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Berlin Blue》 ©Artspace Boan

아트스페이스 보안은 김실비 작가의 개인전 《베를린블루》를 아트스페이스 보안 2와 보안책방에서 11월 8일까지 개최한다.

전시의 중심 작품인 〈베를린블루〉(2025)는 도저히 봉합될 수 없을 것만 같은 격차와 혐오의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파괴하지 않고 잠시나마 친구, 동지, 가족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출발한 작업이다.

어느 사회나 체제도 구성원 모두를 대변할 수 없기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이야말로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는 보다 넓은 토양이 될 수 있다. 〈베를린블루〉는 사실상 누구도 “다수”로 묶이기 힘든 현실을 떨쳐내고 각자 “소수”인 우리가 포개지는 시공간을 그려본다.

Installation view of 《Berlin Blue》 ©Artspace Boan

기원에서 멀리 떨어져나와 투영된 정의를 버젓이 표시하지만 공허한 ∅장소, ∅사물, ∅존재는 〈베를린블루〉에서 이들만의 몸과 영역을 선언하고, 이들이 비로소 속한다고 느낄 시공간이 이미 도래한 양 먼저 서본다.

〈베를린블루〉의 주인공 이수는 나선형 시간 여행을 하며 애인 세 명을 만난다. 한 세기에 걸친 “프러시안블루” 염료의 여정을 따라 개인의 특정한 삶이 군사주의 역사의 순간들과 교차한다. 여정 끝에 돌아온 현재-미래에서 이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에 거하는 애인을 향해 다음 걸음을 내디딘다.

〈베를린블루〉는 모든 곳에 존재하며 누구나 될 수 있는 소수자가 어떻게 정치, 문화적 투영을 떨쳐낸 존재로 일어설 수 있을지를 되묻는다. 그리하여 배타적으로 변모해 가는 각국 사회에서 이중, 다중으로 비가시화되는 “∅존재들”의 교차점을 마련한다.

Installation view of 《Berlin Blue》 ©Artspace Boan

한편, 2층에 설치된 〈주변〉(2025)은 지하 전시장 〈베를린블루〉 본편 영상의 주인공 이수가 쓰고 등장하는 장옷을 운반 가능한 단위로 해체하여 재조립한 작품이다. 이수는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세 애인과의 만남을 거치면서 여러 속박을 떨치고 홀가분해진다.

보안책방 서가는 통상 출간물의 맥락을 홍보하는 데 쓰이는 공간이다. 『베를린블루』 전시 책자와 함께, 〈주변〉 속 각자 다르고 유연한 선분은 자유롭게 조합하며, 규칙적으로 구획된 서가의 칸을 넘나든다. 이로써 ‘주변’으로 기호화되었던 존재들이 비로소 그 자체로 읽힐 수 있도록 전면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