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개관한 경기도서관 / 사진:경기도

9년의 준비 끝에 개관한 경기도서관은 단순히 ‘국내 최대 규모 공공도서관’이라는 수식어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 공간은 오늘날 공공도서관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자, 지식과 문화,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공공 플랫폼의 실험이다.
 
연면적 약 8,400평, 축구장 네 개에 달하는 이 거대한 도서관은 규모 이전에 구조와 개념에서 기존 공공도서관의 틀을 벗어난다.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는 장소가 아니라, 지식이 생성·순환·경험되는 하나의 생태계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다.
 


열린 구조, 흐르는 지식 — ‘도서관’이라는 공간 개념의 전환
 
경기도서관의 핵심 공간 언어는 나선형 동선이다. 달팽이를 연상시키는 이 구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모든 층을 끊김 없이 연결하며, 위계적인 층 구분을 해체한다. 이용자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대신, 하나의 흐름을 따라 지식 공간을 ‘산책’한다.


경기도서관은 중앙홀을 중심으로 가장자리의 '경기책 길' 중앙 나선형 계단인 '지혜의 샘'으로 구성되었다. 공간 곳곳을 산책하듯 탐색할 수 있게 조성하였다. / 사진: 경기도서관

층마다 독립된 서가가 놓이는 기존 도서관과 달리, 이곳의 서가는 개방형 구조 속에서 서로 연결된다. 이는 지식을 분절된 정보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확장되는 체계로 인식하게 만든다. 중앙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구조는 도서관을 하나의 ‘고정된 건물’이 아닌, 움직이는 지식의 장으로 전환시킨다.
 


책을 넘어, 플랫폼으로 — AI·환경·게임이 공존하는 공공성의 실험
 
경기도서관이 제시하는 가장 분명한 변화는 콘텐츠의 확장이다. 이곳에는 약 34만 권의 장서가 마련되어 있으며, 향후 55만 권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도서관의 정체성은 단순한 장서 수에 있지 않다.
 
AI 스튜디오, 북 그라운드, 콘솔 게임 플레이존, 환경·기후 관련 아카이브, 다국어 자료 공간 등은 ‘책 이후의 도서관’을 전제한다. 독서, 디지털 창작, 게임, 토론, 체험이 하나의 공공 공간 안에서 병치되며, 도서관은 더 이상 조용한 열람실이 아닌 다층적 문화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경기도서관 내부 /사진: 대보건설

특히 AI 기반 콘텐츠 제작 공간과 환경 주제 아카이브의 결합은, 지식 소비를 넘어 미래 사회의 핵심 의제를 공공 영역에서 다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도서관이 중립적 저장소를 넘어,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장소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과 기술의 공존 — 지속가능한 공공 공간의 모델

건축적으로도 경기도서관은 상징적이다. 실내 곳곳에 조성된 수직 정원과 식물 기반 공간, 옥상의 스카이 라이브러리는 도서관을 닫힌 실내가 아닌 자연과 연결된 공공 환경으로 확장시킨다.
 
태양광과 지열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공기 정화 설계 등은 지속가능성을 장식적 요소가 아닌 구조적 전제로 삼는다. 이는 공공건축이 단순한 기능적 효율을 넘어, 미래 도시의 윤리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을 넘어, 하나의 목적지로 —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문화적 위상

경기도서관은 지역 도민을 위한 시설이면서 동시에, 외부 방문객에게도 열려 있는 문화 목적지다. 게임, AI, 다국어 자료, 열린 휴식 공간은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이용자까지 포괄하며, 도서관의 이용 주체를 확장한다.


전국 최대 공공도서관 ‘경기도서관’ 내부모습 / 사진 : 경기도

이는 오늘날 공공도서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의 변화를 명확히 드러낸다. 더 이상 특정 계층의 학습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문화적 허브이자 생활 플랫폼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지하1층 힙플레이스는 그림책 원화 및 책 전시와 매거진을 열람할 수 있는 라운지로 조성돼 있다 / 사진 경기도서관

공공도서관 이후를 상상하다

경기도서관은 ‘국내 최대’라는 기록보다, 공공도서관의 미래를 실험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책과 기술, 환경과 놀이, 학습과 휴식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공존하는 이 공간은, 지식이 더 이상 고정된 형태로 축적되지 않는 시대에 도서관이라는 전통적인 공간이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도서관은 묻는다.
 
지식은 어디에서 생성되는가. 공공 공간은 무엇을 품어야 하는가. 그리고 도서관은 앞으로 어떤 장소가 되어야 하는가.
 
경기도서관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