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Casper》 ©Alternative Space LOOP

대안공간 루프는 이정 작가의 개인전 《캐스퍼 (Casper)》를 10월 1일까지 개최한다.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 이정은 사진, 영상, 설치, 텍스트를 통해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서사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전시 《캐스퍼》는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등의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코리안 고스트 Korean Ghost, 2022》와 《키신 Kishin: The Generation of Postmemory, 2023》에 이은 포스트메모리 시리즈의 세 번째 프로젝트다.

이 일련의 프로젝트는 세대 간에 전달된 기억을 ‘포스트메모리’의 관점에서 다루며, 픽션, 인터뷰, 아카이브, 3D 환경 등을 통해 말해지지 않은 서사를 시각화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도적 망각 속에서도 남겨진 기억의 잔재들을 호출하며, 보이지 않는 기억의 자취를 현재로 불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Casper》 ©Alternative Space LOOP

《캐스퍼》는 황해도 신천에서 출생한 작가의 외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는 광복 이후 한국에서 서북청년회로 활동했고,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물건을 받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의 이야기는 가족 내에서 금기시되었고, 사진조차 남아 있지 않다. 작가는 흔적이 사라진 외할아버지를 유령에 비유해, 가족 구술사와 아카이브 형태로 예술작업을 만들었다.

전시는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역사도, 이름도 없이 사라진 이들의 서사를 예술적 상상으로 복원한다.

Installation view of 《Casper》 ©Alternative Space LOOP

전시의 제목은 영화 「꼬마유령 캐스퍼Casper, the friendly ghost」에서 차용했다. 미련이나 원한을 가지고 세상을 떠도는 보통의 유령과는 달리 캐스퍼는 왜 죽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본인의 이름도 모른 채 윕스태프 저택을 떠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꼬마유령의 따뜻한 이미지를 빌려, 작가의 외할아버지를 비롯해 익명으로 남겨진 이들과 그들이 살아낸 시대를 위로한다. 사라진 이들은 캐스퍼가 되고, 전시장은 캐스퍼의 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