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 루프 공간 이전 홍보 포스터 ©대안공간 루프

1999년 서울 마포구에 개관한 한국 1세대 대안공간인 대안공간 루프(이하 루프)가 을지로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루프의 새 본거지는 서울 중구 청계천로 172-1 1층, 청계천 변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16일, 재개관 첫 전시로 젊은 회화 작가 5인을 소개하는 《그림처럼》을 개막하며, 새 공간에서의 첫 걸음을 딛었다.
 
아울러, 루프는 공간 이전을 맞아 향후 2년간 나아갈 길을 정리한 글 「루프의 2026–27년 미션 스테이트먼트: 다른 미래를 실체화하는 예술 기관」을 공개했다. 해당 글에서 루프는 현시대의 미술 세계가 투자와 자산 등으로 자본주의적 물신화 되는 현상에 이의를 제기하며, 향후 2년간 공산적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동시대 예술 기관의 새로운 형식 실천을 할 것임을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대안공간 루프의 기존 건물 외관 전경 ©대안공간 루프

루프는 “전시를 제공하는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제도·시장·도시의 질서를 실험하고 갱신하는 행위자로 작동하고자” 한다며, “소수의 배타적 공동체가 아닌 우리가 지금 어떤 위치에 놓여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사유하는 사람들의 열린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을지로의 공구·제조 생태계, 이주·노동·주거 문제,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의 긴장과 갈등을 문화 상품의 재료로 소비하지 않을 것이며, 다양한 위치의 예술가, 큐레이터, 연구자와 실천가, 국내외 기관과 연대하여 연구, 워크숍, 아트 스쿨 등을 진행함으로써 예술 실천과 지역 생태 실천을 연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계천 산림동 거리 전경 ©리슨투더시티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공간 중 하나인 루프가 을지로로 이전할 경우 젠트리피케이션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하였다.
 
지난 15일,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리슨투더시티,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질의서에 따르면, 루프가 이전한 산림동은 을지로에 몇 안 남은 금속 제조업 집적지이자 전면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험에 이중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활동가들과 주민들, 시민들이 그 위험들로부터 지키고자 애써 온 지역이다.


청계천 산림동 기술자 ©리슨투더시티

또한 이들은 문화공간에 의해 촉발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전면 재개발보다 빠르고, 더 잔인하게 기존 상인들을 내쫓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밝히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서, 현재 세 단체는 루프를 대상으로 ‘청계천-을지로 지역으로의 이사 배경,’ ‘이주 지역의 원주민 및 기존 생태계에 대한 고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중심으로 한 질의에 공개적으로 답을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