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25년 12월 17일부터 2026년 1월 31일까지 이은실 (b.
1983)의 개인전《파고(Surging Wave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회화적 탐구가 하나의 응축된 국면에 이른 지점으로, 개인의 신체적 경험과 사회적 감정 구조가 교차하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드러낸다.

이은실 개인전《파고》설치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서울, 한국, 2025.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이은실의 회화는 동양화의 기법적 기반 위에서 출발하지만, 전통적 재현이나 서정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화면은 언제나
감정의 “상태”보다는 감정이 생성되고 요동치는 “과정”에 가까웠다.
욕망, 불안, 긴장, 해방과 같은 감정들은 명확한 서사로 설명되기보다, 겹쳐지고 밀려오며 화면 전체를 진동시키는 파동으로 작동해왔다.

이은실 개인전《파고》설치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서울, 한국, 2025.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작가는 초기 작업부터 개인의 내면을 사회적 조건과 분리된 자율적
영역으로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대부분이 사회적 규범, 역할, 시선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에 주목해왔으며, 특히 여성의 신체와 감정이 사회적으로 관리되고 규정되는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해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특정한 이슈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보다, 회화적 밀도와 감각의 중첩을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난다.
이은실,〈에피두럴 모먼트〉(2025), 종이에 먹과 채색, 244×720cm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이번 전시《파고》에서 작가는 “출산”이라는 경험을 전면에 호출한다. 출산은 생물학적 사건이자 사회적 사건이며, 동시에 극도로 사적인 감각의 축적이기도 하다. 이은실은 출산을 둘러싼
통증, 공포, 긴장, 환희, 해방의 감각을 도상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 경험이 남긴 내적 파동을 화면의 리듬과 밀도로 번역한다. 물결처럼 반복되는 붓질, 화면을 가득 채운 압축된 에너지, 명확한 중심을 허락하지 않는 구성은 감정이 특정 지점에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상태를 시각화한다.

이은실,〈삶과 죽음 사이〉(2025), 종이에 채색, 206×147cm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이 과정에서 출산은 단순한 개인적 서사가 아니라, 인간 존재가 필연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신체적·정서적 한계 상황으로
확장된다. 사회적으로 미화되거나 은폐되어온 출산의 이면—통제
불가능한 감각과 내면의 균열—은 이은실의 회화를 통해 보다 날것에 가까운 감각으로 드러난다. 이는 여성의 경험을 특정한 정체성의 언어로 환원하기보다, 인간 보편의
취약성과 생의 조건으로 재위치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은실,〈분만 1기〉(2025), 종이에 먹과 채색, 150×250cm /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이은실 작가 ©Artist
작가 소개
이은실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이후,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꾸준히 실험해왔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2025), No.9 Cork Street 런던(2024), P21(2021), 유아트스페이스(2019), 두산갤러리
뉴욕(2016) 등에서의 개인전은 그의 작업이 특정 지역이나 문화권에 국한되지 않고, 동시대 회화가 다루는 감정의 문제를 보편적 언어로 확장해왔음을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리움미술관, 일민미술관
등의 단체전 참여와 주요 미술관 컬렉션 소장은 이러한 작업의 맥락을 제도적으로도 확인시킨다.
전시 정보
전시명: 이은실
개인전《파고(Surging Waves)》
기간: 2025년 12월 17일(수) – 2026년 1월 31일(토)
장소: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ARARIO GALLERY SEOUL)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지원: 2025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 프로젝트
관람 안내
– 전시 개막일(12월 17일) 오전 11시부터 일반 관람 가능
– 오프닝 리셉션: 2025년 12월 17일(수) 오후 5시
–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대중교통 이용 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