈 스켈레톤(Turbine Skeleton from Open Wound)〉, 2024–2026. 작가 및 티나킴갤러리 제공. 2026년 프랑스 빌뢰르반 현대미술연구소–프락 론알프(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 Frac Rhône-Alpes, Villeurbanne)에서 열린《THE (PSYCHO)SOMATIC ZONE》전시 전경. / © Thomas Lannes
IAC는 이번 전시에서
이미래의 조각들을 “때로는 살아 있고, 때로는 생명 없는
몸-기계(body-machines)”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 조각들이 “지옥 같은 루틴 속에 갇힌 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고 표현한다. 녹슨 흔적과 얼룩, 피부처럼 보이는 표면들은 단순한 조형 요소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존재의 흔적과 기억처럼 작동한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조각 작품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미래는 인간 신체와 감각 체계가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가를 매우 물질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산업적 재료와 유기적 이미지가 뒤섞인 그의 작업은 기술 환경 속에서 피로와 감각
과잉 상태에 놓인 현대인의 몸을 연상시킨다.

이미래,〈Open Wound의 평평한 피부들(Flat Skins from Open Wound)〉(부분), 2024–2026. 작가 및 티나킴갤러리 제공. 2026년 프랑스 빌뢰르반 현대미술연구소–프락 론알프(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 Frac Rhône-Alpes, Villeurbanne)에서 열린《THE (PSYCHO)SOMATIC ZONE》전시 전경. / © Thomas Lannes
작품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관람객이 신체적으로 감각하도록 만든다. 관람자는 작품을 “이해”하기 이전에 먼저 압박감과 긴장감, 혐오와 매혹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감각 구조는 최근 국제 미술계 흐름과도 연결된다. 오늘날 동시대 미술은 단순히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사회적 의제를 나열하는 방향을 넘어, 인간 감각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가를 탐구하는 작업들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미래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강한 동시대성을 획득한다. 그의 조각은 특정한 서사를 설명하지 않지만, 오늘날 인간이 경험하는
불안정성과 긴장, 피로와 감각 과잉 상태를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이미래 작가. / 작가 및 티나킴갤러리 제공. 사진: Melissa Schriek.
이미래(Mire Lee)
이미래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조각가이다. 산업용 재료와 기계 장치, 유기적 구조를 결합한 조각 및 설치 작업을
통해 인간 신체와 비인간적 시스템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모터, 체인, 실리콘, 점액질, 금속
구조물 등을 활용한 그의 작업은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불안정한 감각 상태를 만들어낸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미술계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이다.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The Milk
of Dreams》참여를 비롯해 뉴욕 뉴뮤지엄(New Museum),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등 주요 국제 기관 전시에 참여해왔다. 현재 국제적으로는 Tina Kim Gallery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미래의 작업은 단순한 조각 형식을 넘어, 오늘날 인간의 신체와 감각이 어떤 환경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가를 질문하는 동시대적 조각 실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Institut d’art contemporain, Villeurbanne/Rhône-Alpes(IAC) 전경. / 사진: le-telegraphe-2021.blogspot
Institut
d’art contemporain, Villeurbanne/Rhône-Alpes (IAC)
IAC Villeurbanne는
프랑스 리옹 인근 빌뢰르반에 위치한 대표적인 동시대 미술기관이다. 1978년 설립된 이후 프랑스 및
유럽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실험 공간으로 기능해왔으며, 전시와 컬렉션,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기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동시대 예술과 과학·철학·신경과학
등을 연결하는 연구 플랫폼 “Space Brain Laboratory” 등을 운영하며 실험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또한 프랑스 지역 공공 컬렉션인 Frac Rhône-Alpes와
연계하여 국제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주요 작업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IAC는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의 실험적 작업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으며, 감각·신체·기술·인지 문제를
다루는 동시대 미술 담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 이미래 개인전 역시 이러한 기관의 방향성과
연결된다.
전시
정보
전시명:《THE
(PSYCHO)SOMATIC ZONE》Mire Lee | Pipilotti Rist (IAC Collection)
기간: 2026년 4월 3일 — 8월 2일
장소: Institut d’art contemporain, Villeurbanne/Rhône-Alpes
(IAC), France
큐레이터: Sarah Caillet
주최: Institut d’art contemporain, Villeurbanne/Rhône-Alpes
주소: 11 rue
Docteur Dolard, 69100 Villeurbanne, France
웹사이트: Institut
d’art contemporain, Villeurbanne/Rhône-Alpes (IA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