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of 《Born Under a Bad Sign》 ©Mihakgwan
미학관은 재개관전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를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새로운 공간에서 4월 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과적 근거도 개연성도 없이 닥쳐오는 직관적인 감각으로서의 ‘불길한
징조’가 실존의 예민한 감각으로 치환된 생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불길한 징조는 두려움과 떨림을 야기하며, 인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파국의 예언 같은 피할 수 없는 절망의 신호이다. 명확한 기호로 설명되기 이전의 직감이자
분위기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실존적 감각이다.
예기치 못한 우연이 반복 될 때, 우리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근원적인 불안과 누군가 설계한 듯한 인과관계의
착각을 경험한다. 전시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매체와 언어를 통해 이 실존적 전율을 실체화한다.

Installation view of 《Born Under a Bad Sign》 ©Mihakgwan
이은실은
인간의 억압된 원초적 본능과 욕망을 응시하며, 주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파동을 추상적인 장면으로
번역하여 사회적 금기를 불러온다.
박웅규는 ‘부정성(negativity)’으로부터 촉발된 모호한 감각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벌레나 괴생명체의 형상에 종교화의 양식을 차용하는 그의 작업은 대상에 대한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성스러움과 불결함의 경계를 탐구한다.
듀킴은
퀴어성과 종교적 의례의 유사성을 탐구하며 소외된 존재들을 위한 주술적 무대를 창출한다. 그의 작업에서
종종 등장하는 사도-마조히즘의 기묘한 술래잡기는 세속적인 고통을 성스러운 황홀경으로 치환하며 지배와
피지배의 위계를 계속해서 뒤섞는 정치적 각축장이 된다.

Installation view of 《Born Under a Bad Sign》 ©Mihakgwan
윤미류는
찰나에 포착된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을 결합하여 추상적인 인상을 드러낸다. 대상의 구체적인 묘사를 넘어
인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조형성을 추상적으로 치환함으로써, 익숙한 대상으로부터 낯선
인상을 환기한다.
한편, ‘본 것’과 ‘보지 못한 것’ 사이의 광학적 시차에 집중해온 이민지는 주로 사진을 통해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잡히지 않는 유령적 감각들을 포착하려 한다.
전시 제목은 알버트 킹(Albert King)의 블루스 명곡 〈born under a bad sign〉에서 착안했다. 전시 서문에서
미학관 이슬비 디렉터는 이 노래 후렴구의 “불운이 없었다면, 나는
운이 전혀 없었을 거야”라는 가사처럼 운과 불운을 동전의 양면처럼 한 존재를 구성하는 필연적인 대칭점임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전시는 불확실성 속에서 피어오르는 ‘불길한 징조’를 단지 종말을 향해가는 절망적인 예고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필연적인 변화로 바라본다.
참여 작가:
듀킴, 박웅규, 윤미류, 이민지, 이은실








